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오마이뉴스>에 제일 처음 올렸던 기사가 '일본의 시청 소식지 '코호(?報)'활용하기'란 것이었습니다. 새삼스레 왜 지난 얘기를 꺼내느냐고요? 왜냐하면 그 기사와 관련하여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사에서 저는 3개의 강좌(빵 만들기, 수채화 교실, 전입 주부를 위한 강좌)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자랑했던 것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참가했고, 강좌 또한 알차고 즐거웠습니다.

저는 공민관에서 열리는 이러한 강좌들을 '무료 강좌'라고 일컬었습니다만, 제가 사는 시에서는 이런 사업을 '생애학습'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여러 가지 학습 활동과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폭을 넓히며, 몸과 맘이 모두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한가지 보았습니다. 극도로 개인화된 일본 사회와 그 속에서 인간 관계에 목말라 하는 외로운 개인들의 모습을 말입니다. 흔히들 일본인과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동안 가만히 살펴보니 일본인들끼리도 친해지기가 쉽지 않아 보이더군요.

제 생각에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 관계를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서로 폐를 끼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며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인간 관계.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게다가 익숙치 않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외국인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방금 아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이 얼마 후 길거리에서는 모르는 척 눈길을 주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경우를 겪고 난처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제 경우엔 제가 먼저 아는 척을 하는 편이라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만, 오히려 저쪽에서 난처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인지 공민관의 강좌에 온 사람들은 강좌에 참여하게 된 첫번째 이유로 '친구를 만들기 위해'라는 것을 가장 많이 듭니다. 또한 강좌를 주관하는 공민관 쪽에서도 그 점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인들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계와 소통이 심한 기능 부전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예정된 강좌가 끝나면 거기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단절된 개인들의 관계를 인위로 만들어 주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민관의 역할 중 하나였던 것 입니다.

3개의 강좌 모두, 일정수 이상의 참가자들의 동의에 의해 '자습 그룹'이란 이름으로 등록을 하면 공민관의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든지, 일정액의 강사 초빙료를 지원해 주는 등 시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지원 수준 면에 있어서는 공민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모처럼 생긴 모임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취미 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그런 모임을 장려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도 엉겁결에 2개의 모임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빵 만들기 모임이고, 또 하나는 '전입 부인'을 위한 강좌로부터 출발한 취미 활동 모임입니다. 두 가지 모두 매월 1회의 모임을 갖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친구가 그리운 저같은 이방인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빵 만들기 모임은 말 그대로 직접 반죽을 쳐서 발효 후 오븐에 구워 시식을 하는 모임입니다. 아무리 책을 들여다 보아도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던 빵 반죽이었는데 이제는 반죽을 치는 손동작이 제법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매회 재료비와 회비로 1500엔을 냅니다.

▲ 지난 여름의 빵만들기 교실. 지금은 월 1회의 모임을 갖는다.
ⓒ 장영미

전입 주부를 위한 강좌는 좀 색다른 기획이었습니다. 일본은 전근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더군요. 남편을 따라 전국 각지를 돌아다녀야하는 주부들, 늘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해야 하니 얼마나 외롭고 힘들겠습니까? 다른 나라에 사는 저나, 다른 지방에 살아야 하는 그들이나 결국 비슷한 처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강좌는 5회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다른 현에서 새로 전입해 온 부인들을 대상으로 이 지방의 역사와 풍토, 향토 산업과 문화재, 사투리 등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배 전입 주부들의 체험담과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지방 특산품을 이용한 요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전근족'인 다른 부인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다른 현에서는 이런 강좌가 없었다더군요. 덕분에 저도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이 전입 주부들의 모임은 취미 활동을 위한 모임으로 바뀌었습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들, 예를 들면, 아로마세라피, 구슬 액세서리, 훌라춤, 요리, 외국어 등 회원들이 의논하여 주제를 정하면 공민관에서 강사를 소개해 주고 2년간은 강사료를 지불해 줍니다. 지금까지 이 지방의 특산 요리를 배웠고, 이번 달에는 아로마세라피가 예정되어있습니다.

▲ 전입부인을 위한 강좌에서 향토산업과 문화재를 찾아가 설명을 듣고 있다.
ⓒ 장영미

제가 이렇게 여러분들께 도움을 청하게 된 것도 바로 후자의 모임과 관련하여서입니다. 회원들이 저에게 12월 16일의 모임 때 한국 요리를 가르쳐 달라는 제의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친한 아줌마들에게 오이 소박이 담그는 법을 어설프게나마 가르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약 25명을 대상으로 요리를 가르쳐야 하는 이번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제가 요리에 일가견이 있거나 재주가 있는 편은 못되거든요. 그런데 순전히 제 호기심과 치기가 발동해서 해 보겠다고 수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차림표도 정하고, 재료 및 분량을 정해 만드는 법도 프린트 해야하고, 정해진 시간에 끝낼 수 있도록 연습도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막막할 뿐입니다.

우선 차림표를 짜야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여러분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주요리, 샐러드나 반찬이 될 만할 요리, 후식의 순으로 한가지씩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요리 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 6-7명이 한 조가 되어 조별로 음식을 만듭니다. 회원들은 크리스마스나 정월 초하루에 어울릴 만한 음식이면 좋겠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도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 본 차림표는 비빔밥, 고기 산적(야채와 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것) 그리고 후식으로 식혜나 수정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식혜는 제 능력으로는 무리이므로 그냥 흔한 과일로 할까 합니다.

그런데 사실 비빔밥이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좋아하는 메뉴이긴 하지만 전통 한국 요리라고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잔칫날 남은 음식들을 먹기 위한 방편으로 생긴 음식이 아니던가요? 그래서 고민입니다. '이것이 한국 요리다'라고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것이 없을까하고 말입니다.

염치없이 여러분까지 제 고민에 끌어들인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좋은 의견 있으시면 알려 주세요. 참고하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