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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7월 16일 1면 머릿기사로 김원기 고문, 문희상 비서실장 등이 굿모닝시티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오보로 밝혀졌다.
<동아일보>는 7월 16일 1면 머릿기사로 김원기 고문, 문희상 비서실장 등이 굿모닝시티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오보로 밝혀졌다. ⓒ 오마이뉴스 자료
무엇보다 <동아일보> 7월 16일자 <"김원기 문희상 이해찬 신계륜씨에게 로비명목 거액 건넸다">가 첫번째 사례로 꼽혔다.

동아는 당시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선 당시 민주당의 김원기 고문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이해찬·신계륜 의원 등에게 거액의 로비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도에 거명된 사람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으며, 동아는 후속을 내보내겠다고 장담했지만 8밀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공개 정정, 사과했다.

동아는 같은 달 24일 1면에 '김원기 문희상 이해찬 신계륜씨에 굿모닝시티서 돈전달 진술없었다'와 '독자-당사사자에 사과드립니다' 제하의 사과문을 실었다. 하지만 동아는 사과문을 통해서도 "취재원은 실명을 밝힐 수 없으나 지금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직위의 인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두번째 사례는 지난 5월 보도된 '북한 김정일 위원장 최측근인 길재경의 미국 망명' 건이다. 당시 언론들은 '김정일 최측근 길재경 부부장 등 망명'(KBS 5월 17일), '길재경은 누구? "비밀자금 조성"'(MBC 5월 17일), '권력핵심 미국 망명, 북한에 충격 줄듯'(SBS 5월17일), '북 김정일 비밀자금총책…호주 마약밀수지휘 길재경 제3국서 미 망명'(문화일보 5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최측근 길재경 부부장, 미국으로 망명'(한국경제 5월18일), '길재경 망명설 사실땐 큰파장'(경향신문 5월 19일), '김정일 자금책 길재경 망명설'(매일경제 5월 18일) 등으로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이틀 뒤 중앙일보가 길재경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묘지 사진과 함께 실으면서 한바탕 소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오보는 연합뉴스가 5월 17일 오전 '"김정일서기실 부부장 길재경 미 망명"'이라고 처음 보도한 내용을 다른 언론사들이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썼다가 생긴 해프닝이었다.

연합뉴스는 5월 19일 '길재경 망명설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고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경향신문도 같은 날 '길재경 망명설 오보 사과 드립니다'는 사과문을 내고 "연합뉴스를 인용해 보도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서기실의 길재경 부부장의 망명설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실었다.

2. 견강부회 : 엉뚱한 논리를 붙인 보도

이라크 파병 관련보도가 뽑혔다. 특히 지난 10월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대부분 언론들은 "이제 파병 명분이 생겼으니 파병을 결정하자"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독일·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만 하고 파병은 물론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한국 언론은 면밀한 고찰 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가 마치 해결책인 양 우격다짐식으로 보도했다"고 미디어포커스는 지적했다.

다음으로 IPI(국제언론인협회) 관련 보도가 '견강부회' 사례로 꼽혔다. IPI는 지난 9월 15일 연례총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국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한편, 이사회에서 한국을 언론탄압 감시국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조선과 동아, 중앙 등은 결의문 채택 직후 "IPI가 노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대해 규탄했다"고 인용해 자신들이 탄압받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잇따라 게재하면서 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사용했다.

그러나 IPI 결의안은 국내 기자의 38%(기자협회 설문), 언론학자의 21%(언론학회 설문)만이 동의할 정도로 신뢰성에 의혹을 샀다. 또 한국대표단도 모르게 채택되는가 하면 과거 유신정권 시절 한국을 언론자유국으로 지정했다는 점 등에서 지적을 받았다.

3. 목불인견 :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보도

미디어포커스는 먼저 가수 이효리씨 관련 보도를 들었다. 특히 스포츠신문을 중심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온갖 선정적인 보도가 잇따른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이어 방송뉴스의 선정적인 사건사고 보도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지적됐다. 방송사들은 지난 2월 대구지하철 참사 보도에서 불에 탄 객차 내부의 처참한 모습이나 고통스러워하는 부상자들을 그대로 보여줬다. 극도의 정신적 충격 상태에 있는 유족의 울부짖는 모습도 반복해서 등장했다.

또 자살 사건의 상황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해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프리게 했다. 아버지가 두 자녀를 한강에 던지는 현장검증 장면에서 아이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줬으며, 주부가 어린 자녀 3명을 데리고 투신한 사건에서도 투신 직전 아이들의 처절한 심정을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지난 8월 4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투신 자살 소식도 같은 사례로 꼽혔다. 대한매일과 SBS, YTN 등이 정 회장 시신의 일부가 선명하게 드러난 사진이나 장면을 보도한 것도 '목불인견'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4. 본말전도 : 본질은 없고 곁가지만 부각한 보도

부안사태 보도가 으뜸으로 꼽혔다. 대다수 언론은 사안의 원인과 쟁점, 대안보다는 부안사태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평이다.

부안군수 폭행 등 신문에서 부안사태를 크게 다룰 때는 대체로 폭력사태가 일어났을 경우였다. 부안 주민들이 구급차를 공격해 부상입은 의경을 폭행하고 진료를 방해했다는 지난 11월 21일자 보도는 의도적인 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농업관련 보도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언론들은 WTO 각료회의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자살하자 그 원인이나 국내 농업문제보다 개인 이력이나 주변 반응에 더 주목했다는 게 미디어포커스의 판단이다.

미디어포커스는 "올 한해 언론에 비친 농업문제는 시장개방이나 농가부채 등보다 그로 인해 촉발된 시위의 과격성에 집중됐다"며 "시위가 과격해지는 배경에는 과격시위를 해야만 주목하는 언론에도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5. 괄목상대 : 자기반성을 하는 등 획기적인 보도

중앙일보는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한 면 전체를 털어 <2003 바로잡습니다> 제하의 반성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한 면 전체를 털어 <2003 바로잡습니다> 제하의 반성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 중앙일보 PDF
그러나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는 등 용기 있는 언론보도가 칭찬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한 면 전체를 털어 <2003 바로잡습니다> 제하의 반성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중앙일보는 올 한해 자사 보도 가운데 오보였거나 외부에서 지적받은 보도를 골라 분야별로 파격적인 '정정' 특집을 게재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사소한 정정조차 인색한 한국언론 풍토에서 스스로 허물을 드러내고 점검했다는 차원에서 매우 획기적인 사례로 평가됐다.

미디어포커스는 "외국 유력지가 오보나 허위 기사에 대해 철처하게 자기 반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는 왜 저런 언론이 없나' 안타까웠다"며 중앙일보 사례를 높이 평가한 뒤 "감추고 싶은 오류를 솔직하게 밝히고 바로잡는 게 참다운 언론의 모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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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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