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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SK정맥류병원 손영남 원장은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써 달라며 오마이뉴스에 1천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15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SK정맥류병원 손영남 원장은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써 달라며 오마이뉴스에 1천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지방의 한 개업의사가 21세기 신독립자금 모금운동이랄 수 있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예산 모금운동에 거금 1천만원을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모금을 개시한 이후 단일금액으로는 최대금액인 셈이다.

광주 시내에서 전문 의원을 운영중인 손영남(39) 'S·K 의원' 원장은 15일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보태달라"며 <오마이뉴스 광주전남>을 통해 1천만원을 기탁했다.

손 원장은 지난 99년부터 전남대학교 병원 인근에 하지정맥류 전문의원을 운영중이다. 손 원장은 "만약 일제치하였다면 독립자금을 댈 수 있었을까 되돌아 봤다"며 "전문직의 참여가 많지 않은 것이 더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푼 한푼 뜻을 모은 국민들의 모습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며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을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 스스로 놀라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국민적 모금운동을 '총알'로 표현했다. 자신도 총알을 보탠다는 의미였지만, 막상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도 없지 않았다고. 조그마한 전문의원에 불과하지만 자칫 거액의 성금을 내는 것이 국민적 운동의 취지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 주저했다는 것.

처음 10만원이 한도인 줄 알았던 손 원장은 "가족이름으로 10만원씩 해도 안될 것 같아 환자들의 양해를 구해볼까 했다"며 "없는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오늘날까지 부역자와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것은 친일청산 작업이 잘못된 것에서 비롯됐다"며 "후대를 위해 부끄러움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사회가 이만큼 진전되기까지 갈등과 고민이 있었으면서도 그간 한번도 용기를 내지 못해왔다"며 "이번 성금모금 참여를 통해 조금 더 가진 것에 대한 부채의식을 덜 기회가 마련돼 다행이다"고 겸손해 했다.

한편 손 원장은 조그만 전문의원을 운영해 오면서 그동안 하지정맥류 무료진료 사업을 펼쳐 오는 등 남모르게 봉사활동을 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직업병인 하지정맥류는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에 많이 나타나는 병으로, 손 원장은 그간 순천, 여수, 전주시청에 소속된 환경미화원 등 50여 명에게 무료진료와 시술을 벌여왔다.

5년 넘게 모은 '황금돼지' 몰고 모금에 참여
"윗사람들이 거부하면 우리라도 나서야"

▲ 30대 남성 2명이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황금돼지'를 몰고 들어왔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15일 오후 6시30분경 <친일인명사전 발간, 네티즌의 힘으로!> 모금운동이 진행중인 광화문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30대 남성 2명이 큼직한 '황금돼지' 한 마리를 몰고 들어섰다.

"모금운동에 참여하려고 왔는데요"라며 쑥스럽게 첫마디를 꺼낸 정영일(36)씨는 밝은 미소가 인상적. 은평구 역촌동에 거주하는 정씨는 "조카 박여딤(6), 박현석(4) 등과 함께 5년 이상 모은 것"이라며 황금빛 돼지저금통을 건넸다.

"<친일인명사전> 발간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 윗사람들이 그걸 거부하니까 우리라도 나서야 한다"는 말로 모금운동 참여이유를 밝힌 정 씨는 얼핏 보기에도 꽤나 묵직한 저금통 속에는 "외국여행 때 사용하고 남은 외국동전과 1969년에 발행된 주화 등 희귀한 동전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사무실을 찾은 정씨의 선배 김수황(37)씨 역시 "요즘 가장 큰 이슈가 독도와 고구려문제 그리고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운동 아니냐"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싶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정영일, 김수황씨 그리고 두 조카의 성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돼지저금통을 배를 가르지 않은 채 그대로 민족문제연구소에 전달할 계획이다. / 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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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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