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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곽노현 교수등 법학교수 43명이 고발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아들 재용씨의 에버랜드 전환사채저가발행을 통한 편법상속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3년 6개월만에 삼성관계자 2명을 사법처리했다.

비자금 수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삼성으로서는 검찰이 이재용씨의 편법상속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재용씨 편법상속의혹는 비자금 문제보다 더욱 파괴력이 큰 사안이다. 후계문제와 직결돼 있고, 도덕적 비난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 오마이뉴스
서울지검 특수2부(채동욱 부장검사)는 1일 이재용씨 변칙상속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당시 에버랜드 사장이었던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과 박노빈 당시 에버랜드 상무이사(현 에버랜드 사장)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당시 CB(전환사채)를 현저하게 저가발행해 최소한 배임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배임액수가 50억원 이상인 경우인 특경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함에 따라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는 올해 기준으로 3년이 연장되게 됐다.따라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에 대한 검찰 조사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96년 11월 30일 당시 허 사장과 박 상무는 중앙개발(현 에버랜드)의 이사회를 소집해 99억 상당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중 3억원 어치는 제일제당에 배정됐고, 나머지 96억원 상당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재용씨 남매에게 회사주식 1주당 7700원의 전환가격으로 배정했다는 것. 재용씨 남매는 12월 3일 대금을 납부했고, 같은달 19일 전액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재용 7700원에 받은 CB 8만9000원∼23만원으로 평가한 근거확보

또한 검찰은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8만9000원∼23만원 사이로 평가한 근거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검찰은 에버랜드 주식이 실제로 최소치인 주당 8만50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볼 때, 재용씨 남매에게 125만4000여주를 배정한 것을 감안하면 회사에 차액 970억원 정도의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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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96년 12월 국내 법학교수 43인이 이 사건을 고발한 이후 고발인들과 에버랜드 실무진, 개인주주 등 50여명을 조사했으며, 관련회사로부터 여러 서류를 입수해 정리한 수사기록만도 1만10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공소시효 10년이 맞다는 입장"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두 사람(당시 허태학 사장과 박노빈 상무)에 대해 기소한 것은 손해액을 특정할 수 있어 특경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지만, 최근 SK판결 등에 비춰보면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업무상 배임죄의 공소시효 7년을 앞두고 기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1일 오전 밝혔다.

이어 신 차장은 "일부에서 공소시효가 7년이냐, 아니냐 하는 걱정이 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10년이 맞다'는 입장"이라며 "만약 차액이 50억 이하로 떨어지면 현저한 피해라고 할 수 없지만 최소 가격으로 산정해도 950억 이상이기 때문에 특경가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신 차장은 "우선 허태학 사장과 박노빈 전 상무를 기소해 놓으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진행된다"면서 "나머지 피고발인들은 앞으로 상당히 수사해 봐야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과 기자들간의 일문일답.

-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전 상무만 기소하는 이유는?
"앞으로 피고발인 전체에 더해 수사를 더해야 한다. 두 명은 당시 전환사채 발행시 사장과 상무로써 다른 사람(법학교수들이나 참여연대가 고소한 삼성사람들)과 관계 없이 현저히 저가로 발행했다는 이유로 최소한 배임혐의가 지금 단계에서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에버랜드 이사를 고발한 것에 대해 검찰은 사채 발행한 것을 시발점으로 보고, 중심적으로 수사를 진행했으며, 그 중 두 사람을 기소한 것이다. 두 명은 결재라인에 있고 직접적 책임이 두 사람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 이 사건에 대한 법률적 평가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던데?
"이 사건에 대해 그 동안 법률적 관점에 따라 평가방법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이 등장했다. 7년 전 일이었기 때문에 관련자료를 확보하는데 애로가 있었다. 전환사채 발행에 대해 배임죄로 기소하기는 처음이다. 비상장 법인에 대한 전환사채에 대해 기소한 것도 처음이다. 이런 여러 문제 등으로 (앞으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이번 사건의 쟁점은 무엇인가.
"(삼성에버랜드는) 신주발행 방식으로 발행한 방식이다. 이 사건을 보면 지난 96년 10월 시작은 주주배정으로 시작해서 대부분 실권하고, 이어 12월 제3자를 배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앞으로 배정된 96∼97%에 대해 이 가격 적절하느냐를 둘러싸고 법정공방 예상된다. 아직 수사는 덜 됐다.

한편으로는 증여세 포탈이냐, 변칙상속이냐는 관점에 따라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본다. 자금조달이냐, 아니냐 여부도 논란이 있다. 사실을 인정하는데 법리 적용에 어려움이 있으며, 평가방법에 따른 손해 여부 판단 등도 어렵다. 수사가 장기화 될 것이다."

- 오늘 기소 결정을 내린 이유는?
"(얼마 전) SK 1심 판결과 (헌재에서) 삼성 SDS 무혐의 처분 등 그런 것들을 참고하다 보면 답이 쉽지 않았다. 지난 11월 삼성전자 손해배상 민사사건 인정도 그렇고, 이런저런 것을 검토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을 먼저 기소했다."

- 이들의 주장은?
"이 사람들(허와 박)은 '자금조달 목적'을 주장한다. 이 일에 대해 앞으로 수사한다. (이들은) 자금 조달 필요에 의해 발행했고, 기존 주주들이 그 가격에 사채를 안 사겠다고 해서 결국 사채인수를 이재용 상무에게 줬다는 것이다. 이는 '자체 경영 판단이다'고 주장한다. 또 공모 등은 없었다고 한다. 두 사람을 먼저 기소하고 나머지 31명의 피고발자나 관련자는 형편에 따라 조사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짐작된다. 예민한 문제이고 간단한 사건이 아니기에 그 동안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은) '노코멘트' 소리만 했을 것이다. 나름대로는 수사에 어려움 있었다."

- (법원에서) 유죄가 되면 전환사채 배정이 취소되나.
"손해를 끼친 부분이 배임죄 되는지 등으로 인해 민-형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을지는 우리의 업무 밖의 문제다. 그건 (수사와는) 다른 문제다."

- 법률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해야 되지 않나.
"법률적으로 모르겠다. 형사문제도 그렇고."

- SK 경우 원상복귀한다는 말이 있었잖지 않나.
"개인 당사자들이 알아서할 문제이고,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이해 당사자들이 차후에 확정될 문제다."

- 8만5000원으로 인수한 시점은? 96년인가.
"비상장이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다. 거래한 예가 얼마 안된다. 93년경이다. 96년에는 거래 없으니까 우리가 찾은 것 중 96년 가격에 제일 근접하는 것이다. 또 (법정) 공방을 위해 제일 싼가격을 골랐다. 98년 거래 가격(10만원)을 96년에 붙이는 건 확실치 않았다."

- 93년에서 96년 사이에 거래한 예가 없나.
"전체 통틀어 3건 있다. 하지만 '얼마로 평가하나'가 문제다. 비상장이고 관련자만 갖고 있던 주식이기에 그렇다. (8만5000원으로 산정한 것은) 회사에 큰 변화나 가격이 크게 떨어질 상황이 93∼96년 사이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결산할 때 사용한 가격이 있다. '거래가격이 우선'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판례이다."

- 공모여부는?
"아직 수사가 안됐다."

- 삼성 구조본이나 비서실 등의 기획설은?
"일부 조사한 부분도 있고 안된 것도 있다. 독자적인 판단이다 아니다는 주장이 있는데…. (앞으로) 관련자 등을 조사하는데 시일 더 필요하다."

-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한 수사는?
"들어보나 마나 아니냐. 앞으로 더 수사해야 한다는 것."

- 허와 박, 두 사람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는 없나.
"(증거인멸) 모의를 했어도 7년 동안 다했겠지. 검찰이 지난 7년 동안 아무 일도 안하고서 기소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쪽도) 자기네들도 다 안다. (지난 7년 동안) 무수히 서로 간에 쳐다보며 하는 게임이다."

- 8만5000원은 7700원에 팔았으면 이건희 회장 부자에게 현저하게 저가 발행했다는 의도 있지 않나.
"의도가 그 사람(이재용 상무)에게 특별한 이익을 주려 했을 수도 있고, 또 이 두 사람(허 사장과 박 상무)의 주장대로 100억 자금조달 위해 사채를 발행했는데, 주주들이 돈을 안내니까, 마침 그 사채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주었을 수도 있다. '자금 조달의 일련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사채차익을 노린다든지 등에 대해 평가를 엄밀히 하고 있다. 조사결과 우리(검찰)는 지금 이 두 명이 현저한 저가 발행으로 회사에 손해 끼쳤다는 것을 나름대로 결론으로 내려서 혐의까지만 보고 기소하는 것이다."

- 100억원이 왜 급히 필요했나?
"(에버랜드에서) 자금조달에 무슨 명목이 있겠나. 그 사람들이 계속 투자하다보니, 장-단기 채무가 있어, 자꾸 빚만 질게 아니라 사채를 쓰자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한다. 전환사채는 '무이자'이다. 급박했냐 안했냐 여부는 법정에서 붙어야 하지만, 급박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 다음 일정은?
"다음 일정은 앞으로 계속 '노코멘트'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삼성쪽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집행이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 증여에 대해 법리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검찰의 기소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오후께 검찰의 기소 의견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참여연대 "이건희 회장도 기소하라"

이재용씨 편법상속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해온 참여연대는 허태학 사장 등 삼성관계자 2인의 기소와 관련해 "허태학 사장은 이건희 회장과 무관한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의사결정자인 이건희 회장이 몰랐을 수 없다"며 "전환사채 발행 당시는 물론 현재도 에버랜드 이사인 이건희 회장도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1일 <에버랜드 CB검찰기소는 재벌의 배임특권 근절계기가 되어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이같이 주장하면서 "검찰의 기소는 일단 다행이지만 여타 다른 (삼성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에버랜드 CB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발행됐다는 것이 이번 기소의 근거"라며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이재용씨에게 발행한 사건에 대해서도 즉각 재조사해 기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제일기획,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에스원 등이 이재용씨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인주 이사 등으로부터 침몰위기였던 e-삼성 등 인터넷벤처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것과 관련해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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