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호주제 폐지 선언 기자회견
ⓒ 전여대협
"희망찬 21세기에 호주제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습니다."

호주제 폐지에 대학생들도 나섰다. 전국 대학 과학생회장들은 지난 17일 경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주제 폐지를 선언했다.

'전국 대학 과학생회 및 과학생회장 호주제 폐지선언 참가자 일동' 명의로 발표된 선언은 호주제가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고 여성을 '2등인간'으로 전락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일제시대 천황 통치체제를 굳건히 하고 식민통치를 용이하게 하기위해 일본이 만들어놓은 구습인 호주제를 고수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전여대협 강정은하 의장
ⓒ 전여대협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희대학교 최희진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장과 영미 사학과 학생회장은 "호주제를 폐지하는 것은 잘못된 법을 없애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호주제 폐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성차별의식을 극복해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과학생회장들은 "개인의 신분관계를 합리적으로 표시하는 평등한 신분등록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전여대협) 강정은하 의장은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전여대협 대(對) 국회 촉구문'을 발표했다. 강 의장은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호주제 폐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한나라당 심규철, 최연희, 자민련 김학원 의원 등은 이제라도 호주제 폐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선언에는 경기대, 충북대를 비롯한 전국 109개 과학생회 및 과학생회장들이 동참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경희대학교 조이성애 총여학생회장과의 일문일답.

▲ 경희대학교 조이성애 총여학생회장
ⓒ 송민성
- 이번 선언의 취지와 배경은?
"호주제를 둘러싼 논의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전여대협의 목소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비판이 있었다. 호주제라는 문제를 가장 진보적인 공간이라고 하는 대학에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선언을 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선언을 시작으로 호주제 폐지의 뜻을 적극적으로 모아갈 것이다."

- 왜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호주제라는 법 안에 들어있는 성차별적 요소이다. 남자에게만 호주가 승계되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흔히 호주제를 성씨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이른바 '씨'라고 이야기되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 그렇다면 호주제의 대안은 무엇인가?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실시되면 제각기 법적인 적을 가지게 되고 모두가 가족의 중심이 된다. 굳이 가족을 호주 중심으로 묶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 일부에서는 호주제 폐지가 가족의 해체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한국의 이혼률은 세계 2위, OECD 국가 중 1위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400여쌍이 이혼했다는 통계결과도 나온 바 있다. 무엇이 가족 해체를 불러오는가? 법적 체계인가? 그렇지 않다. 가족을 유지시키는 것은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과 믿음이다. 아무리 법적인 틀로 가족을 강제한다고 하더라도 사랑과 유대감이 없다면 가족은 무너지고 만다. 가족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족의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경희대에서는 한의대, 이학부 등이 선언에 참여했다. 구체적인 과정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우선 인터넷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한의대의 경우 학생회의 중심의결 체계인 학생총회를 통해, 이학부, 관광학부 등 4개 과에서는 과 홈페이지와 커뮤니티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호주제 폐지를 결정했다.

그만큼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미 드라마나 인터넷을 통해 호주제에 대해 잘 알고있기 때문에 따로 선전할 필요도 없었다. 거의 70% 이상의 수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했다."

- 개인적으로도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을 하고있는데 주위의 반응은 어떤지.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신다. 남자들은 자기 성을 자식에게 대물림하지만 여자는 자기로서 끝난다. 내 자식에게 성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을 가장 기뻐하셨다. 친구들도 호주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관심을 보인다. 주로 대안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이제는 호주제 폐지 여부를 이야기할 단계는 뛰어넘은 것 같다."

ⓒ 송민성
- 강정은하 의장은 '대(對) 국회 촉구문' 발표에서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들을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택할 것이며 그 대상은 어떻게 한정할 것인가?
"아직 구체적인 방향까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성정책 여덟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호주제라고 생각하고 호주제 폐지에 집중할 생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질적인 낙천·낙선 운동도 할 수 있다. 대상은 유보입장을 가진 의원들까지 포함한다. 유보입장을 표명한 의원들이 대부분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 어떤 문제에 대해 유보입장이라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여론을 재고있는 것 아니냐? 우리는 그들에게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다."

- 경희대 내에서도 모든 단위가 참여한 것은 아니다. 일단 출발은 했으되 갈 길은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이번 선언을 통해 40여명의 친구들이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에 참여했다. 여성운동에 관심있는 사람들만 호주제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호주제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총선을 내다보며 성매매 방지법과 같은 여타의 정치적 사안과 묶어서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다."

ⓒ 전여대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