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최다 출장 횟수를 기록한 교장이 지역교육장에 임용된 것으로 알려지자, 전북 도내 교사들은 물론 교육단체들이 임용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교장을 지역 교육장에 임용한 전라북도 교육청의 형식적인 교육장 공개전형 제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선, 일부 학교장들의 과다한 출장과 상상을 초월한 출장비 사용 실태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반 학부모들은 일부 학교장들의 학교 돈 유용 사례가 설마 이처럼 심각한지는 정말 몰랐다는 분위기다.
전교조 전북지부를 비롯한 교육단체들은 즉각 교육당국의 감사 착수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성명을 내고, 학교장들이 직접적인 교육활동도 아닌 출장비로 한해에 몇 백만원씩 학교예산을 쓰는 일이 온당한 일인지를 묻고 전북도교육청은 해당학교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과다한 출장과 수백만원씩의 출장비를 사용한 학교장에 대해서는 실제 출장여부와 출장의 필요성 등을 철저히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또, 학교의 행정과 재정은 기본적으로 단위학교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학교운영을 위한 것으로 기획되고 집행돼야 한다면서, 교장들이 사용하는 비용에는 업무추진비 및 애경사비 등의 업무추진성 경비가 따로 편성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 역시 수백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 때문에 출장비 외에 실제로 교장 한 명이 사용하는 경비가 천만원을 넘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협의회 이의호 회장은 "학교예산은 학생 교육활동을 위해 지원된 예산이지 교장의 개인 용돈으로 준 게 아니"라고 지적하고, "교육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협의회 유영진 사무처장은, "교육장 공개전형을 통해 임용된 교육장이 1년에 114일 출장을 갔다는 것은, 충격"이라고 지적하고 학교 업무와 관련 없이 과다한 출장을 다녀온 교장들에 대해서는 단순한 행정처분으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그 책임까지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라북도 교육위원회 박일범 위원이 학교장 출장 실태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9명의 교장이 한 해에(방학을 제외하고) 백일이 넘는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중의 한 명이 이번에 전라북도 교육청이 실시한 교육장 공개전형을 통해 교육장에 임용됐다.
이번에 지역교육장에 임용된 K교장은, 자신이 체육회 이사를 겸하고 있어, 출장이 잦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치더라도 학교장의 본분을 망각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지적이다.
K교장은 지난해 9월 1일, 진안의 모 중학교에 부임했고, 그 이후, 지난 7월 31일까지 11개월 동안 무려 114일의 출장을 기록했다. 한해 수업일수가 210여일 정도이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출장을 다닌 셈이 된다. 당연히 교육장 공개전형에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서 임용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참교육학부모회 전주지회 박영숙 정책실장은, "학교장은 일선 학교의 관리감독자로서 학교관리를 잘 해야 할 그런 부분이 있는데 학교는 소홀히 한 채 그렇게 많은 날을 출장으로 돌아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자체조사도 안 해보고 그런 사람을 교육장에 임용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박영숙 정책실장은 또, "교육장 공개전형 평가할 때 주로 뭘 하는지, 인사 잘하고 대인관계 좋은 사람 뽑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공개전형을 어떤 식으로 해서 교육장으로 선정하는지 그게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현장 교사들은 그런 교장들의 행태에 대해서 학교 외부에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교사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교육당국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발뺌하고 있다. 진안의 J초등학교 S교사는, "지금요 그런 일들이 많아요, 현장에서는요.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들 많아요"라고 말했다.
학교 표준회계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학교장들의 자율경영에 맡겨진 일선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성실한 근무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 소양일 것이다. 학교 관리 자체에 불성실한 행태를 보인 교장이 어떻게 한 지역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교사는 "학교 업무와 관련 없는 출장일수가 백일이 넘는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백일이 넘는 출장 교장이 교육장으로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일을 학교예산의 기획과 집행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말하자면, 학교장이 학교 예산을 자기 마음대로 집행하고 결재하는 것은 학교 예산의 기획이나 집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폐단이라는 것이다. 학교 예산의 쓰임새에 대한 적절한 검토 과정이 있었다면 이런 폐단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교조 전북지부 이항근 지부장은, 또 다시 시일이 지나면 잊혀지는 그런 일이 된다면 학교에서는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당국과 학부모, 교육단체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예산의 사용에 대한 기획단계부터 투명하게 기획되고 집행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장은 출장비를 최대한 부풀려 마음대로 아무 곳이나 출장 가고, 교육적으로 재생산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의 출장은 학교예산의 절약을 핑계로 억제되는 현실은 이제 개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