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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길 보세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천천히 따라해 보세요."

마흔 개 남짓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린다. 견본을 천에 대고 1.5cm의 시접을 두고 잘라낸다. 하나의 견본으로 모양이 다른 세 가지의 천을 만든다. 이때 방향과 크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끄는 이의 설명에 따라 견본을 베끼고 천을 잘라내느라 모두들 부산하다.

▲ 대안월경대를 만드는 워크샵 참가자들
ⓒ 송민성
지난 8일 쌍문동의 까페 '가디스'에서 열린 대안월경대 만들기 워크숍이 활기찬 열기 속에 시작되었다. 대안월경대쓰기운동을 펼치는 피자매연대(www.bloodsisters.gg.gg)는 세 달에 두 번꼴로 이러한 워크숍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해 9월 17일 첫 번째 워크숍 이후 네 번째로 마련한 자리이다.

"탐폰이나 일회용 생리대 쓰다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대안월경대를 만들어 사용하면 가려움증이나 답답증 등이 확연히 줄어든답니다.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구요."

피자매연대에서 달거리대 작업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매닉(별명)씨는 참가자들의 작업을 봐주는 틈틈이 대안월경대의 장점을 부지런히 소개했다.

실제로 한국여성민우회가 2002년 실시한 생리대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 여성 한명이 한 달에 쓰는 생리대는 평균 21개라고 한다. 평생 500회 정도의 월경을 한다고 할 때 무려 1만여 개 이상의 생리대를 소모하는 셈이다.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응답자 중 59.9%가 가려움증과 따가움 같은 피부 질환을 겪었다고 답했다.

또한 일회용 생리대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등의 화학섬유와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달 엄청난 양의 화학물질들이 쏟아져 나와 땅과 강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참가자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 손을 놀린다. 책상 이쪽저쪽에서 월경과 여성의 몸에 대한 짧은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도 일회용 생리대를 쓰면 짓무르고 가려워."
"월경에 관한 금기들은 정말 많아. 광고들은 순결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 일색이구."
"나중에 내 딸이 초경을 하게 되면 선물로 만들어주고 싶어."
"아빠가 만들어주는 것도 좋겠다."

▲ 월경대 중형 견본대로 잘라낸 천
ⓒ 피자매연대
세 가지의 천을 순서대로 포개 박음질을 한다. "박음질이 뭔지 모르시는 분은 그냥 자기가 생각하기에 튼튼하겠다 싶은 방식으로 바느질을 해보세요." 이끄는 이들은 반드시 설명대로 만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체형과 월경량, 그리고 취향에 맞는 월경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박음질한 천의 안팎을 뒤집고 날개 부분에 똑딱 단추를 달면 대안월경대 완성! 마무리 작업이 하나 남았다. 바로 월경혈을 흡수할 라이너를 만드는 일이다. 물론 아주 간단하다. 수건천이나 플란넬을 적당히 잘라내어 월경대 사이로 집어넣으면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 만드는 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견본그림은 피자매연대 누리집에서 구할 수 있다.

두 시간여만에 참가자들은 대안월경대 하나씩을 직접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처음 만드는 것이라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지만 제작 방법이 간단하고 쉽다며 입을 모았다. 개중에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월경대를 제작해 이끄는 이들의 칭찬과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경우도 있었다.

오래 전부터 대안월경대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미수씨는 "외국의 대안월경대는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실제로 만들어 보니 비용도 저렴하고 방법도 간단해서 좋다"고 말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유일한 남성이자 한양대 여성주의 동아리 '달에 쏘아올린 생강' 회원인 정헌씨는 "탐폰이나 일회용 생리대가 몸에 안 좋다고 생각해 왔다"며 "많이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DIY, 대안월경대!

① 견본에 1.5cm의 시접(곡선은 0.7cm)을 주어 플란넬천을 잘라낸다.
② '시접있음'의 선을 접어 그 상태로 역시 시접을 주어 잘라낸다.
③ 이번에는 '시접없음'의 선을 접어 잘라내고 이때 '시접없음'의 선쪽으로는 시접을 주지 않는다.
④ 세 부분을 1→3→2의 순서로 겹친 다음(안감이 보이도록) 박음질한다.
⑤ 날개 부분을 한번 박아준다(라이너가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⑥ 선부분도 오버로크로 박아준다(올이 풀리지 않게 하려고)
⑦ 날개 부분에 똑딱단추를 박는다.
⑧ 라이너는 대안월경대보다 0.5cm 정도 작게(빨면 크기가 약간 줄어든다) 수건천이나 플란넬천을 잘라내어 만든다. 양이 많을 때는 두 개를 겹쳐 사용한다.

대안월경대는 한 번 빨아서 사용한다.
월경혈 얼룩이 안 빠질 때에는 소금물에 담구어 둔다. / 자료 제공 피자매연대


다른 대안월경대는 무엇이 있을까?

키퍼(keeper)
키퍼는 천연고무로 만들어진 작은 깔대기 모양의 월경대이다. 질에 삽입해서 월경혈을 받아내는 것으로 4-5시간에 한번씩 월경혈을 따라내주면 된다.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고무재질이라 소독하면 안되고 그냥 씻어야 한다.

해면(sea sponge)
해면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치실을 붙인다(해면을 쉽게 꺼내기 위해). 해면이 젖으면 비누와 물로 빨아서 다시 사용한다. 월경이 끝나면 소독해준다.

·대안생리대를 소개하는 누리집

cafe.daum.net/makepad 대안월경대 온라인 커뮤니티
pacificcoast.net/~manymmons 싸고 좋은 대안월경대를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
www.mum.org 월경에 관한 모든 것, 월경박물관 사이트 / 자료 제공 피자매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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