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 대한 조선일보의 아귀 힘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학상 거부 칼럼은 독자 자유를 억압하는 작가의 '아귀의 힘'이 될 수 있다."
소설가이자 <한국일보> 논설위원인 고종석씨의 동인문학상 거부 선언이 주최측 <조선일보>와의 지면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언론계의 대표적인 안티조선 논객인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자사 칼럼에서 동인문학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자, 김광일 <조선일보> 기자가 지면을 통해 고 위원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인들의 동인문학상 거부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과 2001년에도 소설가 황석영씨와 공선옥씨가 각각 동인문학상 후보를 거부했지만 조선일보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기자는 지난 26일 '조선데스크' 칼럼에 <동인문학상 '조롱한' 고종석씨에게>를 싣고 "의견개진 수준을 넘어 문학상 후보단계의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칼럼은 독자의 근원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작가의 '아귀의 힘'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동인문학상이) 한국문단에 대한 조선일보의 아귀 힘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 고 위원의 비판적인 표현을 빗댄 것이다.
또 김 기자는 고 위원의 '조선일보가 조롱했다'는 해석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인문학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온 인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 판단을 존중하고 그 결과를 기사화할 뿐"이라며 "그가 동인문학상을 비판하는 것과 심사위원들이 그의 문학적 성취를 평가하는 것은 별개"라고 반박했다.
고 위원은 지난 25일 한국일보에 '이런 생각-동인문학상 생각' 칼럼을 싣고 동인문학상 후보 거부를 선언했다. 이는 현직 논설위원이 다른 신문사의 문학상을 거부했다는 것 뿐 아니라, '조선일보 반대' 차원에서 거부했다는 점 때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주류신문사 소속 중견 언론인이 지면을 통해 공개적으로 안티조선을 확인한 방식도 이례적이었다.
고종석 위원, 김광일 기자 실명 언급
고 위원은 해당 칼럼에서 "작품 됨됨이로 보나 조선일보에 대해 취해온 입장으로 보나 도저히 이 상의 수상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고 그 얼굴을 지면에 실은 데 대해 조선일보 쪽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 위원은 "비판해온 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는 꼴은 얼마나 우스울 것인가, 결국 조선일보 지면은 나를 조롱한 셈"이라며 "이 상과 관련해 내 이름이 거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정중히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 위원은 또 칼럼에서 김 기자를 실명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고 위원은 "김광일 기자의 이름을 단 그 기사의 호의적 분위기는 겁없이 덜컥 내놓고 부끄러워하고 있는 소설집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격려차 건넨 의례적 덕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심사 독회에서 나온 쓴소리들을 선의로 생략해버렸을 김 기자의 배려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기자 "동인문학상 비판과 문학적 평가는 별개"
김 기자는 이와 관련 "(고씨 칼럼을 접한 뒤) 동인문학상 개편 때부터 관여해온 문학담당 기자로서 그에게 몇가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입장을 밝히게 된 배경을 덧붙였다.
그는 "고 위원은 조선일보가 동인문학상 관련 기사를 통해 자신을 '조롱했다'고 썼다, 그는 그리고 '나는 이 상과 관련해 내 이름이 거론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정중히 전하고 싶다'며 '후보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고 위원이 동인문학상을 비판하는 이유로 든 △심사위원 종신제 △상금인상 △심사독회 기사화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그는 "300개에 달하는 문학상을 갖고 있고 무수한 성향의 다양한 작가군이 엄존하는 한국 문단이 동인문학상의 종신제·상금인상·월례독회 만으로 장악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며 되물었다.
그는 "조선일보가 2000년 이 상을 개편할 때 적지않은 출판수익이 보장되는 '수상작품집' 출간을 포기하고 연간 억대의 예산 지출을 감수하기로 한 것은 한국문학 활성화의 순수한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그는 "비평가를 포함한 독자 집단이 작품의 내용과 질을 토론하거나, 올해의 작품으로 뽑거나, 수상 후보로 올리는 일련의 문학적 향유와 수용행위에 대해 작가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고 따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문학상과 그 상을 운영하는 언론을 동일체로 보는 정치적인 시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는 "신문사가 문학상을 '운영'한다고 할 때 그 실체의 대부분은 재정지원에 그치고 있을 뿐 심사과정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며 "누가 나를 싫어한다고 심사위원들에게 '저 사람 안됩니다'라고 주문한다면 그 상의 공정성과 권위는 무엇이 되겠는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