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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아동 승규의 멋진 춤솜씨
ⓒ 이철용
캠프 둘째날, 이제 본격적인 캠프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기상을 한 모든 참가자들은 호텔 1층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4박 5일간 진행될 테렐지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호텔 앞에 전날 만든 조기를 앞세우고 줄지어 섰다.

오전 9시 30분경 출발을 앞두고 이번 테렐지 캠프에서 함께 할 몽골의 아동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우리의 아이들과 외모가 전혀 다르지 않지만 강렬한 태양 때문인지 대부분 검게 그을린 모습니다. 간단한 짐꾸러미를 들고 함께한 몽골의 아동들은 대부분 장애인 특수학교인 70번 학교의 교직원 자녀들이다.

몽골은 벌써 선선한 바람이 분다. 내리쬐는 햇볕만 아니라면 한국의 가을 날씨와도 같았다. 한국과는 달리 몽골의 아침 거리는 부산하면서도 한가함이 있다. 몽골은 많은 사람들이 7,8월 장기적으로 여름휴가를 내고 시내를 빠져나가 여름집이라고 하는 별장에서 지낸다. 그래서인지 다른때보다 더 한산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10여차례 몽골을 방문했지만 항상 몽골은 새롭기만 하다. 눈이 시릴정도의 푸른 하늘, 드넓은 초원 이것이 몽골의 상징인 것이다.

도시를 떠나 20분 정도 달려 만난 드넓은 초원. 광활한 초원을 달리며 캠프단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답답한 도시에서 갇혀 생활하던 아동들, 처음 접하는 초원과 맑은 하늘, 그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이 싹텄으면 한다.

테렐지 국립공원 초입에서 캠프단은 몽골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작은 공연장을 들렀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상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넓은 대형텐트 안의 중앙에는 둥근 원형의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전통몽골 음악공연과 춤에 이어 몽골의 아동들이 신기한 재능들을 발휘했다. 2명의 캠프단 또래의 몽골여성들은 다양한 형태의 묘기와 요가를 선보였고 캠프단은 연신 탄성과 박수를 연발했다.

▲ 멋진 공연에 캠프단이 열광하고 있다. 오른쪽 끝은 일본인 사또 선생
ⓒ 이철용
그러나 공연의 백미는 역시 말타기였다. 몽골인이 기마민족이기 때문인지 작은 공간 안에서 말을 타고 다양한 형태로 묘기를 부렸다. 보는 이들 모두의 손에서는 땀이 흘렀다.

▲ 테렐지 국립공원 초입의 마상쑈 공연장에서의 몽골 전통공연
ⓒ 이철용
신기함과 감격이 있었지만 기자의 눈에는 왠지 안쓰러움이 있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어린나이에 관광객 앞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아동들, 공연을 위해 얼마나 호된 훈련을 했을 것이며 "과연 좋아서 하는 예술일까? 아니면 경제적인 이유로 관광객 앞에 서는 것인가?" 답답함이 몰려온다.

공연이후 모든 참가자들은 넓은 초원에 앉아 한국의 전통적인 김밥을 먹었다. 그런데 어떤 김밥에선 단무지 대신 생무가 들어있기도, 이건 분명 몽골 사람이 말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별로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을 시샘이나 하듯 맑은 하늘에선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멋지게 말을 타며 긴 머리를 휘날리던 한 기수는 정말 축구선수 안정환을 닮았다. 그래서인지 여선생님들은 어떻게든 사진을 찍겠노라고 벼른다. 함께 동행한 연합공보의 박진희 기자도 틈을 내 몽골 안정환과 사진찍기에 성공했다. 조별로 공연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일행은 다시 캠프장을 향해 드넓은 초원을 달렸다. 버스를 타고.

▲ 한 기수는 한국의 안정환 선수를 닮아 인기를 독차지 했다.
ⓒ 이철용
4박 5일 동안 진행될 캠프장. UB2라는 울란바타르 시내에 소재한 울란바타르호텔에서 운영하는 호텔은 일반 건축물인 호텔과 뒤편의 잔디밭에는 15개의 게르(천막으로 된 몽골 전통 주택)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행은 조별로 나뉘어 몽골아동, 몽골의 대학생과 함께 15개의 게르에 분산되어 숙소를 정했다. 이어 중앙의 정자앞에서 개영식이 이어졌다. 4박 5일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잘하겠노라고 전체를 대표해서 두호와 진수가 선서를 했다. 개영식은 한국말과 몽골말로 동시에 치러졌다. 몽골의 '어르흥대학' 한국어학과 교수인 치미게 선생이 통역을 맡았다.

▲ 입영식에서 모두가 선서를 하고 있다.
ⓒ 이철용
개영식을 하는동안 호텔옆에서 캠프단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북한에서 온 건축기술자들이라고 한다. 허름한 호텔을 개보수 하는데 북한의 전문가들이 와서 맡아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약간 떨어진 거리이지만 한국말이 들려서인지 일손을 놓고 지붕에 걸터 앉아 한참이나 캠프단의 개영식을 보고 있었다.

개영식에 이어 지형지물 탐사가 이어졌다. 조별로 캠프장 바깥으로 나가 현지의 지형지물을 살피며 보물찾기를 겸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캠프장 한편으로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에 놓여진 다리는 규모는 작지만 운치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어진 연날리기. 한국의 캠프단과 몽골의 아동, 대학생들은 한덩어리가 되어 한국의 전통연을 조별로 만들었다. 처음 보는 한국의 연을 몽골인들은 신기한 듯 바라봤다. 연을 만들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래도 지휘부의 지시대로 하나하나 만들어졌고 장애아동들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스스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한국의 연이 몽골 하늘을 덮었다. 몽골의 푸른 하늘과 한국의 연이 그렇게 잘 어울릴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모두들 자신이 만든 연이 과연 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곧 많은 연들이 하늘을 덮었다. 아마 한국의 아동들도 마냥 신기해 하며 나는 연이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 몽골의 하늘에 한국의 연이 올랐다.
ⓒ 이철용
이런 신기함은 몽골의 아이들이 더한 것 같다. 처음으로 보는 연. 그 연이 하늘을 날다니. 뛰기도 하며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며 어느새 선수들이 되었다. 기우뚱거리며 쓰러지는 연, 다시 하늘 높은줄 모르고 멀리만 올라가는 연. 몽골은 바람이 많은편이다. 그래서인지 몽골 하늘의 한국연은 역시 몽골과 한국이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 연줄을 매고 있는 몽골아동
ⓒ 이철용
여러 가지 활동으로 뱃속에서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시간. 호텔 식당의 주방에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 보인다. 고등영 실장이 직접 주걱을 잡았다. 고 실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70명분의 식사를 손수 만들었다. 저녁메뉴는 카레라이스. 몽골에 와서 이틀째인 이제껏 먹은 음식은 모두 한국식이었다.

▲ 카레라이스, 이 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본 몽골인들도 너무 맛있다고...
ⓒ 이철용
모두들 허기진 듯 순식간에 한 그릇을 해치웠다. 나중에 온 아이들은 더 줄 것이 없다는 선생님의 말에 아쉬운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모두가 이렇게 잘 먹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장애아동은 숟가락조차 들지 않으며 평소에 먹던 음식을 원하지만 이곳은 몽골, 지나친 편식으로 도저히 저녁을 먹질 못한다. 과연 저 아이들이 얼마나 버틸까? 일단 먹어야 활동을 할 수 있을텐데 하는 걱정이 든다.

▲ 장애아동 정우도 랜턴을 들고 멋진 춤을....
ⓒ 이철용
저녁식사 후 모두 게르 앞 잔디밭에 모였다. 8시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주변은 어두워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몽골의 여름은 보통 10시가 되어야 해가 진다. 게르앞에서 진행된 환영식. 문소영 선생의 사회로 진행된 환영식에서 먼저 선생님들이 온몸을 망가뜨려 가며 광란의 환영춤을 춘다. 그렇게 유연할 수가. 모두는 선생님들이 언제 저런 준비를 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눈이 휘둥그래지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선생님들에 이은 캠프단도 솜씨를 발휘한다. 4조의 정우와 승규, 찬연이도 한판 솜씨를 보인다. 몽골의 대학생들, 몽골 사람들은 가무가 뛰어나다고 하는데 우리와 함께 한 학생들은 공부만 했는지 기대와는 다르다. 이에 몽골의 아동들이 달려나와 유감없는 솜씨를 발휘한다.

▲ 선생님들이 온몸을 망가뜨려 가며 열광적인 환영춤을 추고 있다.
ⓒ 이철용
이렇게 둘째날 밤이 지난다. 어두워진 밤하늘에는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들,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었던 별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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