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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페스티벌 2003 행사 안내 프로그램 책자에 소개된 황병기의 가야금 공연
오클랜드 페스티벌 2003 행사 안내 프로그램 책자에 소개된 황병기의 가야금 공연 ⓒ 정철용
이러한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에 못지않게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도 이번 축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AK03에서 바로 우리의 음악과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 춤, 연극, 전시, 영화, 무료 이벤트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60여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AK03에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교수와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받아 선보이게 된 것이다.

특히 황병기 교수의 가야금 공연은, 고국을 떠나 있으면서 늘 우리의 선율에 목말라 하던 이곳 교민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전통 음악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는 이곳 현지인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전통 음악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물놀이의 강하고 빠른 비트의 다이내믹한 리듬만을 연상하곤 하는 이곳 현지인들에게, 가야금의 깊고 그윽하고 유장한 선율은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는 9월 24일(수)과 25일(목) 양일간,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성 마태오 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1부에서는 거문고(허윤정)와 대금(홍종진)의 이중주로 연주되는 <영산회상>, 단소(홍종진) 독주곡 <청성곡>, 거문고 독주, 장구(김웅식) 놀이 등 한국의 순수 전통 음악들이 선보이고, 황병기 교수의 가야금 연주는 그의 창작곡만으로 이루어지는 2부 공연에서 들을 수 있다.

<하림성>, <미궁>, <침향무> 등 진짜 '황병기표' 음악이 연주되는 2부 공연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곡은 <미궁>으로, 발표 당시 현대 무용가 홍신자씨의 귀기어린 목소리가 함께 들어가 큰 화제를 모았던 전위적인 작품 <미궁>이 이곳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자못 궁금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지자혜씨가 인성(人聲) 연주자로 참여한다.

한편, 영화 장르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영화 두 편이 이번 AK03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 쇼케이스(Korean Film Showcase)라는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게 되는 두 편의 한국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

오클랜드 페스티벌에서 상영되는 한국영화 <친구>와 <시월애>
오클랜드 페스티벌에서 상영되는 한국영화 <친구>와 <시월애> ⓒ 정철용
축제의 막바지인 10월 4일(토)과 5일(일) 이틀에 걸쳐 상영되는 <친구>와 <시월애>는 내년 2월에 개최될 예정인 제1회 아오테아로아(이곳 원주민인 마오리족들이 ‘뉴질랜드’를 달리 부르는 이름으로 ‘길고 흰 구름의 나라’라는 뜻임) 아시아 필름 페스티벌(Asia Film Festival Aotearoa)의 사전 홍보성 성격으로 상영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과 대만, 홍콩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한국의 영화가 이번 AK03에 선보이게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것은 최근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잇달은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영화의 이름이 세계에 널리 알려짐으로써 가능해진 일일 것이다.

오클랜드 여행 정보 안내지의 표지를 장식한 한국 영화 <취화선>
오클랜드 여행 정보 안내지의 표지를 장식한 한국 영화 <취화선> ⓒ 정철용
지난 7월에 개최되었던 제35회 오클랜드 국제 영화제에서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김태균 감독의 <화산고> 등 4편의 한국 영화가 선보여진 바 있다.

그 중에서 2002년 칸느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취화선>은 뉴질랜드 최대의 여행정보업체인 제이슨(Jasons) 사에서 매달 발행하는 여행 정보지 'Auckland what's on'의 7월호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으며, 김태균 감독의 <화산고>는 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이 157편의 출품작 중에서 고른 8편의 추천작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클랜드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4편의 한국 영화들은 영화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곳 현지 영화비평가들로부터는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 AK03에서 선보이는 <친구>와 <시월애>는 과연 이들의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번 AK03의 총기획자인 사이먼 프래스트(Simon Prast)씨는 이번 행사를 “단순히 오클랜드 시민을 위한 축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서양을 잇는 대규모 문화행사”로서 기획했다고 이곳 현지 교민 신문인 <뉴질랜드 타임즈(The NewZealand Times)>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요 공연 프로그램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황병기 가야금 공연과 한국 영화 두 편 그리고 대만의 타이페이 발레 컴퍼니(Taipei Ballet Company)의 무용 공연이 전부여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봄빛이 점점 짙어지는 9월의 중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이 AK03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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