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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동권과 관련, 광화문역 선로점거를 벌인 인권운동가 김도현 씨를 구속한 검찰의 조치를 규탄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이 20일 오후 1시 30분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열렸다.

▲ 서울지방검찰청 정문 앞을 막아선 장애인이동권연대
ⓒ 이철용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이하 이동권연대) 주관으로 열린 이날 집회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학생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도현씨 구속에 대해 장애인들은 분노하는 모습이었고 이런 관계로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검찰청 앞을 막고 있는 경찰의 경비병력과 마찰이 계속 되었다. 5월 28일 광화문역 선로점거의 당사자인 이광섭(32)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문제에서 경비병력과 충돌하기도 했다.

굳게 닫힌 검찰청 철문 앞에 경찰 경비병력이 막아섰고 그 앞에 장애인들이 자리한 가운데 최옥란열사 추모사업회 준비위원회 김태현 씨의 사회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검찰청 정문은 차량 통행이 완전히 정지되었고 검찰청 출입자들은 후문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 무더위 속에서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 이철용
구속된 김도현씨와 함께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해정씨는 투쟁사에서 "지난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며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구속되었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검찰의 이러한 조치가 분노스럽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그러나 "확신한다. 김도현 동지의 투쟁이 장애인의 해방과 사회의 상식있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투쟁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민중복지연대 유의선 사무국장도 "너무 참담하고 어처구니 없다. 검찰의 구속 사유가 장애인을 배후조종, 이용했다는 것인데 나도 그렇다면 배후조정인가? 이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대를 깨려는 검찰의 의도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장애해방의 그날까지 주체적으로 한발짝 물러섬 없이 싸울 것이다"라고 했다.

광화문 선로점거 당사자인 이광섭씨는 "법대로 나를 잡아가라", "김도현을 석방하고 나를 구속시키라"고 주장했다. 장애인권운동을 함께 했던 박지주씨는 지난날 장애인권 운동의 현장에서 만났던 김도현 씨에 대한 회상을 잠시 나눈 후 김씨가 국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만든 헌시를 낭독했다.

▲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의 발언
ⓒ 이철용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검찰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의 핵심으로 사람을 가두고 죽일 수 있는 곳이다. 정의와 평등의 이름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은 권력의 시녀, 군부독재의 그늘에서 최근에는 몰래카메라 사건까지. 그들의 실체는 그렇다. 그런데 그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이동권 권리를 위해 싸우는 우리를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가르려 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 장애인인 우리들이 조종을 받고 있는가? 검찰은 야비한 수법을 쓰고 있다. 이제 앞으로 투쟁으로 김도현 동지를 구출하자. 오늘은 면담을 하지만 다음에는 확신한 모습으로 김도현 동지를 구출하겠다"고 했다.

이동권연대는 박영희 공동대표가 읽은 성명서에서 "편파적인 수사와 부당한 구속을 중단하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구속 사건을 이동권연대에 대한 비열한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김도현씨의 완전한 석방과 장애인 이동권의 완전한 쟁취를 위해 더욱 강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최근 사법부의 장애인의 생명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판결과 김도현씨의 편파적인 법적용을 통해 구속시키는, 장애인의 이동권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휘둘러지는 법이라면 더 이상 그러한 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어떠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더욱 강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이어 이동권연대의 박경석, 박영희 대표, 이광섭씨,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씨는 검찰청 민원실에서 담당검사인 김형렬 검사와 면담했다. 이동권연대측은 집회 이전에 검찰총장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대표단의 검찰청 진입시 기자 동행의 문제로 경찰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검찰측에서 검찰청 출입기자 외에는 다른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하라는 요청이 있기 때문에 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제지했다.

▲ 중증장애인 문명동 씨가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자고 요구하지만 의경들의 방패는 열리질 않는다. 의경의 눈빛 그들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이철용
담당검사와 대표단이 면담하는 가운데도 검찰청 정문 앞에서는 경비병력과 장애인들의 마찰은 계속 이어졌다. 중증장애인 문명동 씨가 검찰청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겠다고 정문을 통과하려고 했고 의경들이 제지하는 가운데서 활동보조인에게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라는 발언에 대해 장애인들은 즉시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경비 책임자들은 우리는 그렇게 말한바 없다고 부인하며 감정적인 싸움이 이어졌다.

현장에 함께했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박숙경 팀장은 현장을 지휘하던 책임자에게 해당 발언자를 즉시 조사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러한 싸움들은 면담이 진행되는 내내 이어졌다.

▲ 철창 사이에 갇힌 장애인들
ⓒ 이철용
경찰은 모든 출입구를 폐쇄하고 제한적으로 사람들의 출입을 허용했고 장애인의 출입은 불가능했다. 급기야 정문의 철창사이의 좁은 공간에 전동휠체어 3대와 경비병력이 나란히 대치된 가운데 면담이 끝나길 기다리게 되었다.

1시간 후 대표단이 면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대표단은 면담 과정에서 김형렬 검사가 "김도현씨는 광화문 점거의 공범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구속수사에 대해서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고 했다. "경찰의 출두 요구서를 4번째 발송한 이후 출두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관행에 의해 구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박경석 공동대표는 "자신은 6차례 이상 출두요구서를 묵살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되지 않았는데 김씨는 왜 구속인가?"라고 반문하며 "김도현 씨는 현재 사는 곳이 일정하고 인권운동 사랑방 연구원으로 매일 출근하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주 우려'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담당검사와 면담후 보고를 하고 있는 박경석 공동대표
ⓒ 이철용
면담에 동석했던 이광섭씨는 김 검사에게 "자신이 주범이니 나를 구속시키라"고 요구했고 이에대해 김 검사는 "수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구속시키지 않았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이러한 검찰의 조치는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고 김 검사는 "그 말을 들으니 슬퍼진다. 여러분의 마음을 다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대표단은 앞으로도 김 씨가 석방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운동을 펼치겠다고 통고했고 이에대해 김검사는 "실정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라"고 했고 이에대해 법테두리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법테두리 밖에서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당일 오후 7시경 기자는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 있는 김도현 씨를 면회했다. 20cm정도의 철창 사이의 김 씨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불편한 것이 없냐는 질문에 특별한 불편함 없이 잘 견디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김도현씨와의 일문 일답.

-검찰이 주장한 3차 소환장까지 왜 응하지 않았는가?
"자취하던 집을 비우다보니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고 소환장을 전달받고 바로 출두했기 때문에 이런 검찰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검찰은 도주우려 때문에 구속수사를 한다고 하는데?
"구속 사유가 단순히 소환장을 몇번 보냈느냐라고 한다면 주변에 더 많이 소환장을 받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은 형평성을 잃은게 아닌가? 소환장을 받은 즉시 경찰에 출두했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가 있을때도 추가 조사를 위해 다시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 아니라 담당형사가 전화로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임했는데 무슨 도주우려인가? 조사과정에서도 현재 상근하는 단체와 연락처 모든 것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고 수시로 수사진과 만나고 통화를 했다."

-검찰은 김씨가 공범이라고 하는데
"평소에 장애인권운동 활동을 해왔고 관심이 많았지만 현재 나의 소속은 인권운동사랑방의 인권운동연구소 연구원이다. 장애인이동권과 관련한 논의의 자리에 있을 처지가 못된다. 그날 선로점거는 도움 요청을 받고 단순 참가를 한 것이다."

-당사자인 이광섭씨는 자신을 구속시키라고 하는데?
"도의상 이씨와 함께 구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무책임하게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 법을 운운하며 구속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로 인해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 사실 나는 이곳에 들어와 있어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견딜만 한데 이 무더위에 장애인들이 나의 석방을 위해 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알려져서 빠른 시간 안에 문제가 해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구속된 김도현 씨를 면회온 후배들
ⓒ 이철용
김씨와 면회를 하는 와중에 김씨의 대학 후배 6인이 검찰청 집회를 마치고 면회를 왔다. 단국대학교 특수교육학과 소모임 '반딧불' 회원들인 이들은 20일 김 씨가 구속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는 운동으로 인해 구속된 선배를 면회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찾았다며 면회를 하고 사식과 책을 넣어줬다.

서명현(22)씨는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러나 김씨의 구속이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더 확산시키면 시켰지 검찰의 의도대로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자신들도 선배의 뜻을 이어 계속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지속시켜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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