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30억원대에 이르는 '괴자금'과 관련, 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5일 오전 전재용씨가 대검찰청으로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대답을 않고 묵묵부답,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130억원대에 이르는 '괴자금'과 관련, 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5일 오전 전재용씨가 대검찰청으로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대답을 않고 묵묵부답,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가 밝혀질 수 있을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증여세포탈 혐의의 피내사자 신분으로 5일 오전 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전씨의 차남 재용(40)씨 소유로 밝혀진 130억원대 '괴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전씨 비자금 관련성 여부에 대해 "재용씨가 자신의 힘으로 130억원대에 이르는 돈을 동원할 수 없는 상태"라고만 밝혔고, 오늘 소환된 재용씨에게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특히 검찰은 재용씨가 한 사채업자를 내세워 조직적으로 돈세탁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자금 출처를 감추기 위한 재용씨의 '노력'을 여러 경로를 통해 포착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말 재용씨의 괴자금이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 이 사채업자를 소환해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재용씨의 괴자금 수사의 발단은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 당시 현대비자금을 조사하기 위해 강남 일대의 유명 사채업자들을 대거 불러들여 조사하던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재용씨의 괴자금을 발견했고, 이것이 수사의 시발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인물은 사채업자 류모(40)씨. 그는 언론에 재용씨의 친구이자 회사 직원으로 소개됐지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재용씨의 자금 관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된 인물일 뿐 순수한 친분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00년 경 재용씨는 친구에게서 류씨를 소개받은 뒤 류씨에게 사채회사를 차려주고 자금관리를 맡겼으며, 그 뒤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대표를 맡기는 등의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와 류씨의 관계는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류씨 일가로 확대된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거주하고 있는 류씨의 누나 부부는 재용씨가 투자한 P사(바이오 벤처업체)의 이사로 있으면서 재용씨가 미국으로 빼돌린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이 돈은 재용씨가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빌딩을 여러 채 매입하는데 쓰여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재용씨, 대리인에게 사채회사 차려주고 조직적으로 돈 세탁

현재 검찰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괴자금 130억원의 사용처가 확인된 곳은 네곳. 기업어음(CP)를 매입하는데 47억원, 서울 이태원 빌라의 분양대금으로 20억원, 벤처기업투자에 수억원, 이밖에도 유명 탤런트 P양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됐다.

류씨는 이 전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경 재용씨가 류씨에게 차려준 사채회사 J사는 문제의 기업어음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류씨가 사들인 기업어음 47억원을 압수했으나 70%가 이미 부도 처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은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또한 류씨는 재용씨가 차린 한 IT업체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재용씨가 투자한 회사는 3개사. 앞서 밝힌 바이오업체 P사와 사채회사 J사 외에도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전문업체인 O사가 있다. 창업 당시 재용씨가 대표이사였던 이 회사는 2002년 4월 재용씨가 미국 애틀랜타로 출국한 뒤 류씨가 대표직을 맡게 됐다.

한편 재용씨가 관여한 회사들은 수시로 이름을 바꾸거나 사옥을 이전해 위장업체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업체 P사의 경우 현재 M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특히 미국 자금유입 경로로 의심을 받고 있는 IT업체 O사의 경우 창업한지 3년 동안 대표이사는 4번, 회사명은 2번, 회사위치는 3차례나 바뀌는 등 불안정한 경영을 해왔다.

지난 달 종로로 이사온 O사측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재용씨 자금 미국 유입설을 의식한 듯 "작년 말 해외사업은 완전히 접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O사는 일찍이 컴퓨터업계에서 해외투자와 수출에 주력하는 회사로 알려져 왔으며, 2003년 류씨가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으면서 회사명 변경과 함께 "해외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이 회사의 수출목표는 100∼150억 달러였다.

28일 오전 11시 30분경 전두환 전대통령이 이양우 변호사(오른쪽)와 함께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 출정하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30분경 전두환 전대통령이 이양우 변호사(오른쪽)와 함께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 출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 "류씨 신병 확보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조사 가능해"

재용씨가 투자 또는 운영한 회사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류씨에 대해 검찰은 "신병을 확보하고 있어 언제든 다시 불러 조사할 수 있다"며 재용씨의 자금관리인으로 류씨와 그의 주변인물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류씨가 전두환씨의 비자금에 직접 관련되어 있는지는 미지수다. 재용씨의 괴자금이 유통된 경로를 보더라도 자금흐름이 대단히 복잡하게 이뤄져 있어 10년도 더된 전씨의 비자금이 노출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 한 예로 류씨로부터 검찰이 압수한 47억원 상당의 기업어음은 출처불명의 국민주택채권을 차명계좌에 입금한 뒤 이를 현금화하고, 다시 이 돈으로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등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찍이 사채업계에서는 전씨의 비자금은 무기명장기채권을 다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닉되어 있어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검찰는 "증여세 포탈혐의라고 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전씨의 비자금을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재용씨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130억원이란 거액을 벌어들였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 전씨로부터 '위장증여' 받았는지 여부가 밝혀지면 증여세라도 물릴 수 있게 된다.

현재 전재용씨는 문제의 자금에 대해 '외조부에게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용씨의 외조부는 대한노인회장을 지냈던 이규동씨로 지난 2001년 9월 사망했다.

하지만 이 돈이 전두환씨의 비자금으로 드러난다면, 전씨는 전재산 '29만원1000원'이라고 법 앞에 거짓선서한 셈이 되고, 또 강제집행면탈의 죄가 적용돼 3년 이하의 징역과 연희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가능해 진다.

작년 말 연희동 별채를 경매처분한 것을 끝으로 이제 더이상 전두환씨 명의의 재산은 없다. 따라서 검찰이 1870억원이 넘는 전씨의 미납추징금을 강제 집행할 내역이 없다.

아들 재용씨의 130억원 괴자금으로 전씨 추징금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새로운 국면을 만나게 된 것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친구·동료 아닌 자금관리 위해 소개받은 '보통사람'
류씨는 전직 대통령 아들 어떻게 알게 되었나

전두환씨의 장남 재국씨가 사업적으로 성공한데 반해 차남 재용(40)씨는 실패를 거듭해 왔다. 재용씨는 포철 전 명예회장이던 박태준 회장의 딸과 결혼했으나 2년만에 이혼했고 이후 재혼했다.

연세대 정외과와 미국 조지타운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그룹에 입사해 2년간 입사했다가 퇴사, 99년 8월 과장급으로 재입사했지만 얼마 못가 다시 그만 두는 등 입퇴사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2000∼2001년 재용씨는 바이오와 IT 벤처사업에 진출했고, 그즈음 류(40)씨를 만나게 된다. 재용씨는 친구의 소개로 류씨를 만나게 되었고, 이후 류씨는 재용씨의 돈으로 사채업을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S대 조경과를 나온 류씨는 당시 보험회사를 다니다가 그만 둔 상태. 일 없이 지내던 중 류씨는 재용씨를 만나면서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분가해 나오는 등 돈 씀씀이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주변인들은 증언하고 있다.

류씨의 한 지인은 또 "(류씨가)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고, 전두환씨 부부와 함께 찍은 사진도 보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류씨를 만나, 비자금 관리 문제와 관련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에 걸쳐 그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모 집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국내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들어야 했다.

하지만 검찰측은 "류씨는 현재 서울에 있으며, 신병이 확보되어 있다"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