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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수협앞 반핵민주광장에서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등교거부 선포식을 가졌다.
ⓒ 참소리
25일 오전부터 등교거부를 한 학생들은 부안 지역의 약 50개 학교 총 9천여명 중 30개 학교 약 4천여명. 등교를 한 나머지 학교들도 대부분 오전 수업만 진행되고 오후 2시에는 수협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26일부터 전면 등교거부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아침부터 각 학교들 앞에는 학교운영위원들과 학생들 30여명이 모여 '핵폐기장 결사반대', '등교거부 참여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등교거부 동참을 호소했고, 이런 과정에서 부안 초등학교에서는 교원들이 구호를 외치지 못하게 하고 교문 앞에서 비켜나길 요구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25일 오후 2시에는 낮부터 부안지역의 학생, 학부모들이 부안 수협 앞 반핵민주광장으로 모여 들어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등교거부 선포식을 열었다. 각 학교별 깃발을 앞세워 선포식에 참가한 학생학부모들의 숫자는 총 5천여명, 이중 2천여명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다.

동북초등학교에 다닌다는 한 어린이는 "엄마 아빠랑 같이 집회에 왔는데, 빨리 핵폐기장 싸움이 끝나서 학교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고, 오전수업을 마치고 온 부안여고생은 "어른들이 우리를 위해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동참했다"고 말했다. 또 한 학부모는 학교유급 등 등교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핵폐기장 막기 위해서는 그것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 지금 부안 군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힘을 모아야 된다는 분위기다"며 결연한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한시간 가량 핵폐기장 백지화를 촉구하는 규탄발언이 이어진 후 3시 반부터 군청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학생과 학부모 5천여명은 군청 앞에 앉아서 집회를 가진 후 오후 4시반 경 해산했다.

이날 선포식을 시작으로 매일 오전 10시에는 등교거부 학생학부모대회가 열리게 되며, 특히 26일 오전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문화제가 치러진다. "학교수업을 빠지는 대신, 학생들이 참가하는 반핵 글짓기, 그림그리기, 토론마당 등 학교가 아닌 광장에서의 현장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책위 관계자는 말했다.

▲ 오후 2시 수협앞에 모인 5천여명의 학생 학부모
ⓒ 참소리
▲ 제각기 핵폐기장 반대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만들어 왔다
ⓒ 참소리

등교거부 투쟁에 부쳐
결의문

오늘 우리 부안의 학생, 학부모는 오직 반핵을 위한 뜨거운 열망으로 이자리에 모였다.
민주주의가 실종하고, 주민들이 생계를 팽개쳐야 하며, 폭력경찰들이 부안 전역을 짓밟고, 종교지도자들이 끌려가며, 급기야 미래를 짊어지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우리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뜨거운 아스팔트에 나앉아야 하는 이 부도덕하고 부정의한 21세기 대한민국에 우리는 서 있다.
지난 7월 14일 당시 군수였던 김종규의 불법적인 부안 위도의 핵쓰레기장 유치신청 이후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자 부안역사이래 가장 포악한 군수 김종규, 그는 아직도 군수의 자리를 폭력과 권력의 비호로 지키고 있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부안 땅에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온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의 천인공노할 유치 사기극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를 뒤에 배후조종하는 산업자원부도 앵무새처럼 핵은 안전하며 부안에 핵쓰레기장은 꼭 들어서야만 한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이에 한술 더 떠 진정한 참여를 꿈꾸며 우리 손으로 뽑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의 폭력경찰을 총동원해 부안을 짓밟더니 우리를 폭도로 매도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이 한 달이 넘도록 생계를 팽개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칠 때 우리 학생들은 마음 졸이며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금 우리는 안다.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야비하고 잔인하며 무서운 일인가를.... 또, 부모님들이 끌려가며, 맞아 터지면서도 뜨거운 아스팔트를 왜 지켜야만 했는가를...
우리는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모인 것이 아니다. 우리도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 쐬며 친구들과 장난하고 선생님들과 공부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이 부안땅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정부와 교귝관계기관, 그리고 일부 선생님들은 쉽게 말한다.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한다고' 우리는 그 분들께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어렵게 이 일을 결정했노라고....
우리 부안 땅에 정의가 실종되고 부도덕과 폭력과 비민주가 판치며,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생존권과 미래가 무참히 짓이겨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민주주의와 정의는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부안 땅에 밀어닥친 이 핵쓰레기장과 관련한 이 황당한 일을, 우리 부모님들이 미래세대의 우리를 지켜주기 위한 희생적인 활동에 감사하며, 이제 우리도 우리의 몫을 할 것임을 밝힌다.
우선 우리는 학생의 가장 소중한 권리인 수업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한다. 그 기간은 핵쓰레기장 유치철회와 김종규의 군수사퇴, 노무현 정권의 사과할때 까지 부모님과 부안군민과 늘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과 우리 스스로가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이 숭고한 절규를 매도하는 그 어떤 평가나 방해를 용서치 않을 것이며, 특히 선생님들을 동원한 교육당국의 회유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한다.
진정 우리의 빠른 등교복귀를 원한다면 선생님들은 되지 않는 논리로 학생이나 학부모를 설득하기보다 차라리 교육부나 산업자원부, 대통령에게 이사태를 빨리 해결하여 우리가 정말 기쁜 마음으로 스스로 학교에 달려갈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모든 회유행위는 우리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 스스로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할 비교육적인 욕심으로 알고 거부 할것이다.

자식에게 공부하지 말라는 부모심정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일부 몰지각한 언론들이 우리에게 자식을 볼모로 이용한다며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매도하고 있지만 이는 천벌을 받을 말이다.
우리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공부 열심하고 훌륭히 자라길 모두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핵쓰레기장에서 자라지 않기를 더 바란다. 오늘 학교에 자식을 보내지 않는 일이 가슴아픈 일이지만 핵쓰레기장이 생겨 우리 아이들이 죽고 병들어 간다면 그것은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이번 등교거부 투쟁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와 도덕성, 양심과 정의를 배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고향을 지키는 주인의 역할도 다 하기를 바란다. 이제 이 아름다운 땅은 우리 아이들이 물려 받아야할 유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달이 넘도록 겪어 온 일은 고통과 시련이었고, 아프올 가야할 길도 가시밭길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가야할 일이라면 우리는 간다. 부모와 자식이 스승과 제가 손 맞잡고 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핵없는 부안, 핵없는 한반도, 핵없는 세상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승리를 일궈낼 것이다. 핵쓰레기장 유치가 철회되는 날, 학생들은 친구들의 손을 잡고 해맑은 웃음으로 학교를 향해 달려나갈 것이다.

<우리의 결의>
-.하나. 우리는 부안에서 핵쓰레기장 유치가 철회될때까지 등교를 거부한다.
-.하나, 우리는 부안의 민주주의를 짓밟은 김종규를 군수로 여기지 않는다. 김종규가 물러날때까지 부안군민과 함께 싸운다.
-.하나, 우리는 핵의 위험성에 대해 더 공부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하여 정부의 핵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아름다운 우리 고장 부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고찰할 것이며, 이고장의 주인답게 부안을 사랑하고 지키며 가꾸는 일을 실천한다.

2003년 8월 25일
/ 부안지역 학생.학부모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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