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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담당한 김진흥 특별검사팀이 지난 1월 5일 오전 현판식을 갖은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담당한 김진흥 특별검사팀이 지난 1월 5일 오전 현판식을 갖은 후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는 6일로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를 시작한지 한 달을 맞는 김진흥 특별검사팀과 특검 취재기자들이 5일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진흥 특검은 식사를 마치면서 그 동안의 소회를 다음과 같이 짧게 밝혔다.

"수사를 시작한지 벌써 한 달을 맞았다. 그 동안 잡히는 것은 없지만, (수사팀은) 열심히 하고 있다."

특검팀이 수사를 개시한지 한 달. 김진흥 특검이 지난 1월 5일 현판식을 갖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큰 틀로서는 1월 6일부터 10일간 기록을 검토하고, 40일간 수사를 진행한 후 10일간 수사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대로 특검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며 취재하는 기자들의 눈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특검팀과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한 기자는 김 특검의 뒤를 따라 특검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돌아가는 50여명의 기자들을 보고 "도대체 저 많은 인력들이 한달간 뭘 했다는 말인가"라고 한탄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우리의 경우 4명의 기자가 특검 기자실에 나와있는데, 하루에 겨우 한꼭지의 기사를 써서 보내기도 힘들다"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그렇다면 지난 한달 동안 특검팀은 무슨 일을 한 것일까. 열흘간의 수사자료를 마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특검팀의 행적을 돌아봤다.

특검팀, 연일 계속되는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수사의 단초 마련 위한 노력

특검팀은 지난 1월 12일 썬앤문그룹 자금의 세탁통로로 의혹을 받고 있는 W캐피탈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설 연휴 전까지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같이 단행했다. 이와 함께 관련자들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수사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물증 확보' 작업을 주로 펼쳐왔다.

또 특검팀은 최도술씨와 양길승씨와 관련된 비리 의혹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사건의 진원지인 부산과 청주에 수사관들을 각각 파견해 현지에서 계좌추적 등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특검팀이 행한 한 달 동안의 수사내용을 숫자상으로 정리해 보면 압수수색을 실시한 대상은 주요 관련자의 자택과 사무실 등 50여 곳이 넘으며, 특검팀이 살펴보고 있는 사건 관련계좌만도 무려 100여개에 달한다. 또 특검팀이 출국금지 조치한 사람은 30여명에 이른다.

특검팀은 지난 한달 동안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해왔지만, 현재로써는 이렇다할 수사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의 수사 영역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관련 부분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관련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관련 사건 등으로 광범위하기 때문에 많은 기초 준비작업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 특검팀이 본격적으로 주요 관련자를 소환하기 앞서 '물증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내부적 판단이기에 기초수사에 전념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특검팀이 태생적으로 검찰에서 앞서 밝혀낸 수사결과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라는 시각도 있다.

특검팀 '수사 반환점' 맞아 빨라지는 행보(行步)

특검팀은 스스로도 시기상 남은 기간동안에 불거진 의혹들을 실체를 하나둘씩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지금이 특검수사의 '반환점'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특검팀이 그 동안 수사의 윤곽을 잡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 노 대통령 측근들을 둘러싼 의혹의 사실 유무와 추가 비리를 밝히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어떻게 발표될지 주목된다.

특검팀은 우선 썬앤문그룹의 자금 '95억원의 노캠프' 유입설을 제기한 김성래씨 녹취록에 대한 관련자 수사를 벌인 결과 '사실무근'인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다. 대신에 특검팀은 썬앤문그룹이 양평골프장 분양 대금을 계열사를 통해 비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돈세탁한 정황을 포착했고, 또 시중 은행에서 수백억원대의 특혜대출을 받은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특검팀은 이날(5일) 대선 직전 W캐피탈을 통해 10억여원의 자금이 썬앤문그룹으로 전해진 정황을 포착하고 이 돈의 최종 목적지를 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팀은 김성래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 등 5명을 소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2002년 11월 7일 W캐피탈이 썬앤문그룹과 채무관계가 있는 김아무개씨에게 5억원을 대출해줬으며, 이 중 1억원이 다음날 썬앤문그룹을 통해 다시 W캐피탈로 넘어와 천만원권 수표로 환전돼 그 다음날인 11월 9일 이광재씨에게 전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나머지 4억원도 썬앤문그룹으로 전해졌을 것으로 보고 돈의 흐름을 추적중이며, 5억원을 대출받은 김아무개씨를 이날 소환해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관련해 청주 K나이트의 실질 소유주인 이원호씨의 살인교사 의혹 사건을 풀어내기 위해 김도훈 전 청주지검 검사 등 3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이씨가 마련한 향응 자리에 참석한 김정길 전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을 소환해 술자리에 참석하게 된 경위와 대화 내용 등을 추궁했다.

특검팀은 또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 의혹사건과 관련해 수사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고, 새로운 자금거래 등 단서를 찾아 수사하고 있다.

특검 1차 수사기한 한달 앞으로...드디어 가시적 성과 드러나나

김진흥 특별검사.
김진흥 특별검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렇게 특검팀은 줄기차게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 수사를 광범위하게 펼쳐왔다. 하지만 각 사건의 당사자들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중요한 자료를 이미 은닉하거나 자금추적에서도 차명계좌를 이용, 특검팀은 수사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특검 1차 수사기한이 오는 3월 5일로 다가와 아직까지 이렇다할 가시적인 수사성과를 내보이지 못한 점이 특검팀에게 심적인 압박으로 커지고 있다.

김진흥 특검도 지난 2일 직접 수사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지금 팀원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으나 여러분에게 화끈한 기사거리를 제공하지 못해 답답한 것은 여러분이나 나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할 정도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더욱 힘을 쏟아서 2월 중순인 15일에서 20일까지는 어떤 쉐이프(shape)가 떠올라야 하지 않나고 (수사팀에게) 채근하고 있다"며 "이달 중순까지는 뭐든 형태를 갖춘 것이 나와야 한다고 (수사팀이) 다들 다짐했고 여러분들과 함께 지켜보자"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전보다 조금씩 행보를 빨리 진행하면서 남은 1차 수사기한까지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는 달리 한편에서는 벌써부터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게 연장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검팀이 아직까지 명확한 단서를 잡아 수사를 진행한 것은 없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김진흥 특검의 말에 따라 최종적으로 어떤 수사결과를 발표할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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