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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을 앞둔 한 고등학생의 부주의로 피해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목포 경찰은 지난 11일 고교 3학년생인 한모(18)군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7일만에 가해 운전자가 어머니가 아닌 아들로 드러난 것이다.

안타까운 이 사건은 지난 12월 3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군은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된 다음날인 이날 밤 응시할 대학 배치표를 얻기 위해 어머니 차를 몰고 친구집으로 갔다.

운전면허도 없었던 한군은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목포시 용해동 왕복 8차선 도로에서 때마침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대생 고모(21)씨를 치어 숨지게 한 것이다.

무면허 사망 사고 내

사고 발생 직후 한군은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고, 현장에 달려온 어머니 조모(46)씨는 어렵게 키워온 자식의 장래를 생각해 아들 대신 자신이 처벌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경찰에서 조씨는 "자신이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으니 처벌해 달라"고 거짓 진술을 했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려고 했던 모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머니 조씨는 가해 운전자로 경찰서 유치장 생활을 시작했고 사고 신고접수를 받은 해당 보험사는 경찰과는 별도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그러나 어머니 조씨의 진술내용을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 관계자는 경찰에 수 차례 재조사를 요구했고 사고 당시 목격자 확보에 나섰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던 시내버스 기사와 학생들로부터 “운전자가 남자였다”는 진술을 확보해 경찰에 통보한 것이다. 김모(38·D보험사)씨에 따르면 “사고 다음날 어머니 조씨로부터 사고접수를 받아 경위조사를 하던 중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경찰에 재조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보험사, 재조사 요구로 드러나

종합보험에 가입한 차량이지만 운전자가 무면허로 사고를 냈을 경우에는 책임보험 혜택만 주어지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치밀한 조사를 벌인 것이다.

경찰의 추궁에 어머니 조씨가 울먹이며 진실을 털어놓게 됐고, 결국 사고발생 일주일만인 지난 9일 운전자 한군이 구속됐다. 철없는 자식을 위한 모정은 5일 동안 유치장 신세를 지는데 그친 것이다. 담당 경찰은 어머니 조씨에 대해 “범인 도피행위 등 실정법을 위반했지만 가족이라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속 된 한군은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가 옥살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동안 너무 괴로웠다”며 한 순간의 부주의가 불러온 불행을 뒤늦게 후회했다.

담임 교사, 한군 앞날 걱정

그러나 한군의 구속이 불러온 파장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살 때부터 홀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자란 한군은 이번 수능에서 중상위권 점수를 얻어 서울 또는 수도권 대학에 응시할 예정이었다.

담임교사인 김모(49)씨는 “어머니 조씨가 한군만 바라보며 어려운 생계를 꾸려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한군은 성실해 학급에서 반장까지 맡고 있다. 김 교사는 같은 반 학생들이 대신 대입 원서를 접수했다며 앞으로 벌어질 일을 더 걱정했다. 한군이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석방될 때까지는 등록 직후 휴학을 해야 한다.

생활보호 대상자인 어머니 조씨는 변호사 선임을 포기하더라도 당장 피해자 가족과 합의하는 비용을 마련하는 일에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다. 종합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망사고여서 엄청난 합의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식의 부주의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과 어머니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엄청난 짐만 안겨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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