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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된 알래스카가 원래 러시아 영토였다는 사실은 웬만한 독자분들은 다 알 것이다. 1799년 러시아는 알래스카에 러시아령 아메리카라는 거점을 확보했으나 러시아 재정의 파탄과 적대국 영국의 알래스카 점령 가능성 등으로 인해 이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당시 미국 의회는 알래스카 매입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쓸모없는 냉장고 같은 땅의 가치를 당시로서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계획의 주역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스워드였다. 결국 그는 약간의 편법을 이용하여 1867년 알래스카 구입 승인 법안을 통과시킨다. 당시 대통령 앤드류 잭슨조차도 마지못해 이 법안에 서명했을 정도였다.

당연히 미국의 언론은 스워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부었다. '커다란 냉장고를 720만 달러나 주고 산 스워드', '세기의 어리석은 스워드의 정책' 등등의 혹평이 계속되었고 국민 여론도 냉담해졌다. 스워드는 국민과 언론으로부터의 비난에 만신창이가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1899년 알래스카에서는 마침내 금광이 발견되어 골드러시가 시작되었다. 주변 바다의 수산자원의 가치도 재평가되었고 1968년에는 마침내 석유와 천연가스의 매장이 확인되었다. 냉전 시대에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항공 교통이 발달한 지금은 북반구 항공 교통의 요지로서도 인정되고 있다. 720만 달러라는 당시의 구입자금을 지금의 화폐로 환산한다고 해도 이것은 분명히 엄청나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스워드의 알래스카 구입에 대한 비판은 어느새 찬사로 바뀌었다. 멍청한 국무장관에서 선견지명의 안목을 지닌 정치인으로. 이래서 여론은 간사하고 변하기 쉬운 것이라고 하는가 보다.

이제는 육로로 평양을 다녀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슈퍼마켓의 라면이 동나고 전쟁의 공포에 떨었던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의 싹이 트고 있다. 대한민국의 꾸준한 햇볕정책의 실천이 맺은 열매이다. 퍼주기라는 비난,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이라는 비판, 지지율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내대본 정책은 결국 재평가받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알래스카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직까지 섣불리 단정할 수만은 없지만 과연 세월이 흐른 후 이 땅의 냉전 세력, 보수 세력은 과연 무어라 말할 것인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내대볼 줄 아는 정치인이 드문, 나아가 오히려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이 더욱 더 기득권에 강렬히 집착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알래스카의 교훈은 우리에게 크게 다가온다. 이래서 정치 개혁은 더욱 필요한가보다. 아니 시대적 과제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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