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JPL
1976년 나사의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가 전송해 온 사진을 검토하던 하와이 대학 천문학과의 토비아스 오웬 박사는 이상한 형상을 발견합니다. 북위 40도의 사이도니아 지역 확대사진에서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형상이 발견된 것이죠. 오웬 박사는 정밀한 검토 끝에 얼굴 형상 뿐 아니라 주변에도 뭉그러진 피라미드 형태의 거대 구조물이 여러 개 흩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이카루스>란 학회지에 발표합니다.

화성에서 외계문명의 흔적일지도 모르는 무엇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전 세계의 아마추어 팬들은 흥분합니다. 여러 과학자들이 사이도니아 지역에 대해 나사가 좀 더 정밀한 탐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지만 나사는 햇빛과 그림자가 만들어 낸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런 요구를 일축합니다.

한국에는 <우주의 지문>으로 번역된 책에서 그레이엄 핸콕은 치밀한 분석을 통해 사이도니아 지역의 이상 형상들이 단순히 빛과 그림자가 우연히 만들어 낸 착시현상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기하학적 일관성을 지니고 배치되어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엄 핸콕의 가설은 이렇습니다. 먼 옛날 화성은 거대한 강이 흐르고 찬란한 문명이 꽃피던 아름다운 행성이었습니다. 이 화성에 거대 운석이 충돌해 하루 아침에 문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이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거센 폭풍과 재난에도 사라지지 않을 거대한 구조물을 남겼다는 것이죠. 화성의 적도를 따라 형성된 폭 100km가 넘는 거대한 마리네리스 협곡은 바로 이 운석 충돌의 증거라는 주장입니다.

이집트 기자의 스핑크스를 닮은 사이도니아의 얼굴 형상과 피라미드 군은 이렇게 만들어 진 것이란 가설입니다. 바로 이 화성에서 지구로 이주해 온 외계인이 인류의 조상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핸콕은 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지구의 피라미드와 화성의 피라미드가 그토록 일치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핸콕의 가설이 사실로 확인되어 인류역사를 다시 쓰는 날이 오려면 누군가 화성에 직접 가서 탐사를 해야 할 텐데 화성은 지금 지구와 가장 가까워 졌다는 데도 무려 5600만km에 달합니다. 평균 2억2천만km가 넘는 광대한 여행길이지요. 달 탐험과는 차원이 다른 거리입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의 <화성> 3부작은 어떻게 하면 최신의 로켓을 이용해도 6개월이 넘게 걸리는 화성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로빈슨은 화성과 가장 흡사한 기후조건을 지닌 남극기지에서 적응 훈련을 거친 100명의 과학자와 비행사를 선발해 화성에 보내는 것을 상정합니다.

100명의 우주인이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먹을 식량과 산소 등도 중요하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을 내뿜는 태양풍으로부터 승무원들을 보호하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로빈슨은 원통형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우주선의 중심부에 태양풍이 거세질 경우 100명의 승무원이 대피할 수 있는 방사선 차단실을 제안하지요. 금속제의 두터운 차단벽을 중수를 가득 채운 보호막이 다시 한 번 감싸 자그마한 방사선 입자라도 침투할 수 없도록 합니다. 이러한 보호장치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우주여행을 계속할 경우 유전자 배열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잦은 여행은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화성에 도착한 우주선은 이제 해체되어 연구기지로 변신하고 화성 표면의 자원과 에너지를 이용해 정착촌을 건설합니다. 화성의 대기에 풍부한 질소 등을 초강력 제트엔진으로 빨아들여 압축해 건축용 자재를 만든다든지 하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소개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화성의 본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자는 환경파와 지구의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한 개발파가 서로 충돌하면서 내전이 벌어지고 결국 화성은 지구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식민지를 만들어 간다는 줄거리입니다.

문고판으로 무려 2천 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장편 SF소설인데 제임스 캐머론 프로덕션은 이 책의 영화 판권을 구입했다고 하는군요. 영화로 제작된다면 아마 12부작 정도의 TV시리즈로 만들어야 할 만큼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며칠 내린 폭우로 달 옆에서 오렌지 빛으로 반짝이는 화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기회를 놓쳤습니다만 모처럼 화창하게 날이 갠 오늘 저녁 망원경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밤 하늘을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독자들 중에 시력 좋고 운 좋은 분이 있으면 혹시 사람의 얼굴과 피라미드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화성이 혹시 선사인류의 조상이 살던 곳일지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오늘 저녁의 밤 하늘은 충분히 신비롭고 아름다울 듯 합니다.

우주의 지문 - 화성 멸망의 수수께끼

그레이엄 핸콕, 까치(199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