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가 12주년을 맞았다.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수요집회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주축으로 △일본군 '위안부' 범죄인정 △진상규명 △법적배상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2004년 첫 번째 수요일인 7일에도 수요집회는 어김없이 열렸다. 이날 집회는 12년의 투쟁을 자축하는 기쁨과 함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양국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분노가 뒤섞여 여느 때보다 힘찬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경과보고를 맡은 윤미향 정대협 사무총장은 "오늘 이 자리는 12년 동안 우리가 쏟아온 피땀의 결실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다"며 "그동안 수요집회를 지켜온 참가자들의 의지야말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이라고 치하했다.
윤 사무총장은 새해 첫날 일어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전쟁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범죄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일본의 망언과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참가자들의 지지발언도 이어졌다. 수요집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진관 스님은 "어찌하여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한·일 정부는 물론 양국의 종교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을 촉구했다.
마리아 수녀회의 세레마 수녀는 "수요집회를 통해 '가려진 것, 억압된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라는 말을 실감한다"면서 2004년이 정의가 살아 숨쉬는 한해가 되도록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역사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위안부' 문제를 알게되었다는 호매실 중학교 학생들도 함께 해 할머니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조휘주(호매실중 3)씨는 "처음 오긴 했지만 감동적인 자리였다"면서 "하루 빨리 일본 정부가 사죄해서 더 이상 할머니들이 고생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신혜수 정대협 상임대표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끝났다.
| | 수요집회, 12년의 역사 | | | |
| | ▲ 12주년 기념촬영 | | | 1992년 미야자와 일본 총리의 방한에 항의하며 시작된 수요집회는 일본의 '위안부' 진상규명 및 배상 등을 요구하는 한편 '위안부' 관련 현안이 생길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 입장을 밝히며 여론을 선도해왔다.
하미소토 전 일본 총리가 '여성을 위한 아시아 국민기금'을 발표하자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고(218차 수요집회), A급 전범인 도죠히데끼를 영웅화한 영화 <프라이드, 운명의 순간>이 일본 전역에서 상영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315차 수요집회).
최근에도 일본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왜곡,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사 해결의지 없는 방일 외교 등을 규탄하며 수요집회는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어오고 있다.
현재 수요집회가 요구하고 있는 7개의 사항은 △일본군 '위안부' 범죄인정 △진상규명 △국회결의사죄 △법적배상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과 사료관 건립 △책임자 처벌 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