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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안기부 옛터를 인권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인권단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유가협 등 18개 인권단체들은 25일 남산 옛 안기부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안기부 건물을 유스호스텔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유보하고 보다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대화와 토론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남산 안기부는 독재권력의 상징이며, 그렇게도 모진 고문을 당하고도 끝내, 민주항쟁을 성공시킨 역사와 결합된 소중한 역사의 현장"이라면서 "남산 안기부 옛터를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념하는 기념공원으로 보존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베트남의 타이거 감옥, 캄보디아의 뚜얼슬랭 박물관, 영국의 고문박물관 등의 외국 사례를 들며 "역사적인 기념공간은 상징성이 높은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찾아와 공부하고, 시민들이 찾아와 토론하고, 해외 관광객들이 찾아와 우리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도 한결같이 '기억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가협 서경순 운영위원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었던 남산의 권력이 자행한 정치공작과 인권침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면서 "다시는 우리 역사에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 살인의 대명사인 고문이 자행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곳 남산에서 자행된 고문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곳에서 직접 고문을 당한 민주인사들도 참석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용태 상임이사는 "10여년 만이다. 세 차례 여기 끌려 왔었다"며 말문을 연 뒤, "이곳은 고문의 현장, 인권을 유린하는 장소였다. 앞으로 이러한 아픔의 역사가 없도록 민주·인권·평화·통일의 공원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사안과 관련해 지난 24일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의 면담에서 25일 이후 사회원로들과 면담을 하기로 한 한편, 남산이 녹지로 묶인 상태라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가협 채은아 총무는 이에 대해 "녹지를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인권기념공원을 건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향후 △사회원로의 서울시장 면담과 성명 발표 △사회단체와 공동대책기구 구성 △중앙정보부 와 안기부 피해자 증언대회 개최 △국회, 청와대 등에 의견서 전달 △공청회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해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인권기념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장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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