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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 불상은 투박하지만 볼수록 정감이 넘친다.
ⓒ 최연종

운주사에 가면 자유를 느낀다. 산허리에 솟아 있는 탑과 바위절벽 아래에 아무렇게나 서 있는 불상들. 불상들은 한결같이 못났다. 돌부처의 눈이나 코의 생김새며 몸맵시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불상들만 눈에 익은 우리들은 우선 ‘파격미’에 놀란다. 똑같이 반복되는 불상들의 모습에서도 그 느낌은 다양하게 다가온다.

▲ 서쪽 냇가 주변에 목이 잘린 채 서있는 불두(佛 頭).
ⓒ 최연종

목이 잘린 채 버려지다시피 한 불두(佛頭)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어떤 위엄도 서려 있지 않다. 탑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형태의 돌들을 엉성하게 얹어 놓은 게 대부분이다.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불상과 탑들을 보며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진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 '미완성 불' 가는 길목에 있는 남매탑(마당바위)
ⓒ 최연종

탑과 불상의 위치를 보면 전통적 가람배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데 이는 주변의 자연지형을 잘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계곡에 흩어져 있는 불상과 탑은 예배에 충실하기 위해 만든 예배 공간인 것이다.

운주사만큼 베일에 가려진 곳이 또 있을까? 운주사를 말할 때 항상 따라다닌 수식어는 ‘천불천탑의 신비’다.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탑… 누가,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지… 가까이 다가갈수록 신비감만 더해질 뿐이다.

▲ 칠성바위와 미완성 불 사이에 있는 채석 흔적.
ⓒ 최연종

미완성 불(佛)과 칠성바위의 수수께끼.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시공을 넘나들며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소설에서 다뤄지는가 하면 학자들은 천문학적인 지식을 이용해 천년의 신비를 벗기려고 한다. 그 신비로움을 하나씩 벗겨가는 재미가 운주사에는 있는 것이다.

몇 해 전에 어떤 천문학자에 의해 운주사의 탑들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배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화제를 모았다. 방송전파를 타면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 저기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탑들이 우주의 질서에 의해 배치됐다고 알려지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다. 이 주장은 다른 학자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기도 하지만 처음으로 운주사를 과학과 결부시켜 뒤돌아보게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운주사를 더욱 신비감에 휩싸이게 한 계기가 된 것이다.

▲ 별의 등급을 매긴 최초의 유물로 평가 받고 있는 칠성바위.
ⓒ 최연종

운주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서쪽 산허리에 있는 7개의 바위다. '칠성바위'로 불리는 이 바위들은 언뜻 보기에도 북두칠성을 닮았다. 북두칠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듯 국자모양이 거꾸로 배열돼 있다.

지금껏 보아온 투박한 불상과 탑들에 비해 비교적 잘 다듬어져 있는데 바위 지름의 크기와 배치 각도가 북두칠성의 밝기는 물론 방위각에 비례한다고 하니 당시의 천문학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바위들은 크기가 서로 다르다. 가장 큰 5번째 바위는 그 무게만도 20톤이나 된다는데 북두칠성 가운데 가장 밝은 5번째별을 상징한다고 한다.

황호균 전남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칠성바위는 별의 등급을 매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운주사 천불천탑의 신비를 벗기는데 가장 확실한 자료로서 ‘초 국보급 유물이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이야기다.

▲ 미완성 불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말해 준다.
ⓒ 최연종

뿐만 아니라 칠성바위 국자모양 끝과 나란한 방향에 자리하고 있는 미완성 불이 북극성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서쪽 야트막한 비탈진 야산에 누워 있는 두개의 돌부처는 와불(臥佛)이 아니다. 반가부좌 상태로 앉아 있는 모습과 서 있는 모습의 부처를 바위에 새겨 놓은 것으로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한 미완성 불(佛)인 것이다.

와불이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일어서지 못한 채 누워 있는 미완성 불은 희망을 얘기한다. 언젠가는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 절집이 없었을 때 예배를 보았던 초막을 이번 축제기간에 복원했다.
ⓒ 최연종

그 소박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도암면민들이 나섰다. 처음으로 지역민이 주인이 되어 화순운주축제를 열어가고 있다. 지역민들이 만든 문화축제로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운주사 일원에서 열린다.

<새로운 시대의 발견>- ‘만남에서 화합으로, 잃어버린 공동체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지역민과 운주사가 함께 일궈온 아름다운 관계를 회복하는 희망을 담고 있다.

운주사라는 공간에서 지역민과 운주사가 이뤄내는 화합축제로서 함께 가는 세상을 향해 희망의 닻을 올린다.

▲ 26일 운주사를 찾은 관광객들.
ⓒ 최연종

올 운주축제는 기존의 백화점식 프로그램을 지양, 소박하면서도 테마가 있다.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다 관광객이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소망기 달기’를 비롯한 ‘집짓기 놀이’와 ‘도장 밭노래’, ‘운주사 초막복원', ‘목화는 어디서 왔는가’,‘도암 전통 먹거리 체험’ 등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특히 도암면민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깃발을 중장터~운주사 도로변에 세우는 '소망기 달기'가 눈길을 끈다.

▲ 못생긴 탑과 돌부터 모습.
ⓒ 최연종

운주사 삼보일배(三步一拜), 와불세우기 등 메인행사도 눈여겨 볼 프로그램. 처음으로 선보일 운주사 삼보일배는 일주문에서 100여m에 이르는 구간에서 참가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행사로 개막행사 뒤 메인행사로 펼쳐진다. 최근 핵 폐기장 설치 반대를 외치며 힘겹게 싸우고 있는 부안군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눈길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천불천탑 중 마지막 불(佛)로 남아 있는 미완성 불(일명 와불)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미완성 불을 일으켜 세우는 퍼포먼스가 폐막식 때 선보일‘운주사 와불 세우기’다.

관광객이 참여해 테라코타 등으로 형태를 만들고 화목에 불을 붙여 누워 있는 부처를 뜨겁게 달굼으로써 붉게 타오르는 장작더미 속에서 껍질을 벗고 나오는 불(佛)을 보며 하늘에 닿는 도암면민과 관광객의 소망을 볼 것이다.

▲ 천불천탑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최연종

열린 음악회를 비롯 산사음악회, 디카 콘테스트 등 참신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31일 열리는 열린음악회는 바위섬의 작곡가 배창희씨 등 이 지역의 음유시인들의 노래와 시, 그리고 감미로운 선율이 산사의 가을밤을 수놓는다.

산사음악회는 범능스님을 중심으로 또랑깡대 등이 출연, 운주사와 주민이 노래공양을 통해 함께 어우러진다. 천불 닮은 표정을 찾아보는 디카 콘테스트도 인기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어린 아이, 주름진 할머니의 인자한 얼굴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내보자.

운주축제를 기획한 전고필 동강대 교수는 “이번 축제는 지역민의 손으로 만든 축제”라며 “주민들의 소망을 담아내는 소박하면서도 테마가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천불천탑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우리가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번 운주축제에서 천불천탑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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