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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문화 확산을 위한 '평화까치문화제'가 지난 29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렸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이하 한교여연)가 주최한 이번 문화제는 우리 사회의 반(反) 평화와 폭력, 분단, 성차별을 극복하고 평화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마련되었다.

▲ '시김새'의 흥겨운 길놀이
ⓒ 송민성
평화, 분열과 갈등, 회복이라는 세가지 주제로 나누어 진행된 본행사에서는 평화극 , 평화노래와 함께 우리 주변의 반(反) 평화를 꼬집어보는 이야기 마당이 마련되었다. 이야기 마당에 나선 세 발언자들은 각각 환경오염으로 인한 불임 등의 여성문제, 군대내의 음란성과 폭력성, 교회내 성폭력 문제를 자세히 소개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줄곧 은폐되다시피 한 교회내 성폭력의 경우 관객들의 관심은 더욱 컸다. 교회내 성폭력 문제를 발언한 권미주씨는 "목회자가 자신의 지위와 하느님의 권위를 빌어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하는 경우 여성 신도들조차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네가 거짓말 하는 것 아니냐, 너만 조용히 입다물면 우리 교회도 아무 문제없이 잘해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고 욕을 합니다. 교회는 목사편과 피해자편으로 나누어지구요. 그러다보니 피해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피해자를 불신하는 주변의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목사님은 그럴 분이 아니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어요. 그러나 교회내 성폭력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권미주씨는 앞으로의 여신도 교육에는 성폭력을 당했을 때의 대처방법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평화 공동체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 평화의 까치그림 찍기에 참여하고 있는 중학생들
ⓒ 송민성
그 밖의 부대행사로 대인지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인지뢰 만화전, 평화새기기 페이스페인팅, '전쟁과 여성·어린이' 사진전 등이 마련되었다. 공원 한 켠의 까치밥집에서는 노숙자들을 위해 떡과 음료수 등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2시간여에 걸친 문화제는 풍물패 '시김패'와 관객들의 흥겨운 어우러짐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이번 문화제를 기획한 한교여연 이문숙 총무는 "이번 행사를 통해 무엇이 생명을 죽이고 공동체를 파괴하는가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또 "시청 앞에서 파병찬성과 반대로 갈리는 사람들을 보세요. 엄청난 사람들이 파병을 찬성하는 편에 서고있습니다. 어떤 이유와 명분을 대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대량살상행위에 찬성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파병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단순한 선언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깨달은 이 총무는 고민끝에 사람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삶 속에서의 평화문화'라는 답을 얻었다고.

"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평화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평화이며, 생명을 지향하는 힘이 곧 평화입니다. 이제까지 한교여연에서 추진해온 외국인 노동자 문제나 대인지뢰 문제도 다 평화로 수렴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평화를 경험하고 그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평화문화를 정착해나가는 거죠."

또 서구에서 평화를 상징인 비둘기를 우리 사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는 이 총무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민족과 가까이 지내온 까치를 평화의 상징으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총무는 "획일적인 하나가 아닌, 평등과 다양함이 인정되는 하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행사가 되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느님은 정의와 사랑, 평화를 함께 이야기했다
한국여신학자 협의회 명규원씨

문화제에서 '혼돈과 갈등'이라는 주제로 춤을 선보인 명규원씨를 만났다. 귀기가 어린 춤과 음악은 보는 이의 혼을 사로잡을 만큼 독특했다. 무대 밖에서 만난 그는, 뜻밖에도 전문적인 춤꾼이 아닌 신학자였다.

- 춤이 꽤 독특하고 난해했다. '혼돈과 갈등'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도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평화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욕심에 눈 멀어 자신을 파괴시키는 존재들이다. 내가 평화롭다고 해서 세상이 평화로운 것도 아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극단의 절망과 혼돈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거짓 평화와 진정한 평화를 혼동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 나름대로 평화에 대해 정의를 내려본다면?
"나를 기준으로 타인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 현재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대단하다. 파병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당연히 반대한다. 베트남전의 아픔을 이미 겪지않았나. 그때야 독재정권에 경제적으로도 빈곤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 같은 종교인 순복음교회의 경우 친미와 파병찬성의 선봉에 서고 있는데.
"오랫동안 우리는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로 착각해왔다. 교회는 특히 친미적 성향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대해선 가치 판단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느님의 정의를 생각해보라.

하느님은 공동체가 어떻게 되든 나만 축복받고 잘 살면 된다고 가르친 적이 없다. 정의가 없이는 사랑도, 평화도 없다. 그들과 나는 하느님을 믿지만 같은 하느님을 믿고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믿는 하느님은 교회 안에서만 사랑이 넘치기를 바라지 않는다." / 송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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