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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화장동에 위치한 모 초등학교 운영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학교체육복 공동구매를, 지난 5월 10일 학교체육대회에서 샘플제품 전시 및 학부모들의 선호도 조사방식의 공개견적 입찰을 통해 이루어냈다.

재질과 디자인 가격 등을 고려해서 공개적으로 업체를 선정했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 가운데 기존의 체육복(동복:20000원, 하복:15000원)보다 동·하복 두벌 기준으로 학생 1인당 11000원씩의 비용이 줄어든 24000원에 여수시 학동에 위치한 모 교복사를 학교체육복 공급업체로 결정했다.


6월20일 체육복 생산 완료, 이후 이 업체는 자신의 매장에서 직접 체육복을 판매하기 시작.

판매 방법에 있어서 업체와 학교 운영위원회 간에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으나 논의를 통해 쉽게 해결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원칙적으로 공동 구매인 만큼 업체가 체육복을 학교 운영위원회에 일괄공급해서 운영위원회가 학부모에게 판매를 해야하는 것이었으나 상호간의 이해 가운데 가까운 시내에 매장이 위치하고 있기에 공급업체에서는 이곳에서 자신들이 직접 판매를 하고, 한시적으로 학교 운영위원회와 자모회에서 학교 강당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체육복 판매행사를 갖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7월 17,18,19일 3일간에 걸쳐 이 학교의 체육관에서 자모회와 학교 운영위원회가 행사를 하기로 하고 안내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복병이 나타났다.

7월 16일, 학교 앞 문구점 세 곳에 느닷없이 "00초등학교 체육복 판매"라는 팻말과 함께 눈으로 구분하기 힘들만큼 유사한 체육복이, 그것도 "동·하복 2벌 기준 2만원"이라는 가격으로 내걸려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제품은 이 학교의 체육복 선정과정에서 입찰에 참가해 선정된 업체가 아닌 제 3의 업체가 임으로 제작해 공급한 제품이었다.

이쯤에서부터 체육복 시장을 둘러싼 난맥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학부모: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값싸고 질 좋은 체육복을 만들었다고 자랑하더니만 그것도 아니네"
자모회일부임원: (공개입찰에서 선정된 업체 대표에게)"가격을 문구점 판매 가격으로 깎아주세요"
학교운영위원장: "우리는 잘하려고 한 죄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학부모님은 운영위원회를 믿고 따라달라"
제3의 업체: "기왕이면 똑같은 체육복이니 값이 싼 물건을 사는 것이 좋질 않겠는가? 나는 학교 체육관에서 팔아준다면 더 싸게 물건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학교가 선정한 업체: "억울하다. 나는 폭리를 취하지도 않았고 정상적인 마진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입찰에 임했고, 선정되어서 요구한 만큼 제품을 만들었다. 책임져라."
학교측: "상관하지 않겠다. 학교를 개입시키지 말라. 두 업체간에 잘 논의해서 처리하라."
지난해까지 체육복을 공급했다는 업체: "왜 학교 내에서 체육복을 판매하도록 내버려두느냐?"
문구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문제의 '제3의 업체' 광고스티커를 보여주며) 여기서 가져다 걸어주며 팔라고 해서 판매할 뿐이다"

원칙도 없고 도의도 없는 난맥상 그 자체이자 무서운 "복마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판국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본래 여수시 지역 학교 체육복 시장은 소수의 업체가 장악해 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수시에는 체육복 전문 생산공장이 없는 실정. 이런 여건 속에서 여수지역 체육복 납품 업체는 학교에서 체육복 납품업체로 선정되더라도 인근의 순천시에 있는 체육복 전문 생산 공장이나 타지역의 생산 시설은 통해서 제품을 공급받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인접한 순천지역의 학교 체육복 가격과 비교해볼 때 일반적으로 하복기준 한 벌 당 5천 원 이상의 가격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녕 체육복의 원가는 얼마일까?

정정당당하게 입찰에 응했다는, 이 학교가 선정한 업체의 관계자에 의하면 자기들의 체육복 가격 구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단의 재질은 이 초등학교 체육복과 일반적으로 유사하다. (중·고등학교 포함) 생산 가격은 초등학교의 경우 한 벌 당 동복 11000-12000원 내외, 하복 6000-7000원 내외이며, 이 정도의 가격으로 생산 공장에서 가져와서 자기마진 20% 내외, 소매점 마진 20%내외를 적용하면 동복기준 14000-15000원, 하복기준 8000-9000원 정도 되지 않겠는가? 이 정도면 무난한 가격 대라고 생각한다. 중, 고등 학생의 체육복도 여기에 1,2천 원 정도 추가될 뿐이다."

결국 이 말대로 한다면 초등학교의 체육복 동·하복 두 벌 기준 생산자 가격이 17000원에서 19000원 정도에 형성되고, 중·고등 학생의 경우 19000원에서 21000원이라는 셈이다. 나머지는 결국 유통마진이다. 그렇다면 유통마진을 넉넉잡아 50% 추가하더라도 초등학교 동·하복 체육복 두 벌이 3만원 선이어야 하고 중·고등학교 체육복 동·하복 두 벌 역시 31000-32000원 해야 정상인데 현실은 이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 중학생 체육복 하복을 18000원에 샀다고 했더니 "그나마 구 여천시 지역은 공동구매 운운해서 그 가격에 판매 하지만 동급의 제품을 구 여수시 지역에는 2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웃음 지었다.

다시 이 학교의 체육복 공급업체로 선정된 업체 관계자에게 물었다 "귀 측의 가격에서 마진은 적정한 폭이었는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완성된 제품을 제작해 달라고 했으면 단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의 경우는 제품 개발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 기존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위원회 관계자와 한달 이상을 논의하며 색상 재질 디자인 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지 않는가? 왜 그 점은 간과하고 남의 제품을 허락 없이 몰래 베껴 제작한 업체의 가격과 단순비교 하려 하는가? 난 원래부터 이 시장이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시장이라 정상적으로만 대응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따져보자. 왜 학교에서는 유사체육복을 만들어 파는 업체에 학교 명칭과 표식을 도용하는 점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문제제기도 하지 않는가?" 그의 항변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던 소위 '제3의 업체'는 어떤 곳일까? 그곳은 지난해까지 이 학교의 체육복을 공급해왔다는 업체와 어떤 관계일까? 이들의 관계에 대해 학교 운영위원장은 동업 내지는 협력업체가 아닐까 추측한다는 것이다.

제3의 업체관계자가 전화통화에서 확인해준 바에 의하면 "지난해까지 이 학교의 체육복을 제작 공급해왔는데 올해 갑자기 바뀌어서 기존의 재고품 700벌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손해를 보았다고 했고, 지난해까지 이 학교의 체육복을 공급해 왔다는 업체 역시 지난 업체 선정 과정에서 학교 운영위원에게 "지금까지 학교 체육복을 제작 공급해 왔으며 700벌의 재고품을 손해로 안게 되었다"고 말해왔던 점으로 보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 학교의 체육복을 공급했던 내용을 보면 곱절 이상의 이득을 남겼는데 그 땐 왜 폭리를 취하고서 지금 와서 이런 가격을 제시하느냐 라고 했을 때 그 들은 답변을 피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속이 상해서 고춧가루 뿌리는 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학교 체육복의 생산 원가는 더 하향될 여지가 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아울러 나타난 문제점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면 초등학교 체육복은 물론 중·고등학교 체육복. 교복 등도 공동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이 학부모의 입장에서 대단히 유효하나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제 관계나 관행이 예상보다는 강고하다는 점이다.

학교 체육복이나 교복을 학교 또는 학부모 조직에서 의욕을 가지고 공동 구매를 추진했다 할지라도 결정된 제품을 아무나 각자의 나름 가격으로 생산 및 판매한다고 했을 때 공동 구매 내지는 공개 경쟁 입찰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로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있으나 이의 현실 적용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송사에 매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한편에서는 학교측의 의지 표현을 문제삼기도 한다. 이 학교의 서모 운영위원장은 학교장이 단호하게 대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교장 선생님 우리는 정정당당하고 꿀릴게 없는 만큼 확실하게 대처해 나갑시다" 라고 얘기했지만 학교장은 "두 업체가 알아서 학교는 개입시키지 말고 좋은 방향으로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이와 관련하여 "체육 관계자(체육부장), 교무, 교감, 교장 진급까지 단위학교를 떠나서 긴긴 세월동안 지역 내 유수 체육사와 관계할 여지는 많다. 어찌 그 속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느냐"고 꼬집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쟁이 구체화 할 때는 책임 있는 당사자가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정의를 정리해 줘야하는 것도 도리일 것이다.

아무튼 이 문제는 이 학교의 체육복 공급 업체로 선정된 곳에서 학교와 운영위원회 그리고 소위 "제3의 업체," 학교 앞 체육복 판매 문구점. 등에 대해서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기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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