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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종로 느티나무 카페에서 '이라크 파병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28일 서울 종로 느티나무 카페에서 '이라크 파병보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 최한성

도대체 '고위관계자'는 누구인가
민언련 '파병보도' 관련 청와대에 건의

민언련은 지난 24일 최근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 보도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민정수석, 박주현 국민참여 수석 앞으로 건의서를 보냈다.

민언련은 "언론 모니터 결과 정부 일각과 보수언론의 '전투병 파병' 여론조작 실태가 심각한 상황임을 확인했다"면서 "특히 출처불명의 '고위관계자'를 내세운 일부 언론의 추측보도가 '파병 원칙'만 밝힌 정부 정책에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언련은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른 이같은 '관계자'들의 발언이 수구언론의 여론몰이에 악용될 수 있다"며 청와대가 이들을 밝혀내 엄중 문책할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보도를 접한 국민이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불행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민언련은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전투병 파병을 위한 일부 세력들의 여론몰이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의 외교·국방 라인 관료들을 철저히 관리, 감독해 줄 것도 당부했다. 민언련이 심각한 익명 취재원으로 지목한 표현은 '정부 고위 관계자'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이다.
주요 언론이 이라크 추가 파병결정에 대해 뚜렷하게 찬반으로 대결하는 상황이지만, 쟁점을 둘러싼 집중보도나 심층적인 기획기사 없이 한쪽 논리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이하 민언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에서 '이라크 파병보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를 열고 불확실한 출처를 근거로 한 언론의 예단보도가 위험수위를 넘고있다고 성토했다.

양문석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은 지난 17∼24일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일간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관련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조·중·동, 파병 반대하는 시민은 없다?

먼저 스트레이트 기사의 정보원 비율을 보면 정부 관계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사별로는 조선일보(45.5%)가 가장 많았고, 경향(42.9%), 중앙(39.3%), 한겨레(32.4%), 한국(30.3%), 동아(25.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또 정부가 구체 사항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대부분 추측보도에 그치고 말았지만,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신문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사별 파병결정 찬반 입장은 선명하게 나타났다. 조중동은 파병에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태도를 보인데 비해 경향과 한겨레는 반대 논조를 보였다. 한국은 반대와 중립적인 태도가 많았다.

사설·칼럼·기고를 분석한 결과, 조선(8건)과 동아(6건)는 조사 대상 모두 찬성 일색이었다. 중앙은 총 8건 중 찬성 7건과 반대 1건이었다. 한겨레는 총 9건 중 반대 8건, 찬성 1건이었으며 경향은 총 6건 중 반대 5건과 중립 1건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반대 3건과 중립 2건이었다.

조중동의 찬성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결정으로 명분이 생겼다는 점과 국익이 크고 한미우호관계 또는 한미동맹 강화라는 측면이 가장 핵심적인 논거였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정도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이유와 국익에 손실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반대를 했다. 조선과 중앙은 "한미 우호관계 확립을 통한 한반도 평화"를 찬성의 주요 이유로 들었지만, 한겨레는 "오히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더 부추길지 모른다"면서 상반된 논리를 폈다.

신문들은 자사 입장에 따라 보도가치가 있는데도 누락하거나 외면하기도 했다. 조중동의 경우 시민사회단체의 파병반대 의견과 시위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한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보고내용에는 촉각을 기울이면서, 이와 상반된 유엔 보고서는 의도적으로 외면했을 뿐 아니라 한국군 주둔지로 유력한 모슬 지역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
양문석 언론노조 정책위원 ⓒ 최한성
특히 동아는 조선이나 중앙의 솔직한 시인과 달리 '모슬지역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 한국도 미국에 대한 평가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양 위원은 "파병을 찬성하는 언론이나 반대하는 언론 모두 구체적인 정보나 합당한 논리 없이 자신의 입장을 부각시키는 내용만 앞세워 국민을 설득하려고 한다"면서 "찬반 양론의 쟁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엔 객관적인 저널리즘이 없다"

송종길 한국방송영상진흥원 연구원은 '대한민국엔 객관적인 저널리즘이 없다'는 표현으로 사실접근 노력의 부재를 꼽았다. 언론이 정부가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팩트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파병시기나 규모 문제부터 얘기했다는 지적이다.

송 연구원은 똑같은 현지 사정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하는 테도에 대해 "언론사별 판단에 따라 논조가 다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면 분명한 지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파병 방송 보도의 특징으로 △심층보도가 없고 △예측보도가 많으며 △초기 보도량이 적다가 최근 급증한데다 △정황 위주로 쟁점도 없고 △정부 중심의 보도가 많다 등의 문제점을 들었다. 또 그는 "공공 소유인 전파를 근간으로 하는 방송보도엔 자기가치나 이데올로기가 나타나면 안되는데 중립적이지도 심층적이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송종길 한국방송영상진흥원 연구원
송종길 한국방송영상진흥원 연구원 ⓒ 최한성
토론자로 참석한 김태경 <오마이뉴스> 기자는 파병 혼란의 주범으로 비공개주의로 일관한 노무현 정부, 특히 파병찬성 일색인 외교·안보라인을 지목했다. 노무현 정부는 추가파병 얘기가 나오고도 한달 반 동안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결정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교·안보라인은 논쟁의 초점을 '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아닌 파병 시기와 규모 등으로 옮기며 파병 자체를 기정사실화했다"고 비판했다.

또 김 기자는 사안을 심층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채 표피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는 언론보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 찬반을 떠나 △1차 파병 당시 '국익론'의 실효성 △정부의 파병-북핵 문제 연계 △유엔 결의안 통과 가능성 등 이면을 짚지 못하고 이벤트성 사건 보도에 치중했다고 평했다.

"왜 9시뉴스만 보고 전체 문제로 환원시키는가"

이재강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일부 언론이 여론조사 질문 등을 통해 특정 방향으로 몰고가려는 보도를 했다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기자는 "파병관련 논란을 보면서 누군가에 의한 언론플레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파병에 동의하는 일부 언론은 이에 적극 뛰어든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신문의 경우 노골적으로 파병 찬반을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우리 시각에서 병사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게 될지, 현지는 과연 안전한지 등 정확한 사정을 알려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문과 비교해 방송보도의 심층성, 객관성 부족을 지적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층성에서 신문보다 못했다는 비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왜 9시뉴스만 보고 전체 보도의 문제로 환원시키냐는 내부 문제제기도 있다"고 전한 그는 "방송 파병보도의 객관성 부족은 그 여지가 있지만, 신문과 비교해 더 못하다는 비판은 억울하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재강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
이재강 KBS 미디어포커스 기자 ⓒ 최한성
이 기자의 반론에 대해 송종길 연구원은 9시 뉴스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송 연구원은 "다른 시간대 뉴스와 묶어서 얘기하자고 하는데 과연 자정뉴스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그렇다고 방송이 신문에 비해 문제가 많다는 게 아니다, 다만 매체영향력이 더 큰 방송에 대해 좀더 엄격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답했다.

양문석 정책위원 역시 방송보도의 형식적인 객관성을 제기했다. 양 위원은 "방송은 껍데기는 객관적인데 당파성을 띄는 게 비일비재하다"며 "KBS 9시뉴스의 경우 파병관련 보도 8개 중 7개가 찬성을 전제로 보도한 경우도 있다"고 거론했다.

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 부장은 정부의 잘못만 강조하면 너무 단순하게 비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정부의 외교·국방라인 뿐 아니라 몇몇 언론이 서로를 활용하면서 파병 찬성으로 몰고왔다"며 "그런 측면을 간과하고 노 대통령만 거짓말하고 잘못했다고 비난하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역시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한 책임은 언론 자신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최 총장은 "언론과 정부의 책임을 구분해 지적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객관적 사실 이상의 보도가 양산돼 국민이 휩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총장은 정부의 정보공개가 미흡했다면 밝혀진 사실까지만 쓰고 더 이상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 총장은 "구체적인 정황을 갖고 보도할 수 있다, 하지만 개연성만 갖고 확정된 것처럼 1면에 터뜨리는 보도는 무책임하다"고 지적한 뒤,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면서 파병 규모를 추론하는 예측보도를 그 사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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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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