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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남산에 자리잡은 옛 안기부 본관을 유스호스텔로 개조하기로 확정하고 민간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기로 해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옛 안기부 건물은 96년 서울시에 인수된 이후 전체 27개 건물 중 23개동이 철거되고 지금은 4개 건물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 중 본관건물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으로 최근까지 사용되었다. 서울시는 이 본관 건물을 유스호스텔로 꾸미기로 하고, 나머지 3개 건물도 입주한 기관을 이전시킨 후 녹지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채은아 총무는 "수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고문의 고통으로 신음했고, 정신과 육체가 파괴되었으며, 때로는 죽음에 이르렀다. 그곳은 고문과 조작과 왜곡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우리 현대사를 비틀어놓은 역사의 현장"이라며 "이와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역사의 현장이 생생히 보존되어 과거를 반성하는 살아있는 역사기념관으로 시민의 품에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화운동 자료관 추진위원회' 문종석 사무국장도 "그곳은 수십 년간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상징적 공간이다.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많은 돈을 들여서 다른 곳에 만드는 것보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서울시의 계획은 어처구니없는 판단"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남산의 안기부 옛터는 유신헌법이 공포된 1972년 중앙정보부 남산 분청사가 설치된 이후,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이 바뀌고 1995년 서초구 내곡동 통합신청사로 이전하기까지 인권유린의 산실이었다.

이곳에서 잔혹한 인권유린과 함께 조작된 사건들로는 △유럽거점간첩단 사건('73) △인민혁명당재건위 사건('74) △구미유학생 사건('85) △남매간첩 사건('93) △구국전위 사건('94)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유럽거점간첩단사건'의 최종길 교수의 죽음과 '인혁당재건위사건'의 조작이 고문에 의해 이뤄졌음이 지난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밝혀진바 있다. 이 사건들은 안기부 옛터에서 자행됐던 수많은 고문과 조작사건들 중 알려진 소수의 사건에 불과하다.

속칭 '남산'으로 통했던 그곳은 민주화운동 세력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공포의 대상이었다. 감시와 불법체포, 이어지는 고문이라는 방식으로 재생산된 공포는 그것 자체로 인권침해였다. 이러한 직·간접적 인권침해를 통해 독재정권을 수호하고 연장시키는 것이 그 터에 위치한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한편 외국의 경우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기념관을 비롯해 중국의 남경대학살 기념관,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관 등이 그 현장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슈타지박물관은 구동독의 정보기관이었던 슈타지(STASI) 터에 박물관을 세워서 현재 독일정부와 민간단체가 함께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아픈 역사의 현장에 위치해 과거사를 그대로 전시하며 소중한 역사적 교훈을 남기는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의 결정에 대하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용태 이사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서울시의 결정에 인권단체들과 뜻을 모아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철 홍보과장 또한 "내부 논의중이지만, 원칙적으로 기념공간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주위의 의견을 모아나가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해 안기부 옛터의 보존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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