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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의회 사무실에 점거중인  농민들
의성군의회 사무실에 점거중인 농민들 ⓒ 의성군농민회
경상북도 의성군 농민회는 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항의해 26일 오후 5시부터 군의회 의원실 점거 농성에 들어 갔다.

농민회에 따르면 지난 9월17일부터 26일까지 의성군의회 의원 5명과 군직원 2명이 해외연수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9박10일동안 유럽 4개국을 방문해 총경비 2천4백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의성군 농민회는 올해 심각한 냉해 피해와 수입개방 압력, 태풍매미의 피해 여파로 최악의 고통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군의회 의원들이 군민을 외면하고 외유를 떠났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의성군 농민회 (회장 신택주)는 26일 군의회 의원의 귀국에 맞추어 군의회 사무실을 점거하고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해외연수 경비 반납 및 대군민 사죄로 농민회는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점거농성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성군 농민회 김상권 사무국장은 "이번 태풍 매미로 수해지역의 복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무책임한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와 인식을 바꾸기 위한 행동" 이라며 점거 농성취지를 간략히 설명했다.

군의회 점거농성을 시작하는 의성군농민회 성명서

의성군의회 의원들은 해외연수 경비를즉각 반납하고, 군민들에게 머리조아려 사죄하라!

태풍매미로 인한 피해는 피해면적과 피해액으로만 산출될 수는 없다. 올해 계속된 호우로 인한 일조량의 부족으로 이미 최악의 흉년을 점치고 있었으며, 태풍이 상륙하던 날 지구 반대편에서는 농민의 자결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더구나 올해는 한-칠레 FTA다, WTO 수입개장이다 하면서 농촌의 민심은 흉흉해지고 있었다. 결국 태풍매미가 몰고온 피해는 농촌의 민심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하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수습하고 전 군민이 일치단결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할 군의회 의원들이 군민을 외면하고 해외로 외유를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의원들의 해외연수 일정을 확인해본 결과 상식을 가진 농민이라면, 상식을 가진 군민이라면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10일 간의 외유, 유럽 4개국 방문, 총경비 2천4백만원 지출, 5명의 군의원 및 수행 공무원 2명을 대동하여 출발한 이번의 의원해외연수는 도저히 해명될 수 없는 몇가지의 질문이 존재한다.

첫째, 왜 이런 시점에 해외연수를 잡았는가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전체 군민이 단결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해외로 연수를 떠났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둘째, 과연 위와 같은 경비를 써가면서 10일동안 4개국을 방문한다는 것이 과연 관광의 차원인지 연수의 차원인지 의심스럽다. 해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해외로 연수를 떠나왔다. 해외연수를 통해 견문을 넓히고 의정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좋은 취지가 과연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제대로 군민들에게 보고된 적이 있던가? 더구나 전통적인 농업군인 의성군의 의원들이 해외의 유명 도시를 연수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하다. 이와같은 민심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해외로 나가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군정을 책임지고, 군의회를 이끌고 있는 군의 지도자들이 현재의 민심을 수습하는 길은 자신들의 무분별할 행동에 대해 군민 앞에 사죄하고, 그 경비를 태풍피해보상이나 군의 발전을 위해 반납하는 길 밖에는 없다.

더 이상의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해외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며 이러한 농민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의성군농민회는 군의회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할 것이다.

2003년 9월 26일
전농 의성군농민회 / 의성군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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