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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제언론인협회(IPI)의 한국 관련 결의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국정홍보처 산하 해외홍보원(원장 장세창)은 17일 노무현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한 '한국에 관한 결의문'이 왜곡된 정보로 한국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요지의 항의 서한을 요한 프리츠 IPI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서한은 장 원장 명의로 작성됐다.

해외홍보원은 이 서한에서 "결의문 채택 사유에 대한 설명이 기본적으로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를 두고 일부 편향된 시각만 반영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한국 이미지를 훼손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결의문 채택이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이 언론을 탄압하거나 억압하는 나라로 오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해외홍보원은 "노 대통령은 일관되게 정부와 언론간의 '건강한 긴장관계 정립'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국정평가회 언론관련 발언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마치 특정 보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발언을 행한 것처럼 상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신문시장 조사와 관련, "공정위가 7월부터 신문판매시장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때는 지난 6월 25일인데 IPI 결의문은 8월 2일 국정토론회 발언 이후 발표한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홍보원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전파하는 것은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부당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IPI의 권위와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라면서 "한국 언론상황을 평가할 경우 정확한 정보와 균형 있는 시각에 입각해 한국 이미지를 부당하게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 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기관지인 <청와대 브리핑> 17일자를 통해 한국언론 상황을 왜곡해온 IPI 행태를 일일이 열거하며 자격론까지 제기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IPI가 한국의 언론자유 말할 자격 있나' 제하 기사에서 "IPI는 연례총회에서 한국정부의 언론정책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제대로 찬반 토론도 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채택했다"며 "이번 결의안 역시 그동안 한국의 언론상황을 끊임없이 왜곡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IPI가 또 한번 일부 언론의 일방적인 주장만 대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지난 61년 한국이 가입한 뒤부터 최근까지 IPI 행적을 사례로 들면서 "유신 긴급조치와 보도지침 때는 '언론이 자유롭다'고 강변하더니 2001년 한국언론 특별조사 때는 방한 하루만에 언론탄압 감시국으로 포함시켰던 행태를 보면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는데 많은 시사를 준다"고 말했다.

다음은 <청와대 브리핑>이 밝힌 IPI 관련 행적이다.

▲ 1978년 1월 : IPI는 한국의 언론상황이 미국, 스위스와 똑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는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됐을 때이다.
▲ 1981년 3월 : IPI에서 당초 강경한 한국정부에 대한 결의문이 채택될 예정이었으나 한국대표단의 로비로 수정됐다. 그 결과 보고문에 해직언론인을 '부패한 자'라고 매도한 신군부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때 특별교부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1981년 9월 : IPI 갤리너 사무총장은 한국을 방문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면담한 후 "언론자유는 원칙론이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정보전달을 하면 된다는 것이 IPI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 1984년 : IPI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하여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만난 뒤 한국의 언론자유가 "의심할 여지없이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는 보도지침으로 언론자유가 극도로 침해되고 있을 때였다.
▲ 1985년 : IPI는 한국의 많은 해직언론인들이 복직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복직자는 1300명 중 단 28명에 불과했다.
▲ 1994년 : IPI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은 한국을 방문해 "언론은 특정집단을 대변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 2001년 9월 : IPI는 한국의 언론상황을 특별조사한다는 명목으로 방한하여 하루만에 "한국을 언론탄압 감시국가에 포함시킨다"는 지극히 편향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IPI 특별조사단은 방한 후 구체적인 조사도 하기 전에 일방 당사자의 말만 듣고 결과를 미리 발표해버리는 극도로 왜곡된 행태를 보였다.


"IPI 주장은 '참주선동'"
언론·시민단체 IPI 결의안 비판 잇따라

국제언론인협회(IPI)가 15일 연례총회에서 채택한 '한국에 관한 결의안'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기본 인식조차 결여된 IPI의 무지가 오히려 한국언론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언론노조)은 17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결의문이 계속돼온 IPI의 한국 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특히 '한국정부의 모든 권력이 이들 특정신문 탄압에 전시동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시장 조사가 부패한 정부권력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단정한 IPI 주장의 근거를 따져물었다.

언론노조는 "IPI의 주장대로 하면 한국 사회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에 비협조적인 신문을 탄압하는 제3세계형 후진국 사회라는 것"이라면서 "IPI는 몇 년 동안 한국 사회를 향해 이런 류의 참주선동식 결의문을 여러 차례 발표해왔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족벌신문 사장뿐 아니라 족벌신문의 약탈적 시장잠식으로 인해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일부 신문사 사장들까지 이처럼 해괴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총회에 들러리로 참석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IPI 총회 한국대표단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또 "IPI 결의문이 밝힌 탄압받는 특정신문은 과거 군사정권과 결탁해 자국민을 수탈하고 건전한 언론발전을 가로막은 공로로 특혜 속에서 사세를 확장해온 당사자들"이라고 전제한 언론노조는 "그럼에도 IPI가 이들을 고난받는 반열에 올려놓은 점에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IPI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IPI에서 조선, 동아, 중앙일보가 차지하는 막중한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민언련)도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유신시절 독재정권의 언론탄압을 사실상 뒷받침한 IPI가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방침이나 왜곡보도에 대한 정부의 소송을 놓고 '비판언론 공격'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소수 거대 언론들이 고가 경품을 동원해 신문시장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두고 정부의 개혁적인 정책기조를 흔들기 위해 온갖 왜곡보도를 저질러도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언론자유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민언련은 "수구언론들은 민감한 현안이 제기될 때마다 '국익'을 내세우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대해 '파업으로 국가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공격해왔다"면서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해외단체를 악용해 한국을 '언론자유탄압 감시대상국'에 올려놓고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국익 훼손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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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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