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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입소문이 나있다.
ⓒ 김정은

메타세콰이어와 대나무

담양의 대나무 숲 테마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있다. 올망졸망 늘어서있는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어우러진 2차선 도로가 예전 시골의 신작로길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 매우 아담하고 운치있는데 메타세콰이어 나무도 어느덧 노랗게 물들어 여름철 남이섬에서 봤던 푸릇푸릇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남이섬에서는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자랑하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이 곳 담양에서는 가로수로 심어져 있을 만큼 흔하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도대체 왜 이곳에 가로수로 우리나라에서 자생식물이 아닌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심어졌을까?

알고보니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이 곳이 내무부(현 행정자치부)의 시범가로로 지정되면서 3-4년 짜리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은 하늘을 덮고있는 울창한 가로수로 자라난 것이란다.

이 또한 '빨리 빨리 밀어부치기'를 좋아하는 군사독재시대의 유물(?)중의 하나였다. 가로수로 모양이 되려면 빨리 빨리 생장하는 수종이 필요했고, 그런 이유로 선정된 것이 지금은 꽃가루 알러지의 원흉으로 흉물스럽게 배어지는 플라타너스와 이 메타세콰이어였다니.

비록 플라타너스는 곳곳에서 흉물스럽게 베어져버리는 비운을 맞고 있지만 이 메타세콰이어는 고장의 명물이자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사랑받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모든 정책이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동전의 양면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70년대 관 주도의 가로수 조성사업 또한 철저한 준비없이 단지 빨리 자란다는 이유로 외래종을 밀어부쳐 한 나무는 실패했고 또 한나무는 가로수로 사랑받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저렇게 사시사철 푸르니 그 푸르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김정은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윤선도 오우가 중 -


대나무 테마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나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대나무 숲이 하늘을 찌를 듯이 서서 객들의 정신을 한바탕 빼놓는다. 정말 나무도 아니고 그렇다고 풀도 아닌 것이 사철을 가리지 않고 푸르고 꼿꼿하게 서있는 의연한 모습이 장관이다. 머리를 쳐들어 하늘을 보니 대나무에 가려 듬성듬성 보이는 푸른 하늘에서 따스한 햇빛 자락이 비처럼 쏫아져 내린다.

분명 대나무 하나는 별볼일 없었겠지만 이렇게 무리를 이루어 빽빽하게 서 있으니 감히 여기서 어느 누가 불경스런 핸드폰 벨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저 밖의 세상에 서리가 내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덮여 가지만 앙상해지더라도 이 대나무 숲은 그러한 세상 속세와는 단절된 세계인 것 같다.

▲ 대숲의 바람소리...어디선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속삭이는 듯하다.
ⓒ 김정은
이 공원의 주인이라는 사진작가가 이곳의 사계를 찍어 전시해놓은 사진들을 구경한 후 대나무 삼림욕을 한다며 대숲을 어슬렁 어슬렁 걸어내려오면서 대숲의 청량한 바람소리를 듣고자 온 정신을 집중시키니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속삭이는 듯하다.

뜬금없이 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말인가? 우스운 망상에 실없는 웃음을 웃다보니 문득 이 대나무 앞에서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 것같아 왠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서리가 내리면 서리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소리를 벗삼아 노래하는 대나무의 성정이야말로 솔직 담백 그자체 아니던가? 그러한 매력 때문에 최근 대나무 숲이 각종 CF나 영화의 배경으로 즐겨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대나무 테마공원을 나와 자동차는 다음 행선지인 소쇄원을 가기 위해 또다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달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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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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