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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3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전 장관 언론인 로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3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전 장관 언론인 로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언론사 간부 등과 만나 식사를 한 뒤 부장급은 500만원, 차장급은 300만원씩 봉투를 돌리는 등 1회 식사비용이 5000만에 이른다."

지난 26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공판과정에서 나온 김영완씨 진술 내용의 일부이다.

그러나 촌지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언론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는데 그치거나 사실왜곡, 또는 아예 보도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1층 로비에서 '박지원 장관 언론인 로비 진상규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성은커녕 비껴가기 보도로 일관하는 언론(인)에 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은주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다루는 주요 언론의 보도태도를 분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박 전 장관의 1차 공판 과정에서 공개된 '권력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를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타인이나 정권을 비판할 때는 엄격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지면을 대대적으로 할애했던 언론들이 정작 자신들의 치부와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고 심지어 왜곡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이율배반적인 보도를 한 곳으로 <조선일보>가 꼽혔다. 조선은 27일자 5면 하단에 '박지원 "현대 돈 한푼도 안받았다"'라는 제목으로 비중을 크게 낮춰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은 해당 기사에서 「검찰은 "돈 세탁을 맡겼던 김영완씨에게 (박지원씨가)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느데 돈이 많이 든다'고 푸념하면서 수십 차례에 걸쳐 30억원 가량을 받아썼는데 비자금이 아니냐"」는 부분만 인용했다. 그러나 정작 김영완씨가 언급한 "부장급은 500만원, 차장급은 300만원씩 봉투를 돌리는 등 1회 식사비용이 5000만원에 이른다"는 부분은 빠져 있어 돈의 사용처보다는 '출처'를 부각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조선에 비해 검찰이 공개한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실어 차이를 보였으나 역시 언론인 비리 의혹보다는 박 전 장관의 비자금 조성 부분을 부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는 27일자 8면 하단 '박지원씨 "현대 돈 안받았다"'에서 「검찰이 "돈세탁을 맡았던 김영환씨의 진술서에는 피고인이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푸념하면서 수십차례에 걸쳐 39억원 가량을 받아썼다고 돼 있는데 사실이냐"…검찰이 또 "김씨는 '박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부장은 500만원, 차장은 300만원씩 든 봉투를 주고 한번 회식에 50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적고 있다"며 사실여부를 확인하자 박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중앙 역시 27일자 7면에서 '검찰 "1회 접대비 5천만원 썼나" 박지원씨 "주 4∼5차례 식사만…"' 제하로 작게 다뤘다. 중앙일보는 「검찰은 "김영완씨 진술서에 따르면 피고인이 문화부장관 시절 언론사 간부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 때마다 식사비·술값·촌지를 포함해 5천만원 정도를 쓴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다…검찰은 또 "김씨는 피고인이 '언론인들과 만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면서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또 김씨 본인도 20∼30회에 걸쳐 1천만∼1억원씩 30여억원을 줬다고 하더라"고 추궁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를 비롯 <세계일보>와 <한국일보>는 박 전 장관의 대언론 로비와 관련한 검찰 발언을 비교적 비중있게 보도해 '조·중·동' 3사와 대조된다는 평가이다.

한겨레는 27일자 사회 2면에 '박지원 "기자들과 회식비 5천만원"'이라는 제하 기사에서 박 전 장관과 언론인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김영완씨 진술을 비교적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26일 공판에서 "박씨가 기자들과 한 차례 식사하면서 5천만원을 쓴 적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박 전 장관이 국민의 정부 시절 김씨한테서 적게는 현금 1천만원, 많게는 1억원씩을 수시로 가져갔다"…"'기자들과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부장급에게는 500만원, 차장급에게는 300만원을 줘 5천만원 정도가 나간 적이 있다는 박 전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 내용이 김씨의 진술서에 있다"」등을 상세하게 서술했다.

세계와 한국도 27일자에서 각각 '"DJ모시고 밖에나가 살려했다"'와 "DJ모시고 해외서 살려했다" 기사를 통해 검찰이 공개한 김영완씨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그러나 방송3사의 메인뉴스와 <경향신문>은 아예 관련 진술 부분을 기사화하지 않아 의도적인 비껴가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언론노조와 민언련은 이같은 보도태도는 "촌지수수라는 돈의 사용처보다 비자금 조성에 무게를 둬 언론에게 돌려질 비난을 무디게 만드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며 올바른 보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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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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