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을 하루 앞둔 6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앞에서 올해 들어 가장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을 하루 앞둔 6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앞에서 올해 들어 가장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방문을 하루 앞둔 6일,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조합원 1200여명이 "손배 가압류 철폐"와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역 광장에서 1차 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몰고 있는 손배 가압류와 비정규직을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 소속 전국 100여개 사업장이 시한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한 것으로, 광주지역에서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다.

배달호·김주익 등 최근 자살과 분신으로 사망한 5명의 노동자 영정이 차례로 무대 연단에 등장하면서 시작된 이날 집회는 전례 없이 격앙된 분위기였다.

"우리가 언제 노정합의 어긴 적 있었느냐, 누가 파기했느냐"

조삼수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관련 3부장관의 담화와 관련해 해당 장관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한겨레 보도를 예로 들며 노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조 본부장은 "노 대통령은 분신으로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이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이용한다고 했다는데, 우리가 언제 노정합의를 어긴 적 있었느냐"며 "NEIS, 철도, 화물연대 노정합의는 도대체 누가 파기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본부장은 "죽지말고 살아서 투쟁하자는 단병호 위원장의 말로도 동지들의 죽음을 멈출 수 없었다"며 "노동자들이 죽어갈 수밖에 없는 그 애절한 얘기를 들어봤느냐"며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김정길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의장은 "71년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에 불사른 이후 적어도 30년이 지난 이때쯤이면 노동자 농민이 인간답게 살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 죽음의 행렬이 언제까지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의장은 또 "이라크 민중이 미국에 맞서 전민항쟁에 돌입하는 80년 광주와 같은 그 현장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내고 있다"며 "이게 누구를 위한 나라이냐"라고 이라크 파병을 규탄했다.

단위노조 위원장의 결의식을 끝으로 본대회를 마친 12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김주익씨(한진중공업 위원장)의 대형 영정을 앞세워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까지 행진해, 이후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오는 12일 총파업을 앞두고 열린 1차 결의대회로 광주 이외에도 목포 순천에서도 동시에 개최됐다.
이날 시위는 오는 12일 총파업을 앞두고 열린 1차 결의대회로 광주 이외에도 목포 순천에서도 동시에 개최됐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몸싸움 과정에서 상복을 입은 한 노동자가 넘어져 있고 전경은 노동자들의 손에 끌려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의 분신과 자살이 잇따른 가운데 이날 시위는 어느때 보다 격렬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상복을 입은 한 노동자가 넘어져 있고 전경은 노동자들의 손에 끌려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의 분신과 자살이 잇따른 가운데 이날 시위는 어느때 보다 격렬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전경 30여명 끌려나오고 50여명 갇히기도

광주지역본부가 위치한 빌딩 현관에는 전경 2개 중대가 미리 대기해 경계에 나섰지만 성난 노동자들의 분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를 위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은폐하고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해 왔다"며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오후 4시10분부터 10여분간에 걸쳐 벌어진 몸싸움 과정에서 전경의 방패와 헬멧이 벗겨 나가고, 성난 노동자들에 의해 전경 30여명이 대열에서 끌려나오기도 했다. 또 이 과정에서 전경 50여명이 지하주차장 입구로 밀려나 한동안 나오지 못하고 갇혀있기도 했다.

경찰은 상황이 악화되자 추가로 병력을 배치하고 소화기 분말을 뿌려가며 완강히 버텼지만 노동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어려웠다. 노동자들은 10분 뒤에 벌어진 2차 진입시도에서 출입구 쪽에 있던 3미터 남짓 높이의 근로복지공단 입간판을 넘어뜨려 뽑아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방문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날 시위는 전례 없이 격렬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노동자·농민들의 죽음의 행렬은 노무현 정권이 주범"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광주방문을 온몸으로 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총파업 1차 결의대회 형식으로 진행한 이날 집회는, 광주 이외에도 목포역 광장과 순천시청 앞에서도 동시에 개최됐다. 오는 12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앞으로도 고조될 분위기다. 최근 분신 사망한 이용석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광주본부장의 장례 일정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광주방문을 앞두고 광주시내 주요 시설등에 경찰이 분산 배치돼 있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추가 병력을 배치하며 경계에 안간힘을 썼으나 노동자들의 분노는 거셌다.
노무현 대통령 광주방문을 앞두고 광주시내 주요 시설등에 경찰이 분산 배치돼 있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추가 병력을 배치하며 경계에 안간힘을 썼으나 노동자들의 분노는 거셌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장의 면담을 요구하던 시위대는 응답이 없자 진입을 시도하다 입구에 있던 입간판을 떼 내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장의 면담을 요구하던 시위대는 응답이 없자 진입을 시도하다 입구에 있던 입간판을 떼 내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