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등교 첫날인 6일. 한 초등학교 교문 앞.
ⓒ 부안핵대책위
지금 부안의 학교들은 등교 거부로 인한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채우느라 부산하다. 한 달을 넘게 이어온 학생들의 반핵 등교 거부 투쟁이 지난 10월 4일 부안대책위와 학교운영위원장단의 회의를 거쳐 철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등교 거부 철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백산고에 다니는 오모군은 "이번 등교 거부 철회 절차는 비민주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등교 거부 철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귀를 기울였어야 할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등교 거부에 대해 언론 등에서 '학생들을 볼모로 하는 시위'라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동참하는 자율적인 등교 거부'라고 항변했었고 주체적으로 참여했어요. 저는 등교 거부를 계속 해야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어른들은 그런 의견 수렴도 없이 등교 거부를 철회해 버렸어요."

부안고의 이모군도 "정작 등교 거부는 학생들이 했고 반핵 활동도 그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한 것인데, 등교 거부 철회 문제를 학생들과의 회의도 거치지 않고 결정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전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일부 과격한 어른들의 생각에 휘둘려 등교를 거부했다는 일부 생각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등교 거부는 학생 '자신'의 문제였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는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다시 '답답한' 학교로 돌아간 학생들

어른들의 결정대로 등교 거부를 철회하고 등교한 첫 날. 일부 학생들에게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는 영 불편하기만 하다. 등교를 거부하는 동안 현장에서의 자율적 토론과 민주주의, 그리고 자율성을 체험하고 돌아온 아이들에게 '생활 지도를 통한 학습 습관을 기르게 한다'는 교육 당국의 방침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학교가 등교 거부를 하기 전보다 지금이 더 억압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지고 50분(수업 시간)이 너무 답답해요." 학교를 다녀온 첫 날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일부 학생들은 학교 생활의 답답함을 쏟아냈다.

더구나 등교 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활동했던 김모양(부안여중)은 이유도 없이 교장실에 불려가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음을 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대답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며 "학생의 본분에서 어긋난 학생"이라는 '기분 나쁜' 꾸지람을 들어야만 했다.

군의 전체적인 등교 거부라는 유래 없는 경험을 한 학생들이 돌아간 학교는 여전히 갑갑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토론이나 자율적인 의사 결정 등 산교육을 체험한 학생들에게 그런 학교의 모습은 더욱 권위적으로 다가올 뿐이다.

등교 거부 통해 '나'를 배운 학생들

따라서 학생들에게 등교 거부 중 반핵민주학교를 통해 배웠던 '자유'는 더 큰 의미와 무게로 다가온다.

"반핵민주학교는 자유롭고, 다양한 체험과 토론을 통해서 뭔가를 배워나갈 수 있었죠. 가장 좋았던 것은 9월 30일 서울 상경 투쟁이었어요. 내가 직접 참여하고 준비해서 서울에 다녀왔는데 다녀왔을 때 부안에서 어른들이 박수를 치면서 학생들을 맞아줬어요. 그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뿌듯함'을 느꼈어요."

백산고의 오모군은 반핵민주학교에서 자신이 뭔가를 주체적으로 해냈다는 경험을 소중하게 평가했다. 등교 거부를 철회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간 학생들. 그들에게 학교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

▲ 10월 6일 학생들 주최의 촛불 문화제. 핵폐기장 유치가 완전 백지화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결의를 다진다.
ⓒ 참소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