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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주전남 지역에서 민간인 학살과 관련 경찰의 공식문서가 공개되고 집단 학살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유골이 발굴되는 등 진상규명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후퇴하던 경찰이 인민군으로 위장하고 민간인을 총살한 사실이 경찰의 공식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돼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기관의 자료 공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완도경찰서, 1명 외에 나머지 사건은 부인

▲ 완도경찰서가 군의회에 통보한 회신문. 이 문서에서 경찰은 나주경찰부대가 인민군 위장전술을 수행했다고 확인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그 동안 한국전쟁 당시인 50년 7월 전남 해남군, 완도군과 진도군 일대에서 경찰로 구성된 소위 '나주부대'가 북한 인민군의 공격에 밀려 후퇴하면서 인민군으로 위장해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 증언과 주장이 있어왔다.

이에 대해 전라남도경찰청과 완도경찰서가 지난 93년 9월 10일 당시 완도군의회 유귀석 의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나주부대의 실체와 함께 인민군으로 위장해 민간인을 총살한 사실을 공식 문서로 통보한 사실이 지난 1일 광주CBS 보도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전남도경찰청은 93년 8월 당시 유족들과 완도군의회가 제출한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통보한 바 있다.

경찰은 이 문서를 통해 "50년 7월 하순경 무방비 상태에 있는 호남지역을 (인민군이) 물밀 듯이 점령하면서 남하하였으며 나주경찰서 부대 역시 해남 남창리까지 밀려 내려왔다"면서 "이때 남창에 도착한 나주부대가 완도경찰서로 전화를 한 사실이 있는데, 나주경찰부대가 전시 위장전술로 '우리는 인민군이며 완도로 간다'고 한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주부대가 완도에 도착했을 때 인민군을 환영하는 인파가 완도중학교에 몰려들었고 한 여인이 인민군 만세를 불러 현장에서 총살했다"며 "이때 4명∼5명을 검거 사살했다는 말이 있으나 보다 상세히 진술한 만한 참고인이 없어 내용은 입증하기 지난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나주부대가 청산도와 소안도에서도 똑 같은 위장전술로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입증할 만한 근거 자료가 없다", "입증하기 지난하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민간인 학살과 관련 완도군 유족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김보희씨는 "당시 나주부대는 해남을 시작으로 완도와 진도 등지에서 인민군으로 위장해 인민군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사살해 바다에 수장시켰다는 증언들이 있다"면서 "당시 주민들은 인민군이 오면 인민군을 국군이 오면 국군을 환영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경찰의 위장전술로 학살된 분들이 1000여명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피해사례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해야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한다"면서 "현재 유족회 구성을 추진 중이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민간인 학살에 대한 조사를 꾸준히 벌여왔던 최완욱 광주인권운동센터 사무국장은 "경찰의 이 문서는 인민군으로 위장해 민간인을 학살했던 나주부대의 실체 뿐 아니라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기관의 최초 확인이라는데 그 의미가 있다"면서 "이 지역에서 민간인 학살 규모는 조사된 것으로만 보면 10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한편 93년 경찰의 공식 문서를 통보를 받은 유족들과 완도군의회는 경찰의 민간인 학살 확인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공개하지 않다가, 광주CBS의 취재 과정에서 공개하게 됐다.

영광에서 학살된 민간인 추정 두개골 등 발굴

▲ 전민특위는 지난 5일 영광 불갑면 야산에서 유골 발굴 작업을 벌였다. 이신 조사단장이 발굴된 유골을 내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와 함께 지난 5일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140여명이 집단 학살된 것으로 알려진 영광군 불갑면 쌍운리 내산서원 근처 야산에서 유골이 발굴되고 영광 불갑산 일대에 대한 발굴 작업이 19일 있을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군학살만행 진상규명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이하 전민특위)'는 이날 오전부터 발굴작업을 벌여 정강이뼈, 두개골 등 50여점의 유골을 수습하고 근처 야산에 봉분을 마련해 이장하고 약식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발굴은 51년 당시 17살이던 강대원(67)씨의 증언으로 이뤄졌으며,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민간인 1500여명이 학살됐다는 증언에 따라 지난해 함평군 해보면 불갑산 일대에서 유골이 수습된 이후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두 번째로 가진 발굴이다.

발굴 현장을 찾은 강씨는 "당시 민간인 140여명이 포승줄에 묶인 채 끌려와 3일 동안 노숙시키다가 구덩이 2개에 밀어넣어 집단 학살했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52년만에 이렇게 어두운 땅에서 양지로 희생자들을 옮겨놓으니까 감회가 새롭다"면서 "어떻게 죽었는지나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 등의 증언에 따르면 1951년 2월 국군은 불갑산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빨치산 토벌작전(소위 대보름작전)을 벌이면서 민간인들을 집단 사살하고 이후 일부 민간인들을 검거해 학살했다는 것이다.

한편 전민특위 광주전남본부 조사단은 오는 19일, 지난해 5월 유골이 발견돼 집단학살 현장으로 추정되고 있는 함평군 해보면 삼내리 불갑산 일대에서 2차 유골발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신 조사단장은 "51년 2월 당시 함평과 영광 등지에서 불갑산으로 모여든 1000여명의 민간인들이 집단학살 당한 사건이다"며 "지난해 유골이 발견된 만큼 집단학살지를 가능성이 높아 정부차원의 진상규명과 발굴을 촉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민특위 광주전남본부는 이날 유골 발굴과 함께 위령제를 지낼 예정이다.

▲ 유골 발굴 과정에서 단추와 고무신 등도 발견됐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이날 전민특위는 발굴한 유골을 수습해 이장을 하고 약식 추모제를 갖기도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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