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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과학원이 연 27일 토론회. 이날 토론엔 연구진 소속 서울대 교수 3명의 주제발표 후 토론자의 토론이 이어졌다.
서울대 사회과학원이 연 27일 토론회. 이날 토론엔 연구진 소속 서울대 교수 3명의 주제발표 후 토론자의 토론이 이어졌다. ⓒ 윤근혁

‘평준화가 학력 세습의 원인’이라는 서울대 연구팀과 일부 언론의 주장에 대해 ‘과학을 가장한 궤변’이란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직접 벌인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27일 이 대학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과 함께 ‘과도한 연구결과의 해석’이라는 비판이 다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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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 토론자로 나선 윤정일(서울대 중등교육연수원장) 교수, 이수일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정재욱 전교조 정책실장, 김흥원 한국교육개발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 등은 ‘서울대 연구진의 보고서만 갖고는 평준화가 학력 세습의 원인이란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부 토론자는 서울대 연구팀의 주장을 뒤집는 근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02’ 결과를 내보이기도 했다.

이수일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이날 토론에서 “평준화에 대한 (이번 연구의) 계급 오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평준화 해체는 고소득층에 더 유리한 제도”라고 말해 연구 내용과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김흥원 한국교육개발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도 이번 연구 분석을 뒤집는 OECD 교육지표 2002 결과(PISA 보고서)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 가운데 가계 소득에 따른 학력 편차가 가장 적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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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놓고 ‘과학을 가장한 궤변’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평준화가 학벌세습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을 비교해야 하는데도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아무런 상관없는 분석자료를 갖고 평준화에 대해 언급한 것은 평준화 해체 논리의 또 다른 복사판”이라고 연구진을 겨냥했다.

반면, 이미 2002년 ‘평준화의 불평등성’을 언급한 보고서를 낸 바 있는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서울대 사회과학원 연구 결과는 심층연구였고 그 결과 또한 굉장히 주목할만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의 분들이 연구의 비약이라고 표현했는데 오히려 연구진이 더 적극적으로 교육 불평등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구 결과에 대해 이 같은 긍정 발언을 한 토론자는 이 교수뿐이었다. 하지만 방청객 의견 가운데는 이 교수 의견에 동의하는 내용이 많았다.

토론회 참석자 100여명 가운데 기자가 절반 가량 되었다. 어떤 참석자는 "기자회견장 같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 100여명 가운데 기자가 절반 가량 되었다. 어떤 참석자는 "기자회견장 같다"고 말했다. ⓒ 윤근혁
토론자들의 비판 의견이 빗발치자 공동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연구가 문제 삼은 내용의 원인이 평준화 때문이라는 오해를 살만한 문구를 이후 최종 보고서에서는 수정해서 내겠다”고 말해 기존 주장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는 토론회 초기 연구결과 발표에서도 “비평준화 하면 고소득층이 더 많이 서울대에 들어올 수도 있다. 비평준화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연구진이 낸 기존 보도자료를 뒤집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평준화 때문에 학벌세습? 그런 논리가 어딨나”
'평준화 폐지론자' 윤정일 서울대 교수 ‘직격탄’

▲ 윤정일 교수
ⓒ교육마당21

오는 2월 서울대 사범대학장에 취임하는 교육학계 원로 윤정일 교수는 사립고교 평준화 폐지론자다. 이른바 보수주의 교육학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27일 ‘평준화의 학력 세습’ 논리를 부추긴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윤 교수는 이날 기자와 인터뷰에서 ‘평준화가 학력 세습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이런 놈의 논리가 어딨나. 연구자들은 좀더 겸손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같은 대학 교수들의 연구 결과를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일은 보기 드문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연구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이번 연구는 서울대 20분의 1의 학생들을 놓고 벌였다. 샘플의 편협성 때문에 서울대 전체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과거 6년 동안 신입생 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번 결과와 달랐다.”

윤 교수는 96년부터 6년 동안 서울사대 교육연구소 소장을 맡으며 신입생 데이터를 분석해왔다고 한다. 그는 이날 오전 토론회장에서도 “서울대 전체 학생을 분석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전혀 다른 결과’에 대해서는 “사회적 파장 때문에 발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평준화가 학벌세습의 근거라는 게 이번 연구의 주된 논점 같은데.
“그런 놈의 논리가 어딨나. 연구자들이 부분을 갖고 전체를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서울대에서도 선호학과는 해마다 바뀐다. 30년 동안 선호학과가 계속 바뀌었는데 사회학과 입학생만 갖고 말하는 것은 20분의 1만 갖고 연구한 것이다. 일반성이 없다는 말이다.”

- 토론회에서 연구자들한테 왜 쓴 소리를 하셨나.
“교육개발원 김흥원 박사도 말했지만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데이터를 갖고 논리적으로 비약된 분석을 했다고 본다. 연구자들은 좀더 겸손해야 했다."

- 그럼 ‘평준화가 학벌세습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특별한 근거가 없다는 얘긴가.
“이번 연구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아까 말한 샘플의 협소함도 그렇고…. 사실 연구보고서에서 평준화 제도가 계층상승 촉진에 그 목표가 있던 것처럼 말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70년대 정책 도입 목적은 중학교 교육정상화, 시민교육의 정상화 등이었다.”

윤 교수는 “이미 고학력을 가진 부모를 둔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고학력자가 고소득자란 사실은 누구든 알고 있는 것인데 이토록 시끄러운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이 평준화를 깨려는 세력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나도 사립학교 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연구 발표해선 안 된다”고 허탈한 웃음소리를 냈다. /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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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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