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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마차진리는 '일심이'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그녀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통일전망대를 가려면 그녀의 집 앞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언제나 도로변에서 오징어 춤을 추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자신이 개발한 오징어 인형을 쓰고 해맑은 웃음을 자아내고 있는 '오징어 처녀' 박일심.
ⓒ 김경목
그녀의 나이는 스물 넷. 그러나 연일 폭염의 날씨 속에 피부 나이는 그 보다 훨씬 더 들어 보인다. 이는 날씨 탓만이 아니다. 그녀의 어려운 처지가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방송 3사 등에서 경쟁적으로 '일심이네 가족사'를 방영해 그녀의 처지는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꼭 일심이네 집에서 오징어, 쥐포, 문어 등을 사거나 먹고 간다.

그녀가 처음부터 억척 아가씨가 된 것은 아니다. 전쟁 고아로 평생 가난을 짊어지고 살아온 아버지가 모든 힘을 들여 횟집을 연 다음날 강릉안인진리에 북한 잠수함이 발견되고, 다음해엔 IMF가 터지게 되자 일심이네 집은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에 어려워진 집안 가계를 돌보기 위해 그녀는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자신이 개발한 오징어 춤을 추며 집안 살림을 일으키고 있다.
그 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 아홉, 올해로 5년째가 된다.

꿈 많고 치장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살아온 그녀의 소원은 단 한가지. 하루 빨리 빚을 갚아 아버지,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험난한 삶에도 굴복하지 않고 '유쾌, 상쾌, 밝게' 살아가는 억척 아가씨 <박일심>의 내일에 태양이 떠오르길 바란다.

▲ 하루종일 뙤약볕 길거리에 서서 오징어 춤을 추며 손님들을 맞는 그녀가 잠시 휴식을 취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김경목

▲ 일심이네 가게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거의 그녀의 사정을 알고 찾아온다. 또 이들은 그녀와 기념촬영 하기를 원한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명이 그녀를 귀찮게(?) 하지만 그녀는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 김경목

▲ 심청이의 보랏빛 마음보다도 고운 일심이지만, 그녀의 뒷모습에서 가난의 멍에를 쉽게 떨어뜨리지 못한 힘겨움이 보여 마음을 아프게 한다.
ⓒ 김경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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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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