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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위원은 25일자 한국일보에 동인문학상 후보 추천을 거부하는 글을 올렸다.
고종석 위원은 25일자 한국일보에 동인문학상 후보 추천을 거부하는 글을 올렸다. ⓒ 한국일보 PDF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조선일보 주관의 동인문학상 후보 추천을 거부했다. 고 위원은 언론계의 공인된 '안티조선' 논객이다.

이로써 문인의 동인문학상은 2000년 황석영씨가 후보심사를, 이어 2001년 공선옥씨가 후보추천을 거부했고, 고 위원의 경우를 합치면 세 번째이다. 더욱이 5000만원이라는 상금에도 이들 모두 '안티조선'을 표방하면서 동인문학상을 거부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또 주관사인 조선일보에게 사실상 '불명예'를 안긴 셈이다.

고 위원은 24일자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조선일보 지면이 나를 조롱"> 제하의 칼럼을 싣고 '안티조선' 차원에서 동인문학상 후보 추천 자체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안티조선…동인문학상 후보에 거론말라">라는 부제가 달린 이 칼럼은 25일자 한국일보에서는 <동인문학상 생각>으로 제목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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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위원은 이 칼럼에서 지난 18일 오후 예전에 일했던 신문사의 문학 담당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야 본인 소설집이 동인문학상 후보에 오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 후배 기자가 내게 물은 것은 내가 조선일보에 대해, 그 신문이 운영하는 동인문학상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을 그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 위원은 이어 "집에서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다"는 소신을 거듭 나타냈다. 또 "아침에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이는 신문은 내가 매일 한 귀퉁이를 짧은 칼럼으로 채우는 한국일보를 제외하면, 흔히 ‘한경대’라고 불리는 비교적 중도적인 매체들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같은 모습을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학을 뗀 이래 줄곧 그랬으니, 꽉 찬 6년을 조선일보 없는 세상에서 살아온 셈"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언론계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처지에 우리 사회에서 실팍한 영향력을 지닌 신문을 아예 외면하는 것은 직업적 불성실이라 비판받을 만도 하다"면서도 "그러나 세칭 안티조선운동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선일보에 아예 무관심해지는 것이 그 신문을 꼼꼼히 읽으며 비판하는 것 못지 않은 효과적 실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선의 비도덕적인 '글쓰기 권력화' 반대

그는 안티조선운동에 공감하는 이유로 조선일보의 '수구냉전 이데올로기'와 '글쓰기의 권력화'를 꼽았다. "조선일보는 수구냉전 복고세력의 선전국이면서 지면에서 나타나기 쉬운 글쓰기의 권력화를 가장 비도덕적으로, 현저히 정치적으로 드러내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동인문학상에 비판적인 이유도 조목조목 들었다. 그가 지적한 동인문학상의 문제점은 △심사위원단 종신화 △파격적 상금 인상 △한국문단에 대한 조선일보의 아귀힘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것 등이다.

그는 오랜만에 조선일보를 접한 소회를 유감으로 대신했다.

그는 "내가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에 대해 던져온 비판적 발언을 김광일 기자나 심사위원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작품의 됨됨이로 보나 조선일보에 대해 취해온 입장으로 보나 도저히 이 상의 수상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고 그 얼굴을 지면에 실은 데 대해 조선일보 쪽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그는 "그저 심사 독회에 올랐을 뿐 수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거부라니 내 꼴이 얼마나 우스운가, 그렇다고 비판해온 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는 꼴은 또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라고 되묻고 "결국 조선일보 지면은 나를 조롱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동인문학상과 관련해 본인 이름이 거론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다시 한번 전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에 대한 기사를 쓴 김광일 조선일보 기자에게 "내 소설집 제목을 ‘엘리아의 노래’라고 썼으나 그것은 ‘엘리아의 제야’로 고쳐달라"는 '사소한' 당부를 남기며 '안티조선' 선언을 마쳤다.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 입사로 기자생활을 시작한 고 위원은 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 한겨레로 옮겼다가 글쓰기를 위해 언론계를 잠시 떠났다. 97년 창작 소설집 <제망매>를 내놓았으며 올해 두 번째 소설집 <엘리야의 제야>를 펴냈다. 93년에는 <기자들>이라는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99년 한국일보로 돌아온 고 위원은 편집위원을 거쳐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학구파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글은 정확한 문장과 적재적소의 어휘선택, 뛰어난 논리정연함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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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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