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부안핵대책위가 지난 8월 말 구성을 논의했다가 무산된 대화기구 구성 건에 전격적으로 합의해 '부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지난 3일 낮 고건 국무총리와 부안핵대책위 문규현 신부, 김인경 원불교 교무, 수경스님,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고영조 부안대책위 대변인 등 대책위 대표단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고 총리는 "대화는 조건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고 총리는 '부안 핵폐기장 유치를 전제로 한 일체의 행정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부가 '현재까지의 진행상황과 절차 인정', 대책위 측은 '부안 문제의 원점 재검토'라는 각각의 조건을 전제해 왔으나, 이 자리에서는 '전면추진'과 '백지화'라는 전제조건을 내 걸지 않고 '조건없는' 대화를 하기로 합의됐다.
양측은 정부대표 2인, 대책위 2인, 그리고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가 추천하는 중재인 1인으로 대화기구를 구성키로 했으며, 빠르면 내 주 첫 회의를 가지기로 했다.
대책위는 군민들에게 3일 밤 촛불집회 경과보고 시간을 통해 대화기구 구성을 알리며, "이번 대화기구 구성은 절대 '협상과 타협'이 아니며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겠다. 한시라도 이번 대화가 '시간끌기, 물타기'로 변질된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겠다"고 말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대화자세를 촉구했다.
한편, 대화기구 구성 소식을 부안 군민들은 정부의 한발 물러선 태도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주민들 사이에는 "정부가 사실상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대화기구를 다시 구성키로 합의한 것 아니냐"며 긍정적인 추측도 오갔다.
이날 촛불시위에 참가한 한 주민은 "70일이 넘는 촛불시위, 40일에 이르는 등교거부투쟁을 해온 우리들에게 정부가 조그만 배려를 한 것같고 대화의 물고를 뜬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더 이상 정부가 시간끌기한다는 건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므로 원만하게 대화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책위는 "학생들의 등교거부 투쟁은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정할 계획이며, 부안군민들의 촛불시위는 대화기구 구성과는 상관없이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