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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읽고 꼭 한마디 언급하고 싶은데 입에서 말이 안 나올 때가 있다. 물론 글로 쓴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같은 책을 여럿이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언제나 굼뜨고 우물쭈물하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고 해도 스스로 핵심없는 소리만을 지껄이는 때도 있다. 급기야는 입과 머리가 한꺼번에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이들은 대개 읽기의 체험이 적은 사람이거나 어려운 읽을 거리를 만난 사람이거나 읽기의 원리를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이 중 독서체험의 부족과 책의 난이도가 맞지 않은 데서 오는 어려움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다.
문제는 독서경험도 충분하고 내용의 수준도 자신에게 높지 않은데 단지 독서방법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애들러가 쓴 독서법에 관한 책을 읽어볼 일이다.
모티머J 애들러는 뉴욕 출생으로 콜럼비아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 교수를 지냈다. 철학자지만 대학에서 독서법에 관한 강의를 10년 정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도 많은 사람이 책을 제대로 읽을 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독서법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애들러와 찰스 반도렌이 함께 쓴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독서법을 갈구하는 이에게 진정한 단비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서수준에 따라 알맞는 독서법을 제시한다. 이들은 독서 수준을 넷으로 나눈다. 제1독서수준에서는 기초적인 읽기를 한다. 제2수준에서는 살펴보는 정도로 읽는다. 제3수준에서는 분석하며 읽는다. 제4수준에서는 통합해서 읽는다. 각 수준에는 하위항목을 설정해서 이해를 돕고 있다.
본서는 적어도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책읽기의 방법을 제시한 책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책읽기 방법에 관한 심층적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이전에도 독서법에 관한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극히 주관적인 방법제시에 지나지 않았다.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다양한 독서법을 알려준다.
전체는 제4부로 짜여있다. 각각 하위항목을 세밀히 설정해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였다. 목차가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보가 풍부하다. 부록을 두어 추천도서목록도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전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난이라 생각한다. 세계적인 고전 137가지를 엄선하였다.
특히 제3부 분야별로 다르게 읽는 법은 무엇보다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서적을 실용서적/역사서적/과학서적과 수학서적/철학서적/사회과학서적 등으로 우선 분류한다. 이어서 실용서적 읽는 법 역사서적 읽는 법 등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예시를 통해 독자가 확연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직도 독서에 원리 곧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가 종종 있다. 무엇인가를 읽고 자기 나름대로 이해했으면 그것이 바로 독서법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맞다고 동의하기도 어렵다.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을 읽어보면 독서에도 어느 정도 객관적 원리가 있음을 발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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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멘토(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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