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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 강현식
"몽골 아이들은 시련의 들녘에서 강인하게 벼려진다. 절벽 아래로 새끼를 떨어뜨려 스스로 올라오는 새끼만 거둬 기르는 사자의 선택에 다름 아니다. 문명의 울타리 밖에서 인간은 스스로 강인해질 수밖에 없다. 생존본능이라 불러도 좋고, 자연의 선택이라 해도 좋다. 몽골인은 스스로 ‘푸른 늑대의 후손’이라 칭한다." - 에세이 <최고경영자 칭기즈칸> 중에서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기마민족은 항상 우리에게 역동적이면서 진취적인 민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800여년 전, 그들은 건조한 대륙성 기후와 척박한 자연조건을 지닌 고원 지대를 거주지로 삼았던 야만스러운 유목민족이었지만, 그들보다 수백배나 덩치 큰 나라들을 지배하며 150년 동안 거대한 제국을 유지했다.

글조차 몰랐던 한낱 유목민의 자식이었던 칭기즈칸은 기약할 수 없는 전쟁을 겪으면서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오랜 내전을 종식시키고, 마침내 그 제국의 ‘칸(황제)’으로 등극한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고 외치며 기마민족의 기상을 드높였던 칭기즈칸. 한중 수교 10주년을 즈음하여 칭기즈칸이 통치했던 유목민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특별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칭기즈칸·중국초원문화大展>은 다른 전시와는 달리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칭기즈칸의 미공개 유물 65점과 중국 내몽고 자치구 박물관에서 날아온 진품 유물들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 강현식
메르키트, 타타르, 흉노, 돌궐 등 시대와 장소에 따라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살았던 유목민들은 칭기즈칸이 속한 몽골 부족이 고원을 통일하면서‘몽골인’이라는 고유한 부족국가로 성장했다.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서로간의 신의와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몽골인들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장 안에는 다채로운 전시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입구에 들어서면, 지금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마차로 2년이나 걸릴 정도였다는 장대한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 제국’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원나라 건국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금석문과 법치(法治)의 원리를 내세운‘훈요 30조(빌리크)’를 보면서 풀을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유목민들이 세운 제국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건실했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또 이 전시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도 전래되어 내려 온 갖가지 진귀한 소장품들을 직접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산호와 옥으로 제작된 몽골 여인들의‘머리장식’도 그 중 하나인데, 7.5㎏나 나가는 장식을 머리에 얹는다는 것도 놀랍지만, 귀족계층일수록 머리장식의 무게가 더 나간다는 사실은 몽골 여인들이 미(美)에 관심이 많았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 산호와 옥으로 된 보석이 박힌 머리장식은 귀족계층일수록 무게가 더 나간다고 한다
ⓒ 강현식
무엇보다도, 칭기즈칸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민족들은 감히 흉내낼 수조차 없었던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전쟁에서 말을 이용해 승부를 내는 방법이었다. 지금처럼 자동차 하나 없었던 그 당시에 다른 민족을 정벌하기 위해서 그가 주목한 것은 말을 잘 다루는‘기마술(騎馬術)’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의 생활 자체는 언제나 말과 함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전시품의 대부분을 이루는 금으로 만들어진 말안장, 등자, 금방이라도 울부짖을 것 같은 말 조각상, 그리고 말에 올라 쏘아대던 화살 등은 이 기마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힘을 상징한다.

갑옷은 또 어떤가. 흉노족이 입었다던 청동 갑옷부터 화살이 갑옷에 직접 닿아도 곧바로 미끄러지도록 고안된 ‘둥근 돌비늘’ 갑옷까지 천하를 호령했던 거친 숨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리는 듯하다.

▲ 흉노족 청동 갑옷은 그 당시 발달된 군사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 강현식
▲ 칭기즈칸의 후예들은 돌궐족의 말을 수입, 자신들의 기후에 맞도록 품종을 개량할만큼 말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 강현식
특히, 실제로 유목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게르’를 설치해서 전시장을 다 둘러본 관객들을 초대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이 전시장을 이색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한편에는 마유주(말의 젖으로 만든 전통술)를 만드는 공간이 따로 있는가 하면, 가장이 앉는 신단이 모셔져 있고, 정중앙에는 난로가 놓여져 있어 초원으로 부는 강풍에도 끄떡없다. 또, 풀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들인지라 1시간만에 접고 이동할 수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고 귀띔한다.

▲ 황제가 입었다는 용포(龍袍)의 소매는 말발굽 무늬로 되어 있으며, 겉감은 모두 공작의 털로 짜여져 있다
ⓒ 강현식
▲ 서양식 체스와 비슷한 '몽고 장기'는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 강현식
<칭기즈칸·중국초원문화大展>을 총괄하고 있는 손민규 팀장은 기획 동기에 대해 “중국에 가려져 소외되어 있었던 몽고 문화를 들춰내는 의미가 있는데, 그 문화를 주도했었던 칭기즈칸이야말로 강한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걸 맞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유물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유물 선정 과정 중에서 탈락한 것들이 많아 아쉽다. 그러나 아이들은 물론, 가족들이 다 같이 볼 수 있도록 ‘퀄리티’면에서 어떤 전시보다 가장 앞선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면서, “무엇보다도 칭기즈칸이 이끌어갔던 ‘역사의 흐름’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나설 때 무언가 남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라고 덧붙였다.

▲ 유목민들의 거처가 되었던 '게르'는 중앙에 난로가 구비되어 있다
ⓒ 강현식
▲ 원나라의 '전차'를 보노라면 역동적이었던 칭기즈칸의 후예를 만나는 듯 하다
ⓒ 강현식
서로 다른 부족간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더욱 강인한 정신과 투지를 발휘했던 민족.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먼저 죽고 마는 비극적인 현실 앞에서도 천신만고 끝에 부족을 통일하고 다른 세계로 눈을 돌렸던 민족. 몽골 민족이 걸었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금방이라도 살아 숨쉬는 듯한 ‘칭기즈칸 제국’을 이 전시에서 느낄 수 있다.

"가난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몽골민들을 해방시키는 길은 몽골 고원 바깥에 있다. 고원 안에서 아귀다툼 할 게 아니라 고원 밖으로 나가자. 그래야만 모두가 배불리 먹고 살 수 있고 더 이상 동족상잔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칭기즈칸

천하를 호령했던 칭기즈칸의 후예들을 만날 수 있는 유물들을 지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유목민족은 낯설지만 신기한 민족"
전시회 해설을 맡은 신혜선씨


<칭기즈칸·중국초원문화大展>을 찾아온 관객들을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 신혜선씨를 만나 짧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사를 전공한다는 신씨는 장시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
"아이들 현장학습을 전담하는 교육원에서 일한다. 내몽고 박물관측에서 직접 설명한 내용을 숙지해서 설명해 드리고 있다"

-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이나 고충은 있나.
"특별히 힘든 점은 없는데, 아이들이 따로 와서 뛰어 놀 때는 조금 힘들다.(웃음) 근데, 이 일이 재미있다. 우리나라는 농경문화인데 비해, 유목민족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신기하고 낯선 점이 많아 흥미롭다."

-칭기즈칸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전시회의 컨셉은 그 당시에도 '법앞에 평등하다'라는 것이다. 칭기즈칸은 엄격함과 관대함을 두루 갖춘, 경영술이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 강현식

덧붙이는 글 | 이번 전시는 2월 1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1층 특별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요금 - 어른: 1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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