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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가을, 꼭 멀리 가야 단풍놀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수도권 주민들에게 강화도만한 주말 여행지는 드물다. 우선 산과 바다, 그리고 교훈이 될만한 문화유적들이 여기저기 지천으로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낙조봉은 낙조 조망과 가족을 동반한 가벼운 등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정상 부근의 억새 등 아기자기한 강화도 관광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

▲ 적석사 가는 길
ⓒ 이현상

낙조봉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단 강화대교를 거쳐 강화읍내로 들어온다. 서울쪽에서 48번 국도를 이용한다면 새로 생긴 초지대교보다는 강화대교로 건너오는 것이 빠르다.

강화읍를 거쳐 계속 직진하다 약 5~600m 정도 가면 서문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적석사, 낙조봉 표시가 되어 있는 왼쪽으로 좌회전한 후 조금 지나면 오른쪽에 국화리 저수지(고려저수지)를 지난다. 이제부터 왼쪽으로는 혈구산, 오른쪽으로는 고려산이 보인다.

계속 직진하여 고비고개를 넘어 고개를 다 내려올 즈음에 오른쪽으로 적석사 표지판이 보인다. 이 표지판이 가리키는 길로 꺾어들어 약 2km정도 올라가면 적석사이다.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어서 일반 승용차로도 올라갈 수 있다. 경사가 가파른 길이다. 그러나 남향이라서 겨울 눈이 내려도 한낮이면 거의 녹는다고 한다. 적석사 주차장은 30여 대의 차량이 주차 가능하다.

▲ 깊어가는 적석사의 가을 풍경
ⓒ 이현상

적석사의 왼편에 나있는 등산로로 들어서면 낙조봉까지는 15분 내외에 닿을 수 있다. 낙조봉에 이르는 길 중간에 낙조대의 해수관음보살상이 있다. 이곳에서도 낙조를 조망할 수 있다.

▲ 억새밭 너머로 멀리 혈구산이 보인다.
ⓒ 이현상

가을, 낙조봉에 오르면 역광에 몸을 빛내는 억새밭을 볼 수 있다. 영남알프스의 사자평 같은 광활함은 아니지만 제법 키 큰 억새들이 자라고 있다. 일반 평지의 억새보다 일찍 피기 때문에 10월 중순이 억새 구경에는 제격이다.

▲ 낙조봉에서 바라본 하점면의 너른 들판
ⓒ 이현상

낙조봉이 주는 또하나의 즐거움은 오른 길에 비하면 내려다보는 조망이 좋다는 것이다. 마치 케이블카를 타고 산의 정상에 섰을 때의 미안함 같은 것이 들기도 한다.

동쪽으로는 멀리 강화대교와 김포땅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북녘땅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석모도와 교동, 그리고 중간중간의 작은 섬들이 도열하여 태양이 지길 기다리고 있다.

▲ 고려산의 쭉 뻗은 능선
ⓒ 이현상

여기서부터 본격 산행을 위해서라면 서쪽으로 쭉 뻗은 고려산 정상까지 능선을 타면 된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벼운 산행이라면 억새밭을 지나 오른쪽으로 나 있는 하산길로 들어서면 다시 적석사로 내려선다.

적석사의 왼쪽으로 돌아서 낙조봉 - 억새밭을 거쳐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한바퀴 코스는 30여 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적석사의 전통찻집, 염화미소
ⓒ 이현상

하산길, 깊은 산속 산사에 딸린 전통찻집인 '염화미소(拈花微笑)'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가져보자. 녹차와 인삼차 등의 전통차를 마실 수 있다. 넓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는 마음을 씻는 세심(洗心)의 시간이기도 하다.

▲ 염화미소의 내부
ⓒ 이현상

'염화미소'는 일몰 후에는 문을 닫는다. 따라서 낙조봉에서 일몰을 보고 내려올 예정이라면 보살님께 미리 말씀을 드려놓는 게 좋다. 차를 주문하면 약식을 함께 내준다. 매주 수요일은 휴관.(032-932-6109)

염화미소(拈花微笑)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깨달음을 얻다

어느 때 석가세존께서는 영산에 제자들을 모아 놓고 설교(說敎)를 하셨다. 그때 석가께서는 연꽃을 손에 드시고, 손가락으로 쥐면서 제자들에게 보이셨다.

다른 제자들은 그 뜻을 몰라 잠잠히 있었지만, 가섭존자(迦葉尊者)만은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미소(微笑)했다. 즉 석가께서 연꽃을 쥐심에 대하여 가섭존자(迦葉尊者)가 미소하여, 여기에서〈염화미소(捻華微笑)〉가 성립된 것이다. 그리하여 석가께서는 가섭존자를 인정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게는 정법안장(正法眼藏-사람이 본래 갖추고 있는 마음의 묘한 덕)과, 열반묘심(涅槃妙心-번뇌와 미망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닫는 마음)과, 실상무상(實相無相-생멸계를 떠나나 불변의 진리)고, 미묘법문(微妙法門-진리를 깨닫는 마음)과, 불립문자(不立文字)와 교외별전(敎外別傳-다같이 경전이나 언어 등에 의하지 않고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한다는 뜻)이 있다. 나는 이것을 가섭존자(迦葉尊者)에게 부탁한다."

즉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뜻으로, 선 수행의 근거와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화두이다. / 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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