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말했던가. '생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소멸하는 것'이라고. 우리의 삶은 기실 뜬 구름과 같은 것이다. 특히 수행자의 삶은 삶 자체가 한 조각 뜬 구름이며 자취 없는 바람이다. 탐욕과 애욕을 버리고 구도일념(求道一念)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책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는 실제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그리고 현재 구도자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스님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효림 스님이 수행의 길에서 만난 여러 스님들 중에는 성철 큰스님처럼 대단한 분들도 있지만, 엉뚱한 행동으로 다른 스님들에게 웃음을 주는 특이한 분도 있었다.
워낙에 엉뚱한 행동만을 일삼아 다른 스님들로부터 '괴각 스님'이라는 별명을 얻은 혜수 스님. 불교 사전에 의하면 '괴각'이란 언행이 대중의 질서를 따르지 못하고 유달리 어긋나는 짓을 말하며, 또는 그러한 짓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 효림 스님은 이처럼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스님을 비롯하여 다양한 스님들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구도자의 삶이 겉보기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전한다. 효림 스님이 가장 속상할 때는 대중들이 스님에게 '마음 편해서 좋겠다'고 얘기할 때이다.
기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안정된 모습이지만, 많은 구도자들 또한 인간이기에 어긋난 본성과 싸우기도 하고 고뇌에 빠져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도의 길을 걷는다. 겉으로 평온하고 안위한 생활을 하는 것 같지만, 구도자 자신의 내면 세계는 자신의 허상을 벗어던지기 위한 가열찬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위선에 찬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위선에 찬 수행자들은, 겉모양은 매우 진지하고 우아하게 포장되어 있지만 진정한 구도자의 길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위선적인 스님들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시각으로 냉정히 비판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세속적 영리와 명예를 버리고 바람과 구름처럼 살다가는 무명의 스님들도 많다. 세속과 가까이 위치한 절을 떠나 산 속 깊은 곳에 토굴을 짓고 혼자 기거하며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스님들.
아들딸 모두 키워 놓고 세속 생활에 연연하지 않고 홀연히 집을 나와 불도를 수행하는 운수객 안 처사. 나이 칠십 세에 그가 얻으려고 하는 불교의 진리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길래 세속을 벗어나 살게 되었을까.
저자 효림은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자신이 남보다 나아 보이기를 원한다'고 전하면서, 법화경을 인용하여 중생의 무명은 '탐욕이 그 근본'이라고 말한다. 명예와 지위, 잘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버릴 때에 인간은 비로소 탐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 탐욕에서 벗어난 마음이야말로 불교인들이 구하는 진정한 진리이다.
영화 <동승> 또한 이 책과 마찬가지로 구도자의 세계를 좀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스님은 모두 불교의 진정한 진리를 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엄마로부터 떨어져 나와 어린 나이에 스님의 길을 걷게 된 아이는 세속의 인연인 엄마에 대한 정을 끊지 못하여 괴로워한다.
또한 젊은 스님은 여자에 대한 그리움과 종교인으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고뇌하다가 결국 자신의 손가락에 불을 지르고 절간을 떠나고 만다. 오직 오랜 구도의 길을 걸어 온 노스님만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절을 지킬 뿐이다.
이 세 스님이 벌이는 에피소드들은 책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에 나오는 엉뚱하고 기발하면서도 착하디 착한 스님들의 삶과 닮아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괴상하고 개성 넘치는 스님들의 모습은 포경 수술을 하겠다며 조르는 <동승>의 젊은 스님을 연상시킨다.
스님이라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져 오로지 마음의 평정을 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 또한 한 인간이기에 번뇌와 고민, 재미와 웃음이 없을 수 없다. 그 모든 사사로운 일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정진하며 탐욕과 세속적 생각을 버리려 노력하는 것이 바로 그들에게 주어진 길인 것이다.
"혼자 있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특히 깊은 산중에서 깊어가는 밤에 바람소리를 들어보았거나 교교하게 비치는 달빛 아래서 소쩍새 소리를 들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혼자 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우며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엉뚱한 행동을 일삼고 우스개 이야기를 잘 던진다고 하더라도, 영화 <동승>이나 이 책에 나오는 스님들은 모두 세속과의 인연을 끊음으로써 외로운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그 긴긴 외로움 속에서 구도들은 세속의 우리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 안개 속을 헤맨다.
'혼자 있어 본 사람만이 자유로우며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질 수 있다'는 효림 스님의 말처럼, 그들은 진정 자유로우며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유와 정직, 외움과 번뇌를 통해 결국은 자신이 찾는 진리를 얻고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