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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나라당의 TV수신료 방송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학자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나라당의 TV수신료 방송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신미희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서 이렇게 나섰습니다."

언론학 교수 104명이 강단 대신 '기자회견장'에 섰다. 언론학자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나라당의 TV수신료 방송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 방송위원장인 강대인 건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과 김재범(한양대 신문방송하과 교수) 한국방송학회장, 권혁남(전북대 언론심리학부) 한국언론정보학회장, 최영묵(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언론정보학회 기획이사가 대표로 나섰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려면 수신료 징수방식 뿐 아니라 재원구조 공영화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종합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은 수신료 징수방식만 따로 떼어 방송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정략적인 목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언론학자들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이고 졸솔적인 방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언론학자 100인 선언문'을 채택한 뒤 "한나라당이 법안 개정 추진을 강행한다면 학자의 양심을 걸고 방송 사수를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언론학자들이 언론 현안에 대해 공동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특정 언론사와 관련한 사안을 놓고 서명운동을 벌인 일도 최초라는 게 학계 평이다.

최영묵 교수는 "방송학회와 언론정보학회는 물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도 TV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고 한나라당에게 추진 중단을 요청했는데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면서 "결국 언론학자들이 이렇게 반대 선언을 하고 기자회견까지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혁남 언론정보학회장은 "언론학자들이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전에는 MBC를 겨냥한 색깔론으로 방송 길들이기를 시도하더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KBS 길들이기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여야 누구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영방송을 흔들려는 정락적인 처사는 배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또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의 재원마련이 어렵게 되면 그 피해는 다수 국민이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범 방송학회장은 "언론관련 학회가 이런 기자회견을 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면서 "개인으로서도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이 통과되면 공영방송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방송체제 자체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공영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 특정 이익단체에게 불리하거나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KBS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또 "수신료가 분리징수되면 KBS 1TV 채널의 광고게재가 불가피해진다"며 "이는 지역방송이나 민영방송, 신문의 광고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전체 언론구조를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은 "방송·통신 융합 등 빠르게 변하는 방송환경을 아우를 만한 방송법 개정에 뜻을 모아도 모자를 판에, 한 정당이 수신료 분리징수만 갖고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정략적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강 전 위원장은 "새 방송환경에 맞는 방송 법률 체계를 마련하고 공영방송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수신료 제도 마련에 한나라당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개정 추진 과정

3월 5일: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언론대책특위 구성(위원장 하순봉 최고위원, 간사 고흥길 의원)
4월 4일: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 KBS사장 국회 임명동의 법개정 추진 발표
4월 25일:국회 문광위 방송법 개정(방송위원회 상임위원 한나라당 몫 1명 늘림)
5월 12일:한나라당 16대 대선 백서 발간(KBS, MBC 등의 편파방송으로 패배,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방송사의 정치적 중립 필요 주장)
6월19일:한나라당 언론특위 기자회견(KBS 2TV·MBC 민영화 추진, KBS 시청료 폐지, 방송과 신문의 겸영 금지조항 철폐 등을 담는 관련법 올해안 정비하겠다는 계획 발표)
7월 1일:한나라당 KBS 결산안 본회의에서 부결
10월 2일: KBS 국정감사(이원창 의원-정연주 사장 간첩단 사건 연루 의혹제기, 이윤성 의원-이종수 이사장 송두율 입국 기획설 등 제기)
10월 14일: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 보도자료(한전에 위탁 징수하는 KBS TV수신료 제도 방송법 개정 통해 바꾸겠다)
10월 23일: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 당 정책위원회는 TV수신료의 분리방안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책을 검토한 결과 방송법 제67조 2항에 전기료와 수신료를 통합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신설하는 방송법 개정안 마련.
10월 24일:한나라당,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방송법 개정안 발의
10월 31일:140여개 시민사회단체 '공영방송지키기 국민연대(방송연대)' 발족, 한나라당 규탄대회
11월4일:한나라 여의도 당사, 전국 지역당사 '수신료 분리고지' 관련 플래카드 부착
11월 10일: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국회정치개혁특위위원 연석회의(KBS수신료 분리징수안 통과되도록 당론, 당력 모으기로 결의).
11월 13일:한나라당, 감사원에 KBS 특별감사 요청
11월 18일:한나라당 수신료 분리고지 방송법 개정안 문광위 상정
11월 22일:전국 한나라당 16개 지부에서 특검 관련 특별당보 가두배포 및 KBS 수신료 분리에 대한 국민 서명운동 전개 예정.
11월 27일:국회 문광위 전체회의 상정 예정
12월 2~9일:국회 본회의 통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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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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