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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카데미 강사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노조지회장을 폭행한 회사 사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대구 수성경찰서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K아카데미 강사들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노조지회장을 폭행한 회사 사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대구 수성경찰서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지역 한 파견용역업체 사장이 노조 결성을 주도한 여성 노조 지회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15일 파견용역업체 K아카데미 노조지회장인 노아무개(29)씨는 "오늘 새벽 12시쯤 수성구 지산동 길가에서 귀가하던 도중에 회사 진아무개(34) 사장과 직원이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자'며 유인을 한 후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씨와 민주노총 대구본부에 따르면, 당시 노씨는 '이야기기만 나누자'는 말과는 달리 차량으로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어린이회관 부근 숲으로 끌려간 후 차에서 내릴 것을 강요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노씨는 차에서 내리는 것을 거부했지만 사장과 직원들이 강제로 차에서 내리게 했다. 이어 노씨의 머리를 잡아챈 사장은 노씨를 쓰러뜨린 후 쓰러진 노씨의 가슴을 발로 밟고 3~4차례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특히 사장은 노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노조 설립에 관여하지 말라" "죽여버리겠다"는 등 위협적인 말을 했다고 노씨는 주장했다.

놀란 노씨는 실신을 했고 사장 등은 자리를 떴다. 이후 노씨는 상급단체인 대구지역 일반노조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새벽 1시20분쯤 관할 파출소에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은 이날 새벽 4시쯤 임의동행 형식으로 진 사장을 수성경찰서로 데려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회사 직원들로부터도 참고인 자격으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받고 있다.

수성경찰서 한 관계자는 "진 사장의 진술을 받은 결과 노씨를 폭행하는 등 피해자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민주노총 가입에 대해 이번 달 말까지 기다려달라고 이미 노씨와 약속을 했지만 노씨가 이를 어겨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씨는 병원에서 3주 진단을 받은 상태로, 폭행 당시 충격으로 정신과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악질적 범죄행위" 구속 촉구 피켓시위

ⓒ 오마이뉴스 이승욱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이 회사 강사들은 15일 오전 10시 사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수성경찰서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노조 간부를 폭행한 회사 사장을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지역 일반노조 노의학 위원장은 "이번 폭행사건은 단순한 폭행이 아니라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사장과 직원들이 공모하고 납치·폭행한 악질적인 범죄행위"라며 "80년대에나 가능할 법한 노조탄압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노씨가 노조 지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K아카데미는 지난 98년부터 바이올린 전공자들을 회사 직원으로 고용한 후,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으로 강사를 파견하는 파견용영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는 강사들에 대한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논란이 있었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 회사는 수강생 한 명당 1만5000원 정도의 수업료(1개월)를 받은 후 단 4000원만을 강사들의 임금으로 지불해오고 별도의 월차 등 휴가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회사가 수업 외에 학원에서 열리는 학예회 등에도 강사들을 참석케 한 후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회사 강사 17명은 지난해 12월 사업장 노조를 결성했다가 지난 12일 대구지역 일반노조에 일괄적으로 가입신청을 냈다. 노조측은 오는 16일 사장과 노조간부들간의 상견례를 갖기로 한 점을 들어 "회사 사장이 노조측의 주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지회장을 폭행하고 노조를 그만 둘 것을 종용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편 대구 수성경찰서는 단순 폭행사건이 아닌 노동조합 문제가 연계된 만큼 검찰의 지휘를 받아 구속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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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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