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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국
“저기 무신 짓이고.”
“보먼 모리나 코 파서 묵는기지.”
“아이고 더러버라.”
“해목아, 코에서 손빼라. 맴매한다.”

아내가 코로 손이 들어가는 아이의 손을 탁 때립니다. 입이 삐죽 나오더니 할머니에게 달려갑니다. 여러 차례 ‘콧구멍 후비기’를 중단시켜 보려 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감기가 심할 때는 별로 그러지 않더니 콧물이 말라가니 코딱지가 생겨서 더욱 손이 가는 모양입니다.

ⓒ 조경국
떼낸 코딱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엄마의 눈치를 보더니 눈길이 자기에게 미치지 않는 것을 보고 용의주도하게 입으로 가져갑니다. 아이에겐 짭짤한 것이 간식거리라도 되는 모양입니다. 아내가 야단을 쳐도 무엇이든 반대로 하려하니 청개구리가 따로 없습니다. 엄마가 보면 손을 엉덩이 뒤로 찰싹 붙였다가 다른 곳으로 관심이 가면 금방 손이 코로 올라옵니다.

콩 타작이 한창이던 지난 가을에 아이는 할머니 옆에 앉아 콩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 콧구멍에 집어넣어 병원까지 간적이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집게를 가지고 빼낸 콩을 보니 퉁퉁 불어 아이 엄지손톱만 했습니다. 그런 고생을 하고서도 저런 장난을 하니 아내가 애가 탈만도 합니다.

아이가 커 가는 것 만큼 장난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위험한 물건은 손도 대지 않더니 무엇이든 자기가 해보겠다고 야단입니다. 밥상도 자기가 옮겨야 하고, 텔레비전도 자기가 켜야 합니다. 강아지도 자기가 야단을 쳐야하고, 금붕어의 밥도 자기가 주어야 합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높은 곳에 매달리고, 뛰어 내리고, 강아지의 꼬리를 잡아당기고, 가위질을 합니다. 마치 움직이는 시한폭탄 같습니다. 야단치는 효과는 정말 한 순간 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야단치면 할머니가 달래주고, 할머니가 야단치면 할아버지 품으로 달려가니 회초리를 들고 따끔하게 혼을 내지 않는 다음에야 야단치는 것이 아이에게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 조경국
아내는 아이를 그대로 두면 어리광만 늘고 버릇이 없을까봐 걱정인 듯한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녀 귀여운 것만 보이시는 지라 당장 천방지축인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닌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선 제 어렸을 적 ‘연아(憐兒)어든 다여봉(多與棒)하고 증아(憎兒)어든 다여식(多與食)’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자주 회초리를 드셨는데 손녀에게는 그것도 예외입니다. 가만히 두면 자연히 알아서 착하게 큰다는 것이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갑자기 집안이 조용해 집니다. 뛰어놀던 아이가 그새 잠이 들었나 봅니다. 아내의 걱정도 이해가 되고 아버지의 말씀도 옳은 것 같습니다. 저야 당장은 그런 고민은 접어두고 감기로 아팠던 아이가 기세좋게(?) 뛰어노니 그것으로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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