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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역에서 열린 민중대회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도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광주역에서 열린 민중대회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도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주말인 6일 광주전남 각 지역에서는 이라크파병 반대와 노동탄압 철폐, 한·칠레 FTA 국회비준 반대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 농민 등 시·도민의 시위가 잇따랐다.

광주전남민중연대(상임대표 김정길)는 이날 오후2시 7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역 광장에서 광주권 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전남지역 16개 시·군에서 9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전남민중대회를 개최했다.

김정기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30여년간 이 나라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자, 농민들은 피땀 흘리며 노력했고 '조금만 기다리면 보답하겠다'는 말을 믿고 참아왔다"며 "그러나 이땅엔 재벌과 정치인, 관료 그리고 청와대만 존재할 뿐 우리들이 서 있을 자리는 없이 철저히 유린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상임대표는 "우리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저들은 아무 대답이 없고, 오히려 모든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노동자와 농민들을 부도덕한 사람들로 몰아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민중대회에서 김 상임대표는 각계각층의 단결된 연대투쟁을 강조해 향후 고강도의 대정부 투쟁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이제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며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이 하나가 돼 굳건한 연대조직을 만들어 준비된 싸움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에 대한 광주전남민중연대의 강경한 입장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광주전남민중연대는 민중대회 개최 하루전인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노무현 정권은 살인적인 손배가압류와 노조탄압, 비정규직 차별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대책없는 WTO 개방정책과 한·칠레 FTA로 농민생존을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점상, 철거민에 대한 강제철거로 빈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고 부안에서는 경찰계엄을 실시해 주민들이 피 흘리게 하고 있다"며 "항거하는 민중들을 힘으로 억누르는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죽음과 피로 얼룩진 현 시국을 돌파하기 위해 민중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다"고 천명했다.

이날 민중대회에는 '핵발전소 중단·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부안군민 대책위' 관계자도 참석, 연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유재영 부안대책위 집행위원은 "부안은 지금 80년 5월 광주의 상황과 똑같다"며 "부안 군민의 의사도 무시하고 지역공동체가 파괴되건 말건 (핵폐기장 건설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정부가 무슨 민주정부냐"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유 집행위원은 "부안군민은 핵폐기장 백지화와 핵에너지 정책이 전환되고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찾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3일 '핵폐기장 백지화와 민중생존권을 위한 민중대회'가 부안에서 열린다"며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이날 민중대회 참가자들은 광주역 집회를 마친 후 전남도청 앞 광장을 향해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거리행진 도중 한나라당 전남도지부 당사를 향해 한·칠레 FTA 국회비준 및 이라크 파병 반대의 표시로 수 십개의 달걀을 투척했다.

이어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박광태 광주시장 퇴진을 요구하며 시청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박광태 시장이 3천만원을 받고도 아직까지 '시정을 책임지겠다'며 버티고 있다"며 "비리시장 박광태는 즉각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중대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던 중 광주시청입구에서 박광태 시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민중대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던 중 광주시청입구에서 박광태 시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광주시농민회는 시청 앞에서 광주시 농업정책에 대한 요구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광주시농민회는 성명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농민들에게 박 시장은 '광주시 부채가 1조원이 넘는데 농촌에 투자할 돈이 어디 있느냐'며 농민들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주시 중장기농업정책 제시 및 즉각 실시 ▲농업발전기금설치 운영조례안 개정 ▲농업발전기금의 광주시 예산 10%로 확보 ▲박 시장과 관계자의 사과 및 퇴진 등을 요구했다.

광주시청 앞에 멈춰선 집회 참가자들은 박 시장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시청 앞에서 농성하는 노동자·서민들을 면담하기는커녕 (노동자·서민을) 두들겨 팬 곳이 광주시"라며 "박 시장은 광주시의 주인은 시민이 아니라 자신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박 시장을 비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 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청 철문을 뜯고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광주역에서 출발해 광주시청과 대인시장을 거쳐 이날 오후 4시50분경 전남도청 앞 무등빌딩까지 진출한 집회 참가자들은 길목을 차단한 경찰들과 대치하며 도청 앞 광장 진출 허용을 요구했다.

이날 전남도청앞 금남로에서는 민중대회 참가자들과 경찰들간의 격렬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전남도청앞 금남로에서는 민중대회 참가자들과 경찰들간의 격렬한 공방이 이어졌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경찰이 더 이상의 거리행진을 불허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5시20분경 경찰들을 몸으로 밀어붙이며 광장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간의 몸싸움은 순식간에 격렬한 공방으로 확산됐다. 이 와중에 해산에 나선 일부 경찰들은 격한 진압과 불손한 태도로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광주YMCA 부근 인도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김모(28·여)씨는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경찰에게 다가가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김씨는 "갑자기 이쪽으로 들이닥친 경찰들이 (집회와) 상관없는 시민들까지 때리고 곤봉으로 위협하며 욕까지 했다"며 분개했다.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았다"고 주장한 또다른 김모(28·여)씨는 "이 집회는 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라도 내보자는 취지로 하는 것 같은데 경찰들이 덩달아 흥분하고 (시민들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어야 되겠느냐"며 경찰의 태도를 나무랐다.

경찰들과 밀고 밀리는 공방을 벌인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의 화형식을 갖고 ▲이라크 파병 반대 ▲손배가압류·비정규직차별 철폐 및 노동탄압 철회 ▲한·칠레 FTA 국회비준 반대 ▲WTO 쌀수입개방 반대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며 오후 6시10분경 자진해산 했다.

이날 집회에서 광주전남민중연대는 오는 13일 부안에서 열리는 '핵폐기장 백지화와 민중생존권을 위한 민중대회'에 적극 참석할 것을 결의해 정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14개 중대 2000여명의 경찰력이 동원된 이날 민중대회에서 성모(36·남)씨를 비롯 8명의 집회 참가자가 부상을 입었다고 광주전남민중연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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