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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김재홍 논설주간
- 정리:손병관 기자
- 사진:이종호 기자


▲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의 기본입장과 국정철학은 변함이 없다. 약자에 대한 배려,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은 그대로 가고 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직 선비의 모습을 그대로 지닌 듯 약간 숫되고 부드러웠지만 이 대목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보수화와 현실타협, 후보시절 개혁의지의 후퇴를 비판하는 질문에 그는 "초심은 살아있으며 장기적으로 5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신당 추진을 둘러싸고 신주류와 구주류 간에 대립이 한창이다. 한나라당도 소장파 의원들이 5, 6공 출신에 대한 용퇴론을 제기해서 정풍운동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중심을 잡고 경제 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주력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인사가 누구일까.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청와대 정책실장과 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일 것이다.

"대통령 보좌 청와대조직 중복과 편중 고쳐야"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한 청와대 조직이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실장은 동의했다. 그는 "차후 조직개편을 할 때 교육, 노사, 복지 등의 분야가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양한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개혁정책의 항해사' 역할 뿐아니라 구체적 정책개발에도 참여함으로써 그런 허점을 보완하는 것이 과거 정부와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노사문제와 관련, 그는 "대통령이 재계 쪽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노동계 대표들과도 자주 만나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노동계를 포함해서 본래의 지지층에 대해 너무 냉정하게 대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보수층은 여전히 불신을 걷어내지 않고 지지층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공무원들 갈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언론 정책과 관련, 그는 "가판신문 구독의 폐지 등 일련의 결정에 대해 공무원들이 후련해 하고 갈채한다"면서 정부와 언론 관계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또 한나라당 인사들이 연속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발언에 대해 그는 "국민으로서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교육정책에서 이 실장은 "고교 평준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대학의 1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별 특성화와 다양화를 기해야 한다"며 "조선일보가 자신과 지난 5월 가진 인터뷰 내용을 9월5일자 기사로 보도하면서 '대학 평준화' 의견인 것처럼 다룬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같이 해명했다.

그는 "서울 강남의 집값이 수도권 다른 지역의 집값을 선도하고 그것이 전국의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준다면서 정부가 어떻게든 강남 집값에 메스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과의 인터뷰는 추석전인 지난 6일 오후 세종로 인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가 개혁정책의 항해사 역할"

- 청와대 보좌진의 업무분담이 편중되고 중복돼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정책실장, 정책수석, 여러 정책비서관들이 모두 경제담당 참모라고 할 수 있고, 거기다 경제보좌관까지 따로 있습니다. 또 외교안보 분야도 국가안보보좌관, 외교보좌관, 국방보좌관에다 대규모의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가 있거든요. 반면, 노동, 교육, 복지 분야는 대통령에 대한 참모 기능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비판입니다. 대통령 보좌 시스템의 정비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 정책실은 지난 정권에서 여러 분야별 수석실을 폐지, 통합해서 외교안보 분야만 제외하고 정책실 산하로 묶은 것입니다. 이유는 각 수석실이 정부 업무에 관여하는 것은 좋은데, 정부 부처에 지시하는 폐해를 극복하자는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정책실 체제도 장단점은 있지만, 장점이 많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책실을 잘못 운영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죠. 하지만 장점이 많기 때문에 각 부처가 잘하도록 하고, 잘못되는 것 있으면 통합적으로 조정하게 하겠습니다."

- 정책실 취지에 맞게 보려면 정책실장의 전문분야가 경제면 정책수석은 다른 전공이나 국정전반을 볼 수 있는 보좌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직 아닐까요. 정책수석은 과거 경제수석과는 역할이 달라야 하지 않습니까. 거의가 경제관료 출신으로 다양성이 없는 정책실이 역할을 다하기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청와대의 정규 참모진들의 보좌가 중요한데, 국정 전반을 대변하는 다양성이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경제전문가가 너무 많다는 지적은 옳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차후에) 체제개편을 할 때 비경제분야로 교육, 노동, 사회, 복지 분야에 보강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현재는 국정과제 태스크포스팀(TF팀)에 노동, 농업, 빈부격차, 차별시정이 들어있기 때문에 비경제분야를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TF팀이라는 것이 한시적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죠. 앞으로 이동이 있고, 조직 개편 있다면 반영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의 기능과 위상도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그러나 청와대의 조직 특성상 정책기획위가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데도 직접 대통령에게 제언하기보다는 청와대 비서진의 업무를 지원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관료적 정책연구 보다도 대통령의 비전을 다듬고 조언하는 독립적인 싱크탱크로서, 개혁정책의 '항해사'와 같은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방금 말씀하신 개혁정책의 '항해사', 구체적 정책개발 업무가 정책기획위로 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정책기획위가 큰 일을 해야합니다. 5년간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밝혀내고, 큰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정책기획위의 임무거든요."

- 외교안보연구원, 통일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전문성이 있는데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에서 맞지 않는 점이 있어서가 아닌가요? 과거 정권에서 관료적인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마인드의 변화를 갑자기 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국책연구소나 정부산하의 많은 위원회들도 있지만, 거대담론을 논의하는 장으로서 대통령에게 큰 방향을 제시하는 곳은 정책기획위 하나 뿐입니다. 다만, 최근 단기적인 정책현안에 해서도 정책기획위에 의존하는 것은 기본업무의 바깥이지만, 사정이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예외적으로 필요한 사안은 역시 이 정부의 개혁정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정책기획위가 맡아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

"조직 안 바꾸는 것이 바람직... 검증 후 개편할 수도"

- 청와대 조직을 고친다면 언제쯤으로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는 조직도 사람도 웬만하면 안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 정부에서 조직과 사람을 너무 자주 바꿔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청와대 조직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최근 개편된 것이기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면도 없지 않습니다. 지금 청와대안에 PPR팀(정책프로세스개선팀)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하는 일이 청와대의 조직을 점검하고 개편하는 겁니다. 늘 점검하고 있지만, 처음 기대와 다르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면 개편해야 하지 않을까요?"

-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 국회가 개회됐습니다.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개혁입법안이나 정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우선,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분권화, 지방화 관련 '3대 특별법'이 있습니다. 지방분권특별법, 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으로 골고루 분산시키자는 기본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집단소송법, 한-칠레간 FTA(자유무역협정)비준안 등도 당장 국회통과가 시급합니다."

- 과거에도 지방육성책들은 많았는데, 법안이 통과한다고 어떤 게 달라지겠습니까?
"지방이 서울에 비해 경제, 사회적으로 낙후된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도 '지방 살리자'는 구호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도권 집중은 계속 심화됐고, 지금에 와서는 한국이 싱가포르 등 도시형 정부를 제외하고는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한 나라가 됐습니다. 일본보다 더 심합니다. 이번 특별법의 의미는 지방이 주도적으로 활성화 아이디어를 내고, 중앙정부는 도와주는 형식의 개혁을 담보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지방발전도 중앙정부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서 지방정부가 중앙만 쳐다봤지만, 이번에는 그런 관성을 180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 이 실장께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정책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작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약과 점차 거리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사관계, 복지정책, 한총련 시위와 같은 공안 문제에 대한 대책 등에서 참여정부가 보수화됐다는 얘기입니다.
"(웃으며)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 이 실장께서도 지난 7월초에 네덜란드식 노사관계를 얘기했다가 저항과 비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내부에서도 비판이 있었다고 하는데...
"작년 선거 때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나 정책적인 면에서 조금 기여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오래동안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의중을 자신 있게 말할 위치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6개월을 거치면서 주요 정책에서 후퇴 내지 보수화됐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인터뷰하는 김재홍 주간(왼쪽).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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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하버드대 니만펠로십 수료. 동아일보 논설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주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17대 국회의원, 방송통신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 서울디지털대 총장 등 역임.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저서 : '한국정당과 정치지도자론' '군부와 권력' '우리시대의 정치와 언론' 외 1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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