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참소리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촛불시위 28일째를 맞은 22일 저녁. 이날따라 유난히 많은 청소년들이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이른 저녁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핵폐기장 반대 문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행사 준비와 사회를 맡은 박혁 군(부안고 3)은 "해마다 이때쯤 청소년 문화제를 치러왔는데, 올해는 핵폐기장 반대에 함께 하려고 부안핵대책위 자원활동하는 친구들이 행사를 준비했어요"라면서 "게다가 부안예술회관은 전경들이 있어서 행사를 할 수도 없어 이곳 수협 앞에서 하고 있지요"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다.

예술회관은 부안에 상주해 있는 경찰 병력의 숙소로 쓰이고 있어, 유일한 문화행사공간을 빼앗긴 게 청소년들에게는 무척 못마땅하다.

여름방학 빼앗기고, 문화공간 빼앗기고

저녁 7시. 박 군과 최지은 양(부안여중 3)의 진행으로 막을 올린 청소년 문화제는 광장 바닥에 스프레이와 색분필로 청소년들의 주장을 써넣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핵폐기장 막아내자', '김종규 군수 미워~ ㅠ_ㅠ' 등 다양한 목소리와 그림들이 광장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우유송'을 개사한 '부안송'을 부르는 청소년. 가요를 멋드러지게 부르는 중학생 중창단. 부안예술회관 댄스팀, 부안여고 댄스팀, 부안 연합댄스동아리 등 부안 청소년들의 문화역량을 총동원한 듯한 공연들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매일 촛불시위에 나오던 주민들이 모여들자 어느덧 청소년 문화제는 부안 군민의 잔치가 되었다.

▲ 반핵민주광장에 바닥글씨를 새겨넣고 청와대로 보내는 편지를 그린 청소년들
ⓒ 참소리

▲ 부안여고 댄스팀의 화려한 댄스공연
ⓒ 참소리

"이제 청소년도 알 건 다 안다"

공연 중간에는 청소년들의 주장을 펼치는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 부안 군민들이 안쓰럽지도 않나요. 폭력경찰 말고, 핵폐기장 철회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김영철 군(부안고 1) .

"자라는 곡식을 봐야 할 7~8월에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나와야 하는 농사꾼 아저씨, 아주머니의 심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조영준 군(변산공동체학교).

문방구 아저씨로부터 '핵폐기장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어른들 따라 반대하고 있다'고 핀잔을 들었지만 "반대 투쟁에 함께 하면서 이제 청소년들도 알건 다 안다"고 당차게 주장한 윤정아 양(변산공동체학교).

그리고 무대에 선 이정준 군은 "핵폐기장은 우리에게 많은 걸 가르쳐 주고 있다"며 "진정한 핵없는 아름다운 세상은 몇달 후에 핵폐기장 철회하고 우리가 만세를 부를 때, 주민들이 냈던 투쟁기금이 이웃을 위해 쓰이고, 반대했건 찬성했건 서로 미워하지 않고, 곰소 젓갈이 더이상 무기로 쓰이지 않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일 것이다. 촛불시위가 그것을 이끌어 주고 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 청소년들의 자유발언. 시계방향으로 조영준 윤정아 김영철 이정준
ⓒ 참소리

"대통령이 핵폐기장 철회안하면 등교거부"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은 핵폐기장 반대의 입장과 계획을 담은 '선서'를 했다.

선서에는 "우리 부안 청소년들은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 함께 한다 ▲대통령이 핵폐기장 유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등교 거부에 들어간다 ▲등교거부에 많은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촛불시위 등 부안군민들의 투쟁에 함께 한다"는 내용을 담겨 있다.

선서를 낭독하고 문화제가 마무리 된 10시. 청소년들이 선두에서 확성기를 잡고, 주민들이 행진하는 촛불시위가 이어졌다. 부안예술회관으로 행진하려 했지만, 경찰병력이 모두 군청 앞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읍내를 돌아 부안군청으로 행진해다.

2000여명의 촛불을 든 군민들은 "핵폐기장 반대, 김종규 군수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고, 군청 앞을 엄호하고 있는 경찰병력을 향해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을 빼앗았다"는 야유와 비난을 보냈다. 일부 주민들은 준비해 온 새우젓갈을 전경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아스팔트 위에서 뜨거운 여름방학을 보내야 했던 청소년들. 반핵 청소년 문화제와 함께 등교 거부 등 강도높은 투쟁을 결의하는 학생들이 있어, 개학과 함께 부안 핵폐기장 반대투쟁은 더욱 커다란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 군청앞까지 촛불행진을 벌인 군민들은 핵폐기장 철회 폭력경찰 철수를 외치며 밤 11시 경에야 마무리 됐다
ⓒ 참소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