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친일인명사전 발간, 네티즌의 힘으로!' 캠페인이 범국민적 동의를 얻어내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8일 오후에 시작된 <친일인명사전> 제작비 국민모금은 만 4일이 채 지나지 않은 12일 오전 11시 30분 이미 1억원을 넘어섰다.
이번 캠페인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7일자 정운현 칼럼 '다떨어진 헌 고무신짝을 부여잡고' 아래 독자의견으로 붙은 '참세상(kimhr)'이란 네티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비용을 모읍시다'라는 글이 도화선이 됐다.
국회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 관련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을 듣고 '국가기관인 행정부와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몰역사적인 부끄러운 상황이라면 남은 것은 살아있는 국민의 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라며 국민모금운동을 제안한 '참세상'은 현재 부산 동인고등학교 철학교사로 재직중인 김호룡(43)씨.
<오마이뉴스>는 12일 동료들과 함께 겨울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김호룡씨를 전격적으로 섭외,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아래는 "친일이라는 역사적 과오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질곡과 모순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김 교사와 가진 일문일답.
- 국민모금운동을 제안하는 글을 올린 이유는?
"지난 2001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접하고는 <친일인명사전>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당시도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동료교사들과 함께 부산에서 모금도 했다. 뉴스를 통해 예산삭감 소식을 들었고, '이래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관련된 칼럼이 실려서 내 생각을 독자의견에 적게 됐다."
-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인가? 그간 활동은?
"정규회원으로 가입한 건 최근이다. 그전에는 단체의 활동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정도였다."
- 모금운동 4일만에 모금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
"시민이나 민중이란 것이 국가주의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그들의 관심과 열정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인 것 같다. 덧붙여 그간 친일역사 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준 것 같아 기쁘다."
- 평소 학생들과도 역사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지.
"올곧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은 사회발전의 근간이며 개인적으로도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체 사회의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 학생들과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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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친일파 청산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현대사의 전개를 보라. 친일청산은 고사하고 해방 이후 친일세력이 정치와 사회, 경제 전 부문에서 다시 득세하는 불합리가 버젓이 이뤄졌다. 바로 이런 엇나간 역사가 현재 우리사회의 모순과 질곡까지 강제한 것 아닌가."
- 성금모금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이번 캠페인을 두고 '현대판 독립운동' 혹은 '네티즌 독립군'으로까지 이야기하는데.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은 양식을 가진 사람의 기본이다. 역사적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도 없이 지금까지 온 것에 대한 답답함이 이번 모금운동을 그렇게 평가하게 한 것이라 본다. 지금도 외세와 결탁해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는 집단이 분명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친일 청산이 과거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친일파진상규명특별법 등 과거사 청산법에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운현 칼럼>에서도 지적했지만 273명 국회의원 중 독립운동가의 자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거사를 쉬쉬하며 묻고가려는 것은 한국 기득권 세력과 우리 사회 지배계층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런 형태의 네티즌 국민운동으로까지 전개될 것을 예측했는지.
"전혀 하지 못했다. 이번 일은 역사를 올바로 세우려는 네티즌의 열망이 결코 낮지 않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긍정적 힘을 보여준 사례가 될 것 같다."
- <친일인명사전>의 편찬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
"여기서 청산이란 배타적인 인적 청산이 아니다. 역사의 기록을 명시적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경계의 마음을 갖게 하고, 교육적 자료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한국 현대사의 불행은 그 대부분이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 학교 내에서의 역사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는지.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갖게 하는 국가차원의 프로그램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현장 역사교사들의 관심과 노력이 이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