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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흔히 다양화·전문화 시대라고들 한다. 이에 걸맞게 국내 방송과 언론도 점차 다양화·전문화의 길을 걷고 있다.

경제와 스포츠 전문지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한 것이 된지 오래고, 이제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교육, IT(정보통신), 여성, 건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지난 95년부터 실시된 케이블 방송과 위성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뉴스는 물론, 영화와 각종 오락프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생활과 밀접한 전 분야에 전문 방송채널이 자리잡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기상 전문방송이 한 개쯤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난해와 올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긴 태풍 '루사'와 '매미'의 예에서 보듯 이제 기상은 어느 특정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상은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 기상전문채널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하루 24시간 내내 기상정보만 제공했던 방송이 있기는 했다. 바로 국내 유일의 기상전문방송이었던 케이블 TV '웨더뉴스채널'이 그것이다. 하지만 '웨더뉴스채널'은 지난해 8월말 방송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민간기상예보 사업자인 '웨더뉴스'가 운영했던 '웨더뉴스채널'은 지난 2000년 제2차 채널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시청자들에게 줄곧 다양한 기상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일부 기상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는데 실패했고, 이에 따른 시청률 하락과 광고수주 급락, 경영수지 악화 등으로 결국 방송을 계속하는데 많은 부담을 느껴왔으며, 결국 방송 중단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웨더뉴스채널'의 퇴장은 기상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에 걸친 낮은 '인지도'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기상선진국에 비해 아직 기상 정보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 국가는 전국단위로, 때로는 지역단위마다 날씨채널이 성업중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 역시 일기예보에서부터 결혼, 마케팅, 재해, 농·림·수산업 기상정보 등 다양하다.

수많은 기상정보를 바로 눈앞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미국 해안에 엄청난 위력의 허리케인이 상륙했을 당시 지역 날씨채널이 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역시 기상청과 여러 민간예보사업체에서 다양한 기상정보- 고속도로, 생활지수, 건설, 결혼날씨 정보- 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를 얻고자 하려면 해당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또한 일부 정보는 일정액의 요금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기상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날의 날씨나 주간예보 등 일기예보 위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기상청과 기상관련업체의 홈페이지에는 지나간 날씨를 물으려는 네티즌들의 글이 폭주한다. 제때 일기를 쓰지 못한 학생들이 한꺼번에 지난 날씨를 문의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홈페이지가 방학숙제를 손쉽게 해결하기 위한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기상청과 기상관련업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상관련 프로그램을 제시간에 공급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TV는 속보성과 편재(遍在)성으로 인해 다른 어느 매체보다 재해 발생이 예상될 경우 예방과 대처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태풍 '루사'와 '매미'의 예에서 확인했듯이 집중호우나 태풍, 폭설 등으로 많은 피해가 예상될 경우, 기상청에서 발표되는 실시간 기상정보를 공중파 방송만으로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실제로 지난 9월 태풍 '매미'가 남해상을 거쳐 남부지방으로 상륙하고 있을 때에도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는 재해 예방적인 기능은 무시한 채 사후 피해 소식만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TV 뉴스의 상당부분이 태풍 예상경로에 맞춰져 피해요령이나 대처방안을 알려주는 예방적 보도보다 태풍 피해보도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또, 태풍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이 지나도 같은 내용의 기자 리포트나 화면을 내보내고, 정보성이 가미된 보도가 아닌 단순한 태풍상황만을 전달하는 스케치성 보도가 많았던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물론 공중파 방송에서 한 개의 채널을 기상전문방송으로 지정.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다면야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러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공중파 방송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케이블 TV에서의 기상전문방송은 필요하다.

공중파 방송 역시 재해·재난 관련 전문인력 확보 및 재해방송과 관련한 자율적 편성권 보장, 지역방송사, 지방자치단체, 지방 기상관서와의 긴밀한 협조 등이 시급하다.

그러나 요새 케이블 TV가 경쟁적으로 연예·오락 프로그램 위주로 바뀌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이어야 시청자들의 눈을 끌고, 돈벌이가 잘된다는 틀에 박힌 생각 때문만은 아닐까.

지난여름,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원성이 기상청의 홈페이지를 장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보에 대한 비난도 중요하지만 기상현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날 때 우리나라의 기상예보는 그만큼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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