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수능 시험이 끝나고 잠시 동안 잠잠하더니 올해도 어김 없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학원 강사가 출제 위원이 되고, 그 출제 위원이 사전에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하며 오답 시비도 속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수능의 난이도를 여전히 문제삼거나, 아예 수능 시험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온라인 매체들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에서도 수능은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논란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들은 한편으로 누구나 수능에 불만을 가지질 수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수능은 분명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대입 전형 제도의 하나이다. 수능은 그것이 단지 고등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 더 나아가 집값을 부추기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주범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검토와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제 수능 제도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수능을 폐지한다면 다른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 대안들 중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들도 있고, 감정이 섞여 있는 무책임한 의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수능의 근본 문제를 분석하면서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그러면 어떤 대안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다시 수능이 어떤 시험인가를 묻는 데서 찾아져야 한다. 수능은 본래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져 이전의 대입 제도인 학력고사를 대체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본래의 목적은 퇴색하고 단지 많은 수험생들을 숫자를 기준으로 줄 세우는 시험의 하나로 변질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현재의 수능 문제도 참고서나 문제지와 비교해 볼 때 일정한 질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문제 유형이 굳어지면서 이미 그 초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학에 온전히 선발 기능을 넘겨 주면서 수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수능을 유지하면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전자는 우리 대입의 문제가 주로 일부 소위 일류 대학이나 의과 대학 같은 인기학과에 쏠리는 데서 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더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서울대 등이 어떤 형태로든 변별력을 갖고 선발하고자 할 경우에 우리의 입시 문화는 그에 맞춰 더 강한 경쟁 체제로 전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보다 대학의 선발 기능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두번째 대안은 수능의 비중을 현저하게 약화시키거나, 아예 자격고사의 형태로 전환해서 대학수학능력을 갖춘, 일정 수준의 학생들을 뽑아내는 정도로 바꾸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고려해 볼 만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자격고사로 전환할 경우에는 일류 대학의 자체 선발 과정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고, 이것은 위의 첫번째 대안과 유사한 형태의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수능을 일단 유지시키면서 현재의 문제점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안으로는 대학의 선발 기능을 강화하되 수능 반영 비율을 낮추거나, 수능을 세 차례 정도로 나누어서 실시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수능을 문제 은행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많고 다양한 문제들을 축적해 놓고 시험 실시 직전에 문제 선발팀만을 꾸려서 난이도별로 문제를 고르게 한다면 몇 차례 실시는 그다지 어려운 대안이 아니다.

내년 수능은 올해와는 많이 달라진다. 우선 선택 과목 위주의 수능이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각 과목별 난이도가 현재의 변환표준점수로 맞추기에 어려울 정도로 벌어질 수도 있고, 늘어난 출제진과 검토진으로 인해 올해보다 더 많은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문제 은행식으로 전환해서 대처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대학 입학으로 삶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 우리 사회의 운영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공정성의 기준이 통용되도록 해야 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서로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체제로 바꾸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노력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역시 교육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이라고 믿는다. 현장 교사들과 교육관련 학자들, 관료들, 그리고 학부모들과 언론들이 힘을 합하여 수능을 개선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 자체를 지속적으로 개혁하는 일에 몰두해야 할 때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