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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는 70여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는 70여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박신용철
지난 29일 오후 2시경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앞에는 점심식사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거나 앞마당에서는 축구공으로 소일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였다.

센터 정문 벽에는 '사망 외국인 노동자 추모금식의 날(give us work VISA)'라는 종이 현수막이 붙어 있었고 그 밑에는 정부의 단속추방에 밀려 자살한 다아라끄(스리랑카), 리토 보루아(방글라데시), 랑드레이(러시아), 루슬리땅(인도네시아), 브르론(우즈베키스탄) 등 다섯 명의 이주노동자 영정 사진이 걸려있었다.

건물을 개조하면서 정문과 담장을 없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20일 70여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단속추방 반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사면'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하면서 천막으로 담장을 설치하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도 부착했다.

인근 골목 곳곳 전봇대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전단지들이 부착돼 있었고, 인근 시화·반월공단에서 노동부 등록한 이주노동자들의 구직전단도 나붙어 정부의 4년 이상 체류자 단속추방으로 인한 영세제조업 사업장의 인력난을 반증해주고 있었다.

김재근(전도사) 센터 사무차장은 "처음 70여명이 농성을 시작했지만 10명은 공장으로 복귀했다"면서 "정부방침이 영세제조업에 종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단속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사에서는 안전히 지켜주겠다며 공장으로 돌아오라고 자주 전화를 했고 이들은 갈등하다가 결국 복귀했다"고 전했다.

ⓒ 박신용철
김재근 차장은 "시화, 반월공단 80%이상이 3D업종으로 공단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영세사업장 사장들은 인력난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에게 '돌아오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현실의 인력난을 호소했다.

김 차장은 "현재 센터에 농성 중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다" 며 "농성은 무기한으로 진행하지만 비행기표를 얻어 귀국하든 공장으로 복귀하든 선택권은 전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성중인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빨리 일하고 싶어한다"면서 "이들도 한국에 정주 목적이 아니라, 송출 비용 문제가 남아 있어 1년에서 2년 정도 더 일하고 돈을 벌어 나가고 싶다는 게 대부분의 요구일 뿐"이라고 전했다.

센터 관계자들은 단속위협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센터 밖 출입을 그하고, 필요한 것은 주위의 합법 이주노동자들에게 부탁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센터 관계자들은 24시간 당직 체제로 이들의 보호하고 있다. 농성중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스리랑카인, 방글라데시인, 인도네시아인들이며 러시아, 중국인도 몇 명 포함되어 있다.

이날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 부부가 방문해 이주노동자들과 찰흙으로 표현미술을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 부부가 방문해 이주노동자들과 찰흙으로 표현미술을 진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박신용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집단농성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변화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차장은 "막막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속마음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은 것인데, 언제 답할지 모르는 정부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놨다.

박천응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한국인들은 3D업종에 종사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4년이상 숙련된 이주노동자들을 단속추방해 영세업체 가동이 힘들다. 이는 대기업의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서비스업,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10%만이 한국노동자들과 겹치는 부분이고 이들 대부분도 조선족들"이라고 설명해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농성중인 한 이주노동자가 강제추방에 밀려 자살한 동료의 영정사진 옆에 얼굴상을 만들어 놓았다.
농성중인 한 이주노동자가 강제추방에 밀려 자살한 동료의 영정사진 옆에 얼굴상을 만들어 놓았다. ⓒ 박신용철
이날 센터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방문했다. 김서경, 김운성 부부 조각가와 도우미 7명이 농성 중인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찰흙을 가지고 '나를 떠나 찾아 나서는 표현미술'을 진행했다. 김운성 조각가는 "찰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센터 4층 강당에 모인 5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찰흙을 가지고 코끼리, 코브라, 스리랑카 불교사원, 여인상, 공룡 등을 만들면서 오랜만에 단속추방 위험을 잊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아집(스리랑카. 27)씨는 "고향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오랜만에 활짝 웃어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들 중에는 한국정부의 단속추방에 밀려 지하철로 뛰어들어 자살한 다아라끄씨의 자살 장면을 묘사한 작품을 만들기고 했고, 죽은 이주노동자의 얼굴상을 만들기도 해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락스만(방글라데시. 32)씨는 "다아라끄씨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알게 되었다"며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친구 같았다"고 애정을 전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안산역 앞에서 '파병반대, 노동탄압중단을 위한 안산·시흥지역 비상시국대회'를 마친 참가자들도 거리행진 도중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방문했다. 농성중인 이주노동자들은 센터 앞에 모여 이들을 맞이했고 집회 참가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격려와 지지를 보냈다.

조각가 김운성씨가 다아라끄씨 자살사건을 묘사한 락스만씨의 작품을 보고 조언을 하고 있다.
조각가 김운성씨가 다아라끄씨 자살사건을 묘사한 락스만씨의 작품을 보고 조언을 하고 있다. ⓒ 박신용철
센터에서 농성중인 재키(방글라데시)씨는 연대 발언을 통해 "한국에서 많은 한국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자살하고 있다"면서 "고향에 가족들을 다 버리고 자살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아무런 결정을 안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이 100% 쟁취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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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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