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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의 김경애 교수(앞)와 강보현씨, 이해진씨, 백은주씨(뒤쪽 왼편으로부터)
ⓒ 송민성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고액권 화폐 발행 발언으로 새로운 화폐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여성인물을 화폐에 넣기 위한 여성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대표 김경애, 동덕여대 여성학 교수)는 지난 14일 운영회의를 개최하고 사회각계인사 100인(남녀 50명씩)이 참여하는 '여성인물 추천 백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동덕여대의 여성학 수업을 계기로 발족한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는 김경애 교수와 학부생, 대학원생이 주축이 되어 서명운동, 커뮤니티
(cafe.daum.net/womenmoney)를 통한 온라인 캠페인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동시에 시민연대는 역사 속에 묻힌 여성들의 자료 발굴을 통해 여성들의 역사(herstory)를 기록하는 작업도 함께 해나가고 있다. 이들은 현재 화폐의 주인공으로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선덕여왕, 허난설헌, 이태영 박사 등의 다양한 인물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앞으로 설문조사와 심포지엄, 전시회 등을 마련해 논의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 유관순, 신사임당을 모델로 한 가상지폐들
ⓒ 김경애
다음은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 대표 김경애 교수와의 일문일답.

- 화폐에 여성 인물 넣기 운동이 단시간에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민연대는 지난해 '여성학 주제 세미나'라는 수업에서 시작됐다. 수업의 부제가 '바꾸고 싶은 것들'이었는데, 각자가 여성의 입장에서 바꾸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을 해보고자 했다. 그 중 한 주제가 화폐에 여성 인물을 넣자는 것이었고, 종강 후에 학부생, 대학원생이 함께 참여해 시민연대를 꾸리게 되었다. 사실 이 정도의 반응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지?'였다. 마치 '콜롬버스의 달걀 세우기'처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미처 떠올리지 못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살짝 건드려준 것뿐이다."

- 일부에서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에 필적하는 훌륭한 여성들이 없다"는 비난을 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 역사에도 훌륭한 여성들은 매우 많다. 다만 드러나지 않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뿐이다. '훌륭한 여성들이 없지 않냐'는 말은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 우리나라의 뛰어난 여성들 선덕여왕, 윤희순과 김만덕(왼편으로부터)
ⓒ 한국여성개발원
- 구체적으로 어떤 이들을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가?

"재수없게 돈에 여자가 있냐구요?"

시민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생 강보현씨는 "아직은 학부생이라 배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이런 움직임에 대해 막무가내로 욕하는 것은 자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백은주씨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면서 "재수없게 아침부터 돈에서 여자가 보여야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백씨는 "그 말을 한 사람도 여자였다"며 "끝없이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 우리 여성들의 살아가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총장을 맡고있는 이해진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응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이 난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 송민성
"개인적으로는 이태영 박사나 김만덕, 선덕여왕 등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박사는 개인적 영화가 아닌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분이다. 가족법 개정이나 축첩제도 반대 등 여성의 현실을 개혁하기 위해 힘썼을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서서 투쟁하기도 했다.

김만덕은 제주도의 부호로 기근이 들자 자신의 재산을 털어 도민들에게 식량을 사주었다. 이를 계기로 제주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육지에 올라와 의녀 최고직인 의녀반수에 오르기도 했다.

선덕여왕은 강한 리더십으로 국가의 부흥을 도모한 대단한 정치가이다. 인재를 발탁하고 그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현명한 군주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윤희순, 임윤지당, 이빙허각 등도 역사에 남을 만한 여성들이다. 윤희순은 여성으로 직접 의병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고, 임윤지당은 학식이 높아 '여중군자'라는 칭송까지 받았다.

▲ 여성을 모델로 한 외국지폐들. 호주의 멜바, 프랑스의 마리퀴리, 노르웨이의 플라크스타, 스웨덴의 라게를뢰프, 일본의 히구치 이치요(위로부터)
ⓒ 김경애
또한 가정실학의 권위자인 이빙허각은 가정실학백과의 최고봉인 <규합총서>를 저술했다. 이처럼 높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리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이 너무나도 많다."

- '백인위원회' 구성과 심포지엄 개최 등 활발한 활동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작년까지는 '화폐에 여성도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식 수준이었다면, 이젠 '어떤 여성을 넣을 것인가'가 중심 이슈이다. 지금이야말로 시민연대를 비롯한 여성계가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선 인물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대학의 총여학생회나 동아리 등과 연계하여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다. 여성을 모델로 하고있는 외국 화폐 전시회도 가질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 오던 서명 운동도 계속할 것이다."

- 화폐 모델로 여성을 넣는 것은 어떠한 의의가 있는가?
"단순히 여성 한 명을 화폐에 그려넣느냐 안 넣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통해 이제까지 가정과 사회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공헌을 인정하는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과거 여성을 재평가하고 그들의 공헌에 감사하는 것인 동시에 현대 여성들에 대한 격려이다. 미래 세대 여성들에게는 역할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이번 운동 외에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지나간 역사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훌륭한 여성들이 많다. 그 분들의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나는 꿈꾸는 사람이다. 지금도 수많은 꿈을 꾸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하지만 '꿈은 꿨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활동들이 여성들을 위한 작은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미국의 경우 여성운동이 활발했던 1970년대 여성운동가인 수잔 앤서니를 1달러 동전에 새겨넣었다. 이 외에도 호주의 멜바, 프랑스의 마리 퀴리(우리 나라에는 퀴리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의학박사 몬테소리, 독일의 과학자 겸 화가인 메리안, 이스라엘의 정치가 메이어, 노르웨이의 음악가 플라크스타, 스웨덴의 라게를뢰프 등이 화폐에 새겨진 여성 인물들이다.

최근에는 일본이 올해부터 사용되는 신권 5000엔권에 메이지시대 여성소설가 히구치 이치요의 초상을 넣었다.

우리 나라에도 여성 인물이 화폐에 들어있던 적이 있었다. 1962년 5월 16일 발행된 백환권의 모델로 어머니와 자식이 저축 통장을 들고 있는 모자상이 등장한 것이었다.

이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추진에 긴요한 저축을 늘이려는 국가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고 그나마도 통화개혁으로 발행 24일만에 사라졌다. / 송민성

덧붙이는 글 | 후원 국민은행 065901-04-002334 (예금주 김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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